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리버풀의 수장 위르겐 클롭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8년여만에 감독직을 내려놓는다. 얼마전 "휴식이 필요하다"는 그의 폭탄 발언에 팬들은 멘붕에 빠졌다. 클롭은 그저그런 수준의 팀이었던 리버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으로 손꼽힌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 전술 등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골을 많이 먹는 팀이었던 리버풀을 최강 구단으로 이끌었다.사실 독일 태생인 클롭은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까지 분데스리가 FSV마인츠에서 십수년간 선수생활을 했던 원클럽맨이었다. 원클럽맨은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고 한 팀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모두 마친 선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클롭은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을 거치기 전까지 마인츠에서 오랜기간 선수와 감독직을 모두 수행한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축구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달랐다. 경기장에서 푹 눌러쓴 검정색 모자와 점퍼 차림으로 선수들에게 고함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신만의 축구철학이 확고한 사람이기도 했다. 값비싼 선수를 영입하기 보다는 무명이어도 실력이 출중한 선수를 발굴하는데 힘썼고 아무리 슈퍼스타여도 팀워크에 방해가 된다면 자비없이 벤치로 내보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가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1세대 펀드매니저로 신영금융그룹에서만 30년을 보낸 원클럽맨이다. 저평가 된 종목, 실적과 성장성이 꾸준한 우량 종목을 장기 투자하는 가치주 투자의 대명사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신영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자산운용으로 넘어온 이후에는 본부장과 전무, 부사장, 대표이사까지 차근차근 올라갔고 이 기간 동안 한국 펀드시장 한복판에서 흥망성쇠를 몸소 겪은 백전노장이기도 하다. 특히 신영마라톤과 신영고배당 등 시장에서 여전히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상품의 산파 역할 뿐 아니라 대표 운용역으로 신영자산운용의 부흥을 이끌어낸 산증인이다.
운용 철학에 대한 고집도 상당했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나 요즘 대세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조차 한눈을 팔지 않았다. 오로지 주식형 액티브 펀드를 향한 한우물에만 매달렸다. 혹자는 '시류에 맞지 않는 올드함'이라고 폄훼하기도 했지만 이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허 대표만의 전략이기도 했다.
비록 지난해 일임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AUM이 감소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오롯이 그의 투자 철학으로 인한 결과물이었다. 2차전지 특정 종목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 수요가 광기로 점철됐던 시기, 과도한 밸류에이션이라 평가하고 담지 않은 것이 패착 아닌 패착이 됐다. 하지만 가치투자 펀드 매니저 관점에서 오버슈팅 종목을 판단하는 이성적인 접근임에는 분명했다.
2년간 고문자격으로 조직에 남기로 한 만큼 당분간 시장에서 그의 이름을 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지않은 나이에도 야전사령관으로 끝까지 남아 가치투자의 명맥을 이어온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신영금융의 원클럽맨으로 뛰었던 허남권 대표의 인생 2막은 뭘까. 그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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