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한지 반년이 안된 어느 코스닥 제조기업은 베트남 생산법인을 두고 고민이 많다. 한때 글로벌 진출기지처럼 소개됐지만 대표 마음 속에는 이미 골칫덩이로 전락한 분위기다.중국 국경지대에 접한 하노이 법인은 코로나19 이후 젊은 인력을 중국기업에 빼앗겼다. 임금경쟁에서 중국을 따라잡지 못했다. 1000명을 넘던 인력규모는 3분의 1로 줄었다. 베트남에 노동집약적인 공정을 두겠다는 전략이 빗나간 셈이다.
대표는 베트남을 떠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어차피 삼성향 매출도 적고 현지공장도 임대여서 부담이 적다"며 "2년내 캄보디아나 라오스 같은 곳으로 이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베트남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동안 베트남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기업은 현지에서 TV용 제품을 신규양산하다가 초기수율 문제를 겪었다. 해외공장 운영경력 20년 이상의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나서야 안정되기 시작했다. 베트남보다 덜 개발된 국가에서 같은 품질이슈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표가 뽑은 후보 국가는 포스트차이나 생산기지인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전문가는 성숙도를 감안할 때 아직은 신규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나 테스트 베드 정도가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만 보고 해외기지를 선정하는 것은 단견이다. 선제적으로 법인을 이전해도 경쟁이 치열해지면 다시 고임금을 줘야하는 구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속도는 베트남보다 인구가 적은 나머지 국가에서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인구 1억명에 육박하는 베트남을 제외하면 캄보디아 인구가 1700만명이고 라오스 인구가 800만명에 불과하다.
당장 인력을 확보한다고 쳐도 물류 시스템 등 인프라가 미비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도 있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언제든지 노출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해외진출은 중장기적으로 동반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동력만 뽑아먹겠다는 발상은 결국엔 화를 일으킬 수 있다. 현지기업이 인력을 빠른 시간에 잃었다면 그간의 처우가 어땠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진출 국가를 떠나 삼성전자의 인도시장 공략사례는 참고가 될 만하다. 풍부한 노동력도 매력으로 작용했겠지만 삼성은 현지 내수시장 잠재력도 일찌감치 내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전략을 코스닥사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현지시장을 바라보는 자세만 놓고보면 수준차이가 크다.
베트남은 국내기업의 동반성장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저개발 국가로 치부하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다. 베트남 완성차 제조사 '빈페스트(VinFast Auto Ltd.)'는 미국의 '빅3' 시가총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국내기업이 베트남에서 제조한 뒤 베트남 기업에 납품할 날도 언젠가는 다가올 수 있다. 베트남 진출을 전향적으로 바라보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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