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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M&A 성과 점검]‘만년 적자’ 밀리의서재, 미디어 밸류체인 핵심으로④기존 M&A 전략 벗어난 이례적 인수, 그룹사 시너지로 '턴어라운드'

김규희 기자공개 2024-02-05 07:40:34

[편집자주]

KT는 대표가 바뀔 때마다 인수합병(M&A) 전략이 수정돼왔다. 새로 취임한 대표는 전임자가 사들였던 기업들에 번번이 메스를 들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회사의 정리도 있었지만 자신의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회사를 쳐낸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8월 부임한 김영섭 대표이사도 최근 들어 비슷한 행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이뤄졌던 M&A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 상황일까. 관련 기업들의 성과와 현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2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 전자책 플랫폼 업체 밀리의서재는 디지털 도서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플랫폼 사업 특성상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결손금 누적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만년 적자’ 밀리의서재를 사겠다고 나선 게 KT였다. 현금창출력을 강조해왔던 과거 M&A 기조와 정확히 반대되는 판단이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세웠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성장 전략에 따른 결정이었다. 밀리의서재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전자책 서비스 확보, ‘드라마→음원→도서’ 미디어 밸류체인 구축

KT는 2021년 9월 지니뮤직을 앞세워 밀리의서재 경영권을 확보했다. 밀리의서재는 음원서비스, 오디오북, 오디오 예능 등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자책 플랫폼 사업자다. 인수 당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2019년 94억원, 2020년엔 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T의 그동안 M&A 기조를 감안하면 밀리의서재 인수는 이례적이었다. KT가 유무선 통신 사업을 근간으로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을 강조해왔던 만큼 적자기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적자기업 밀리의서재 지분 38.63%를 사들이는데 총 464억원을 들였다.

여기에는 구현모 전 대표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 구 전 대표가 탈통신 기치를 앞세워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던 때였다.

KT는 밀리의서재가 당장 현금창출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매출액이 근거였다. 밀리의서재 매출액은 2018년 16억원, 2019년 110억원, 2020년 192억원 등 짧은 기간에 급증하고 있었다.

밸류체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밀리의서재 인수는 합리적 판단이었다. 밀리의서재를 품은 KT는 이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미디어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최대주주였던 KT시즌을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을 KT스튜디오지니에 흡수합병시켰다. ‘KT→KT스튜디오지니(드라마 제작)→지니뮤직(음원 스트리밍)→밀리의서재(전자책)’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그룹사 연계 흑자전환, 미디어사업 ‘원천 IP’ 확보 창구로 성장

KT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밀리의서재는 이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플랫폼 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기반이 돼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밀리의서재는 KT 그룹 미디어 자회사들과 연계 강화를 통해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었다.

밀리의서재는 2021년 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 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289억원에서 458억원으로 60% 가까이 증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던 건 KT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전략이 주효했다. 기본적인 비즈니스모델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전자책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서점 신간과 베스트셀러 확보 등을 통해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KT 인수 이후에는 그룹사와 결합된 구독서비스를 내놨다. 밀리의서재 구독권을 KT 요금제와 묶어 파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덕분에 구독자수는 2022년 9월 520만명에서 2023년 9월 670만명, 작년 말 700만명으로 증가했다.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B2B 채널 확장 성과도 있었다. 밀리의서재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과 공기업, 정부 부처 등 약 200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9에는 30여곳의 고객사를 두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T 그룹은 밀리의서재를 미디어 사업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더 큰 시너지를 찾아가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오디오북, 오디오 예능, 오디오 드라마 등 콘텐츠풀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춘데다 원천 IP를 확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를 선보였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인기를 얻으면 종이책으로 출간도 해준다. 이렇게 확보된 원천 IP는 성격에 따라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하는 드라마로 변모할 수 있다. 해당 드라마는 KT스카이라이프의 ENA 채널과 티빙(OTT) 등 플랫폼을 통한 송출도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밀리의서재는 KT 인수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B2B에 이어 B2BC로 판매채널을 확장하는 등 미디어 밸류체인의 한 축으로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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