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계열사 세대 교체]유공의 시대를 넘어…SK 젊은 후계자들이 선택한 곳은②에너지·통신·반도체 삼각축 굳건…SK 3세 2명이 바이오·헬스케어 관심
조은아 기자공개 2024-03-04 11:11:45
[편집자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룹을 대표하는 간판 계열사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태동기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들이 맨 앞에서 그룹의 성장을 홀로 이끌었다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진 뒤 국민 삶의 질과 국내 산업의 질 모두를 끌어올린 건 전자 사업이었다. 여전히 이들 사업이 주요 그룹의 주력이자 핵심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곳곳에선 형들을 단번에 뛰어넘는 슈퍼 루키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3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옛 선경그룹(SK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이 꼽힌다. 유공 인수는 그룹의 명운을 바꿔놓았다. SK그룹이 유공 인수 전과 인수 후로 나뉜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인수되기 전 이미 '역대급 대어‘였다.인수 직전인 1979년 매출 1조원을 넘겼는데 당시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1979년도 세계 500대 기업(미국기업 제외) 중 15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도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SK텔레콤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각체제가 견고하다. 매출 규모가 워낙 압도적이라 당분간 삼각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일각에선 작은 균열도 감지된다. 역사는 오래 됐지만 내내 '변방'에 머물고 있던 바이오 사업이 최근 몇 년 사이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1980년 유공 인수 이후 열린 '유공 전성시대'
유공 인수 이후 SK그룹이 유공 중심으로 재편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젊은 인재들이 유공을 통해 SK그룹으로 몰리던 것도 이 때부터다. 유공의 위엄은 지금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 SK그룹의 핵심 자리는 유공 출신들이 채우고 있다. 현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위원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최창원 부회장을 제외하면 유공 출신이 3명, SK텔레콤 출신이 3명이다. SK수펙스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에는 예나 지금이나 유공 출신들이 확실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유공 인수 이후 단순 에너지 사업자에 머물지 않고 에너지를 기반에 둔 다양한 사업에 하나둘 진출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테크놀로지, SK어스온, SK엔텀 등 9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 배경이다.
1991년 태양전지를 이용한 3륜 전기차 성능 실험에 성공했는데 이는 배터리 사업의 출발점이 됐다. 30여년 뒤 SK온이 출범했다. 1993년에 시작한 고급 윤활기유 사업은 SK엔무브로 진화했다.

SK하이닉스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대 이후 새롭게 간판으로 떠올랐다. 2012년 인수됐는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잇딴 증설을 통해 외형을 확대한 건 물론 반도체용 특수가스(SK머티리얼즈)와 웨이퍼(SK실트론)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룹 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2020년 10월에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현재의 솔리다임)를 인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가격은 약 90억달러(약 11조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인수합병)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당시 인수를 담당했던 사내 태스크포스(TF)의 이름이 '어벤저스'였다. 어떤 각오로 인수전에 임했는지 엿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때 LG에너지솔루션에게 내줬던 시가총액 2위도 탈환하며 그룹의 자존심도 지켰다.

◇SK 3세 3명 중 2명이 관심…규모는 작지만 존재감은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씨는 2022년 초 SK하이닉스에서 휴직계를 냈다. 입사한 지 2년 반 만이다. 대신 그가 선택한 건 원격 의료 스타트업.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던(Done.)에서 지금까지 무보수 자문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처음 민정씨가 SK하이닉스로 입사했을 때 규모나 위상, 산업 자체의 중요성 등을 봤을 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던 만큼 그의 휴직과 뒤이은 행보가 의미하는 건 결코 작지 않다.
차녀뿐만 아니라 장녀 역시 바이오 사업에 몸담고 있다. 최윤정 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지난해 말 임원으로 승진해 현재 사업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세 자녀 가운데 2명이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셈이다.
SK그룹이 내세우고 있는 3대 사업으로는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chip) 이른바 BBC가 꼽힌다. 이 가운데 배터리나 반도체와 비교해 규모나 위상이 떨어지는 바이오 사업의 역사가 상당히 길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SK그룹이 처음 제약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1987년으로 무려 35년이나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 그룹의 핵심이던 섬유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 무렵 제약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산 제품이 밀려오면서 더 이상의 높은 성장세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진국의 화학 회사들이 제약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에서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게 바이오 사업의 첫걸음으로 꼽힌다.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했고 이듬해인 1988년 사명을 선보제약으로 바꿨다. 사명에 '선경의 보배'가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 2000년 바이오벤처 인투젠을 설립한 데 이어 2001년 동신제약을 인수했다.
또 다른 축이 된 건 유공이다. 1993년 유공 내 대덕기술연구원을 세워 신약연구팀을 꾸렸다. 이후 SK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꾼 유공이 2007년 지주사 SK㈜와 SK에너지로 분할하면서 바이오 사업은 SK㈜에 남았다. 물적분할을 통해 2011년 SK바이오팜이 출범했다.

다만 그룹의 새 간판으로 꼽히기엔 규모가 아직 작다. 여러 바이오 계열사에서 나오는 매출을 모두 더해도 2조원 수준에 그친다. SK그룹이 연간 200조원을 넘게 번다는 걸 감안하면 바이오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1%에도 못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로나19로 급부상했던 만큼 엔데믹에 접어든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 역시 안고 있다. 펜데믹으로 반짝 떠올랐지만 엔데믹으로 다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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