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는 지금]'넘사벽'이 되어버린 삼성생명의 고민은②빅3 넘어 '원톱'이지만…4년 연속 삼성화재에 밀려
조은아 기자공개 2025-04-11 13:02:03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8시0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 대신 생명보험은 어떻습니까. 선진국에서는 보험이나 증권이 은행 못지않게 필수 금융 기능을 하지 않습니까."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회고록 '여러분 덕택입니다'를 보면 삼성그룹이 생명보험사를 보유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은행 지분을 강제로 정부에 넘기면서 아쉬움을 드러내자 이희건 명예회장이 생명보험업 진출을 제안했다. 이 명예회장은 생명보험사에 대해 "가입자는 저축과 유사시에 대비를 할 수 있고,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투자재원 조달에 기여한다"며 이병철 창업주에게 생보사 인수를 적극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년 뒤인 1963년 7월 파산위기에 빠져있던 동방생명(삼성생명 전신)이 삼성그룹 품에 안겼다.
◇2위와 벌어지는 격차, 빅3 아닌 원톱
삼성생명은 말그대로 국내 생명보험업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어느 면으로 보든 2위와의 격차가 압도적이다. 흔히 빅3로 통하지만 사실 부동의 원톱이다. 함께 빅3로 묶이는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자산 규모는 삼성생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삼성생명이 275조원대, 나머지 2곳이 122조원대다. 순이익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1조4869억원으로 교보생명 6987억원, 한화생명 7205억원의 두 배도 넘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빅3가 경쟁을 벌이던 시기도 있었다. 실제 2006년엔 교보생명이 삼성생명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으며, 2011년엔 2위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순이익 격차가 600억원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2위 한화생명과의 격차가 7600억원대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따라잡기 불가능한 수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을 보여주는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은 12조9020억원에 이른다. 한화생명은 9조1091억원, 교보생명은 6조4381억원으로 차이가 상당하다.
삼성생명이 압도적 1위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견고한 고객 기반과 삼성그룹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꼽힌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는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다른 보험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요소이기도 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채널운영 역량도 갖추고 있다. 생명보험업의 특성상 대면 영업이 매우 중요한데 삼성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만7000여명에 이른다. 한화생명 3만1000여명보다 6000명 이상 많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계리 전문 인력에서 나오는 상품개발 역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24년에만 보험업계의 특허권 개념인 배타적 사용권을 8건을 획득했다. 업계 최다다.

◇그룹 내부로 시선 돌리면…삼성화재와 벌어지는 격차
업권 내 압도적 지위에도 고민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시선을 그룹 안으로 돌리면 위상이 달라진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삼성화재의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삼성그룹의 모든 금융 계열사가 삼성생명의 자회사가 됐다. 의미있는 변화지만 지배구조상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당연하게도 두 회사 모두 경영 전략상 변화도 없다. 삼성생명은 재차 삼성화재의 독자경영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화재가 삼성생명과의 '선긋기'에 매우 적극적인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두 회사의 위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자회사 삼성화재의 실적이 모기업인 삼성생명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순이익은 2조478억원으로 삼성생명 1조4869억원보다 무려 5609억원 많았다. 지난 20년 동안 두 회사의 순이익이 뒤집힌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8년, 2011년, 2013년, 2016년, 2017년에도 삼성화재가 삼성생명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최근의 추이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일시적 현상에 그쳤고 순이익 격차 역시 크지 않았지만 2021년부터 4년 연속 삼성화재가 더 많은 순이익을 거두고 있으며 격차 역시 확대되고 있다. 2017년 1020억원대에 그쳤던 격차는 지난해 5610억원대이 이르렀다.
CSM 역시 삼성화재가 14조740억원으로 삼성생명 12조 9020억원을 추월했다. 시장에서도 삼성화재를 더 선호한다. 8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15조3000억원, 삼성화재의 시가총액은 16조2500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의 달라진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삼성생명으로선 매우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린 중간 금융지주이면서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당국이 관리하는 대기업 금융집단인 삼성금융복합기업집단 내에서 내부통제, 건전성 관리를 포함한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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