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IB파트 임원들을 만나면 하우스만의 강점을 물어보곤 한다. 숱한 이직 제의가 있었을텐데도 굳건히 수십년을, 한 하우스에서 버텨낸 있던 배경이 궁금해서다."저희 하우스 강점이요?…주니어 직원들이 일 배우기 좋은 곳이죠." 얼마 전 만난 NH투자증권의 한 기업금융 임원은 다소 신선한 답변을 줬다. IB업계 내 위상, 자금력 혹은 특유의 기업문화 등을 예상 답변으로 생각하던 터라 어리둥절했다. 일종의 사관학교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뜻일까.
그는 NH IB파트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개척 정신'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단순한 딜 보다는 이전엔 없던 새로운 딜 구조를 창조하려는 기조가 깔려있다. 회사채 등 스탠다드 딜에 집중하는 출혈경쟁은 지양하고 블루오션을 발굴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평이다.
작년 SKC 매수자문 딜을 예시로 들었다. 엑시트를 원하는 헬리오스PE와, 투자처를 찾고 있던 SKC 양측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 사례다. IB업계에 시사하는 부분도 남달랐다. SK그룹은 M&A자문을 해외 IB들에게 맡기는 편인데 국내 증권사인 NH가 그 관례를 깨고 자문 딜을 따냈다.
총 3개 파트가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기업금융본부 내 FI파트는 헬리오스PE한테서 ISC라는 회사 매각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SK그룹을 담당하는 SI 파트는 SKC를 설득했으며 어드바이저리본부는 자문을 담당했다. IB조직 내 3개 파트의 팀워크로 이전에 없던 시너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만일 저희 직원들이 SKC 회사채 업무를 하는 자금부만 쫓아다녔다면 기회는 절대 없었을 것입니다. 평소 회의때 (다른 RM들은 잘 접촉하지 않는) 기업의 BM혁신실이나 전략 담당 부서를 만나라고 강조를 거듭하는 이유죠. "
그는 대화 내내 틀에 박힌 딜 보단 창조적인 딜을 하고 싶단 소신을 밝혔다. RM 경력만 30년 가까이 해온 이의 열정이 반갑고 대단했다. NH 원로RM들의 개척정신이 오랜기간 IB업계에 미쳤을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찾아보니 2010년 주주배정 BW 구조를 처음 만들고 시도한 것도 NH증권이었다. IB업계 역사 속 파이오니아(Pioneer) 같은 역할을 해온 셈이다.
불현듯 NH의 강점이 뚜렷해지는 듯했다. 약간의 차별화된 시각, 십수년간 발로 뛰어다니며 만들어낸 네트워크.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최고의 원칙이라고 믿어온 RM들이 모여있는 집합체. 지금의 NH IB를 견고하게 지탱해온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NH증권은 CEO 교체를 앞두고 있다. 왕관을 내려놓은 정영채 사장은 최근 통화에서 "NH의 IB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후배들 덕분"이라고 지난 20년 NH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정 사장과 IB 구성원들이 지켜온 '개척 정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CEO가 부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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