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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헬스케어 사업 분석]베일벗은 '의료혁신 아이템' 당뇨환자 필수앱 '파스타'①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환자로 한정, 혁신영역 'Invisible to Visible'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31 13:15:35

[편집자주]

네이버와 카카오, 롯데, 대기업이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적으로 개화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작년 출시한 롯데헬스케어의 '캐즐(CAZZLE)' 이후 카카오헬스가 2월 '파스타(PASTA)'를 론칭하며 경쟁에 가세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계한 만성질환자를 타깃하는 전략이 새롭다. 카카오헬스케어의 사업모델과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 금융, 모빌리티. 카카오가 다음 혁신 타깃으로 점찍은 분야는 의료다. 그 어떤 업권보다도 보수적이고도 제한이 많은 의료분야에서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섰다. 역시 아이템은 '플랫폼'이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출범 단 2년만에 첫 서비스 개시를 앞뒀다. 기존과 카카오 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대중이 아닌 특정 환자로 한정했다는 데 있다.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구속력'을 뒀다. 좁은타깃으로 충성고객을 만들고 연관 질환으로 확장해나가는 전략이다.

◇FUN 아닌 혈당관리에 올인, 'CGM 사용 당뇨병 환자' 타깃

라이언과 어피치, 무지, 춘식이. 카카오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귀여움이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처음으로 내놓는 서비스 이름 '파스타(PASTA)' 역시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파스타는 개인화(Personalisation)·접근성(Accesibility)·지원(Support)·기술(Technology)·경제성(Affordability)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해 탄생했다.


하지만 카카오헬스케어의 파스타는 친근한 이름과는 다르게 진지하고도 묵직한 아이덴티티를 지향한다. 기존 카카오 플랫폼이 '대중성'에 기반을 둔 것과 대조를 이루는 지점이다.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더벨과 만난 황희 카카오헬스 대표는 "FUN(즐거움) 자체가 파스타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재미'라는 가치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의료 영역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파스타라는 이름이 가벼워보일지라도 서비스는 즐거움과는 동떨어진 '필요'에 더 수렴한다. 파스타 앱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까지 획득했을 정도로 무엇보다 '검증'에 방점을 둔 것도 이의 일환이다.

파스타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라는 명확한 타깃을 설정했다. 당뇨병이 중증으로 진행돼 생명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 그동안 '보이지 않아' 바꾸지 못했던 생활습관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킨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Invisible to Visible'을 이뤄내는 것이 파스타의 존재 이유가 된다.

카카오헬스케어가 특정 환자를 타깃으로 설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플랫폼의 핵심은 '록인(Lock-in)'이다. 플랫폼이 재미만을 추구해선 구속력이 없다고 봤다. 플랫폼 안에 이용자를 묶어 두려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는 게 황희 대표의 전략이다. 그가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라는 슬로건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카카오헬스케어는 파스타를 당뇨병 환자들이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단 구상이다. CGM이 보편화하면서 당뇨병 환자는 매번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CGM은 혈당 수치만 알려줄 뿐 이 혈당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까지 말해주진 않는다. 국내 600만 당뇨병 환자와 1500만 당뇨병 전단계 인구 시대, 처방약과 CGM 만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 '회색지대'다.


파스타는 이용자가 음식 사진을 업로드하면 인공지능(AI)이 음식의 열량과 영양소를 분석한다. 이 음식을 먹게 되면 혈당 수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려준다. 이용자의 운동, 수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환자가 혈당관리를 위해 어떤 생활습관을 변화해야 할지 이끌어낸다.

이 분석 데이터는 의료기관과 공유해 적절한 치료 방향을 수립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서비스가 꼭 필요한 당뇨병 환자를 충성 고객으로 잡아 두는 셈이다.

◇충성 고객의 출발점 '당뇨'…동반질환 확장 가능성 주목

파스타의 출발점이 '당뇨병'이라는 점은 꽤나 흥미로운 대목이다. 파스타 확장 전략은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한 영역 확대인 만큼 '누가', '왜' 파스타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출발지점을 두고 6개월 이상 논의가 거듭된 이유다.

만성질환, 그 중에서도 당뇨를 택한 건 세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해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연계 기술의 혁신성과 플랫폼 기술의 난이도 △이용 대상자가 겪는 질병의 중대성과 플랫폼 탄생이 이룰 수 있는 사회적 가치 △글로벌 확장 가능성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수 백가지 질병을 필터링 했다. 이 과정을 통해 15개 후보를 추렸고 최종적으로 당뇨를 점찍었다. 이는 카카오그룹의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카카오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CGM의 상용화는 당뇨로 의사결정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한방이 됐다. 센서 기술의 혁신성으로 혈당 측정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글로벌 당뇨시장에선 꽤 빠르게 안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국내서는 급여의 한계로 보편화가 더딘 상황이기 때문에 풀어야 할 과제가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카카오헬스케어는 당뇨를 첫 타깃질환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파스타의 확장 전략도 함께 고려했다. 어떤 플랫폼도 이용자가 한정적이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파스타가 플랫폼으로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당뇨병 환자가 고혈압, 심부전 등 각종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CGM 사용 확대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치료 전략이 단순 혈당 관리에서 혈당·신장·심장 통합 관리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황희 대표는 "실시간 맞춤형 혈당관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파스타의 충성 고객이 되고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질환으로 넓혀가며 확장하는 것이 파스타의 전략"이라며 "병원에서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관리의 영역을 카카오헬스케어의 서비스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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