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바이오는 지금]팩티브 상업화 실패 교훈, 항암 승부수 '아베오 활용법'②후기임상 및 상업화 역할, PMI 끝 선명해진 아베오 롤모델 '로슈&제넨텍'
최은수 기자공개 2024-03-14 08:59:54
[편집자주]
LG그룹의 40년 바이오 집념은 제미글로와 팩티브라는 국산신약을 만들어낸 저력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신약은 쉽지 않은 길, LG그룹 역시 붙였다 떼었다 하는 부침을 겪었다. 그리고 LG화학 품에 다시 안착한 지 7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만들어 낸 성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국산신약 1호라는 타이틀을 넘어 '빅바이오텍'이 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력 전략은 '항암신약', 퀀텀점프를 위해 예열 중인 LG화학 바이오의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바이오 사업의 매출 볼륨을 확대해준 '아베오파마슈티컬스(아베오)'에 대한 활용법에 시장의 관심이 몰린다. 미국 바이오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방법론에는 의문이 든다.하지만 이 같은 의문은 M&A 이후 양사의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다. 항암에 특화한 아베오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시키고 권한을 존중했다. 이 점에서 과거 팩티브의 FDA 품목허가를 받고도 상업화엔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단 의지가 엿보인다. 혁신신약으로 구분되는 항암 확장을 위해 제넨텍과 손을 잡은 로슈의 PMI 모델도 벤치마크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목 집중된 PMI, CFO 외 임원 변화 최소화하고 '전·후기 나눈 사업 구조'
LG화학의 아베오 인수 건은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신약을 보유한 바이오텍을 처음 인수한 사례로 회자된다. 인수 그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LG화학이 어떻게 PMI를 진행하고 임원진 전열을 어떻게 정비할 지도 관심사였다.
인수 초기 아베오 이사회에 일부 구성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 등기이사인 에릭 루세라(Erick Lucera) CFO가 내려오고 정진철 LG화학 담당(사진)이 자리를 채웠다. 정 담당은 LG화학 임원급 인사는 아니지만 경영관리·지원분야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재무통이다.
이외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 이동수 CBL 법인장 등이 등기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 아베오의 최초 이사회 구성이 공개될 때만 해도 PMI를 통한 대대적인 변화를 점쳤던 배경이다.
다만 LG화학은 이사회를 LG화학측 인물 중심으로 꾸리되 그밖에 아베오 임원 대부분을 유임하는 길을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클 페라레소(Michael Ferraresso) 최고상업화책임자(CCO), 젭 레델(Jebediah Ledell)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도 자리를 이어가는 점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아베오는 현재 LG화학의 손자회사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이사진 개편이 이뤄졌고 그룹 신학철 부회장이 사업전반 의사결정 총괄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아베오의 헤리티지 그대로 존중해서 가는 기조 속에서 기존 인재들의 이탈은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요지는 항암시장 연착륙, '로슈&제넨텍' 모델 벤치마킹도
이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초기 연구 및 후보물질 발굴을 맡고 아베오가 후기 임상 및 상업화를 맡는 업무 이원화 로드맵에 따른 구상이다. '항암' 분야에 특화한 아베오와 그 안에 있는 전문가들의 역량을 믿겠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유망 항암 선도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 및 초기 임상 그리고 상업화 공정개발을 맡는다. 아베오는 항암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전담한다.
아베오에 후기 임상 및 상업화를 맡긴 배경은 실패에서 비롯한 의지로 해석된다. LG화학은 자체 후기임상과 개발을 통해 FDA 문턱을 넘었던 경험이 있지만 상업화에서는 실패한 적이 있다. 20년 전 항생제 '팩티브'가 그 주인공이다.
항암제와 항생제가 같은 혁신신약이더라도 시장에 안착하는 난이도 측면에서 항암제가 월등히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확실한 판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체 항암신약을 내놓 경험이 있는데다 직접 판매까지 하고 있는 아베오를 통해 혁신 항암신약의 비전을 그리겠다는 계산이다.
LG화학이 항암신약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자체 보유한 항암 파이프라인이나 프로그램, 임상 수행 능력이 열위하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다. 아베오는 매출 외형을 늘려주는 동시에 열위한 역량을 보강해주는 승부수인 셈이다.
LG화학은 팩티브로 자체적으로 다국가임상(MRCT)를 수행한 이력은 있었지만 이는 역시 어디까지나 '비항암' 영역이었다. 현재 진행중인 티굴릭소스타트의 MRCT 3상도 항암이 아닌 통풍 치료제 개발이다.
이 같은 LG화학의 전략은 미국 항암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바이오텍 제넨텍을 인수했던 스위스의 로슈 사례를 참고해 움직인 모습이다. 로슈는 1896년 출범 초 비타민 회사로 시작해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화학물질을 앞세워 성장했다. 다만 사업에 한계를 느끼고 1990년대 들어 진단사업과 더불어 급성장하기 시작한 미국 항암 시장에 관심을 뒀다.
미국 항암 영역은 로슈도 처음 진출하는 만큼 부담이 있었다. 이에 당시 경영난에 부딪혔던 바이오벤처 제넨텍의 지분 60%와 항암신약 3종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대신 '경영권을 보장하는' 딜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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