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대차 지도]'최소 105만대' 인도 시장에 미래 걸었다③4.2조 투자해 전기차·수소 생태계도 구축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04 11:13:04
[편집자주]
세계 시장은 늘 어렵다. 급변하는 안보 상황을 체크하는 일, 달라진 경제 환경에 맞게 판매 전략을 짜는 일, 부상하는 시장을 찾아 떠나는 일. 해외 시장을 뚫어온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전과 기회 그리고 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배경이다. 국내 제조업 대표 주자인 현대차도 마찬가지. 러시아 상황뿐 아니라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주요국을 대하는 현대차의 대응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왜일까. 더벨은 현대차의 새로운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의 소형차 전진기지"2008년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인도에 두 번째 공장을 짓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말을 꺼냈다. 1998년 인도 진출 이후 상트로(국내명 아토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유럽과 남미로의 소형차 수출 물량까지 늘어난 결실이 배경에 깔린 말이었다.
인도 공세는 더욱 본격화했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첸나이 2공장 건설로 기존 1공장과 더해 인도 내에서 연간 60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또 소형차 전략 차종인 i10·i20(2008년), 소형 SUV 크레타(2015년), 베뉴(2019년) 등의 적극적인 신차 출시를 이어가며 인도에서 안정적인 판매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최근 2000년대 후반을 방불케 하는 인도 공략 행보가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 현대차는 증설(2020년 15만대)과 라인 개선(2023년 상반기 7만대)으로 첸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산 82만대로 증대했다. 이 상황에서 작년 5월 현대차는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첸나이 공장 생산능력을 10만대 더 늘린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현대차는 작년 8월 GM 인도 법인이 보유하고 있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했다. 2020년 10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GM의 탈레가온 공장은 가동 당시 연간 완성차 생산능력이 13만대 수준이었다. 기존 생산능력(82만대)에 MOU 증설 계획(10만대), 그리고 GM 공장을 더하면 최소 10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수치상 큰 의미가 없는 중국을 빼면 인도는 명실상부 해외 최대 생산 기지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번 투자는 생산능력 확대에만 목적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5월 체결된 MOU엔 전기차 생태계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시설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17만8000개가 될 예정이다. 아울러 타밀나두주 거점 100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하고 인도만을 위한 현지 전략형 친환경차도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년간 총 2000억루피(약 3조2200억원)가 투입된다.
나아가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지난달 7일 역시 타밀나두주 정부와 618억루피(약 1조원) 규모의 MOU도 체결했다. 인도 전기차 충전소 구축(약 9700억원), 인도공과대학(ITT) 마드라스와와 추진하는 '수소 밸리 혁신 허브' 사업(약 300억원)에 돈을 쓸 계획이다.
현대차의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업계는 "이제 인도는 미래차 전진기지"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다만 아직은 1%대에 불과하다. 현지 완성차 업체 마루티스즈키와 미국 테슬라 등이 인도에서 배터리·전기차 생산 공장을 각각 건설·논의 중인 배경이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전기차 시장으로 바뀌던 2016~2017년 사드 사태로 인한 판매량 감소,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입지가 급격히 축소된 바 있다. 앞선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미래차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껏 현대차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IPO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 인도법인이 본사에 의지하지 않고 현지 시장에서 자금을 자체 조달하게 되면 투자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공모 규모를 최소 30억달러(약 4조원)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는 아직 이륜·삼륜차가 대부분일 만큼 인프라부터 갖춰야 하는 미래차 초기 시장"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포스코그룹 CEO 성과평가]보릿고개 넘는 계열사들, 관건은 '비재무적 성과'
- [포스코그룹 CEO 성과평가]장인화 회장, 재건과 회복에 초점 맞춘 한해
- [2024 이사회 평가]지배구조 최상단 ㈜한화, 건설업 부진에 경영성과 '글쎄'
- [2024 이사회 평가]불황 넘는 HD현대인프라코어, 평가시스템·견제기능 '우수'
- [2024 이사회 평가]평가시스템 '부재' 팬오션, 운임지수 하락에 경영성과 부진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품사도 세대교체, 미래차 준비하는 현대트랜시스·케피코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이규복 사장 승진, 현대글로비스 미래 밸류업 '올인'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송호성 체제 굳건…기아, 성과 기반 임원진 대거 약진
- [재정비 나서는 현대제철]주주환원책 발표 보류, 밸류업 현실화 방안은
- KAI, 폴란드 신화 수뇌부 용퇴…수출 인력 집중 배치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