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트인 방산 수출]수은 자기자본 확대, 방산업계 '급한 불' 껐다①금융지원 10조 더 가능…계약 소폭 축소될 가능성은 남아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04 11:17:53
[편집자주]
'전쟁'이란 급작스럽게 발발하는 것이니 'K-방산'에 대한 관심 급증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다만 적응은 빠를수록 좋은 법. 폴란드와 무기 계약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던 요즘, 여야가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한도를 늘리며 숨통을 확 트이게 했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등 그동안 접점이 적었던 지역들과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또 다른 수출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벨은 국내 방산 업계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는 시점에 각사별 상황과 전망 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금융지원 한도가 늘어나는 가운데 동유럽 시장으로 진격 중인 국내 방산 기업들의 상황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국내 방산 업계는 정책금융기관인 수은의 금융지원 한도가 꽉 차 폴란드와의 2차 무기 계약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일단은 한숨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지원이 일정 부분 가능해지면서 폴란드와의 협상이 최소한 막다른 길에 내몰리진 않게 됐다. 또 그동안 물밑 협상을 지속해 왔던 다른 동유럽, 중동 국가 등과의 수출 협상에서도 경쟁력을 더 확보했단 평가가 나온다.
◇수은·무보, 금융지원 각각 5조원씩 더 가능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은 국내 방산 업계와 직결되는 이슈다. 통상 수출 규모가 큰 방위산업에선 수출국의 정책금융기관이 수입국에 금융지원을 해주는 것이 관례다. 현행법상 특정 국가에 대한 금융지원 한도는 자기자본(18조4000억원)의 40%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대략 47조원 규모의 무기 수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약 17조원 규모로 진행된 1차 본계약에서 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각각 6조원씩을 지원해 한도(7조3600억원)가 거의 다 찼다.
30조원어치의 계약은 날아갈 판이었다. 정부가 급히 정책금융기관의 자기자본을 늘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이 사이 폴란드는 보유 현금 부족을 이유로 계약을 미뤄왔고 계약 탈환을 노리는 서유럽 강국들의 움직임까지 있었다.
다만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9일 본회의에서 수은의 자기자본을 28조4000억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의 40%는 11조3600억원이다. 1차 금융지원을 빼면 수은과 무보는 각각 5조원씩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국내 방산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폴란드와 2차 계약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와 2차 계약 협상을 앞두고 있는 업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K9 자주포 308문, 천무 70대)와 현대로템(K2 전차 820대)이다.
◇협상 과정 지켜봐야…다른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는 얘기에 그치기도 한다. 사실 결과에 따라서는 30조원어치의 폴란드 2차 계약이 소폭 축소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역시 돈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폴란드는 금융지원액으로 2차 계약금의 70~80% 수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약 21조~24조원 규모다. 우리의 새 한도(총 10조원)를 웃돈다. 법 개정 이후에도 수출대금과 관련된 협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권 교체도 변수다. 폴란드는 작년 10월 총선을 통해 친독일 인사인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정권을 잡고 있다. 독일이 레오파르트 전차를 앞세워 새 정부를 지속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폴란드가 우리와의 전차 수출 계약을 원안대로 추진할지 미지수다.
현재 방산업계 타개책 마련에 고심 중인 상황이다. 실제 폴란드가 선호하는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등을 적절히 섞어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의 금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시 계약 대신 수년에 나눠 체결하는 계약도 고려하고 있다.
다른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루마니아 등에서 수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중동·아프리카를 겨냥 중이다. 금융지원 한도 상향에 따라 방산 경쟁력이 더 강화됐단 평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선은 '급한 불을 껐다'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추가적인 협상 과정에서 2차 계약이 원안 그대로 지켜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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