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그룹 3세 박세창 금호건설 총괄부회장이 올해도 이사회 합류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박 부회장 중심의 '원톱체제'가 꾸려진 만큼 책임경영 측면에서 이사회 합류가 전망됐지만 최종 불발됐다. 대신 금호건설 재무부문 임원들로 이사회를 보강해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한다. 그 외 감사위원 선임 관련 주주총회 결의에 대한 정관 변경의 건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박 부회장이 사내이사 후보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금호건설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관리부문 사장인 박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원톱체제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서재환 전 대표이사가 경영 전반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리고 박 부회장은 관리부문 사장으로서 재무 등 내부 살림을 살폈다.

올해는 금호가 오너 3세인 박 부회장이 경영권 최상단에서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구도가 형성된 만큼 업계에서는 그가 이사회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사내이사 2명이 교체될 예정인 가운데 금호건설 조직도 최상단에 위치한 박 부회장의 이사회 합류도 당연한 수순으로 관측됐다.

박 부회장이 금호고속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점도 금호건설 이사회 합류 전망의 근거로 꼽혔다. 박 부회장은 2021년 3월부터 금호고속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주사격인 금호고속에서 이미 이사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금호건설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오너경영 강화를 결정한 GS건설과도 대비되는 결정이다. GS건설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허윤홍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을 표결에 부친다. 지난해 말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만큼 이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박 부회장의 이사회 미참여를 두고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의식한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스스로 안전 및 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관련 의무를 위반한 상황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다.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은 만큼 금호건설에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박 부회장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작다. 경영총괄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인 데다 이사회 업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은 박 부회장 대신 조완석 대표와 서원상 경영관리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기획과 재무, 경영 등 금호건설의 살림을 책임졌던 '재무통'이다.

1966년생인 조 대표는 1994년 금호건설에 입사한 30년 금호맨이다. 해외영업팀에서 업무를 시작한 그는 2014년 재무담당 상무로 발탁되며 임원을 달았다. 이후 전략재무담당 상무와 경영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서 본부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전략기획팀장직을 수행하며 조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2018년에는 조 대표 승진으로 공석이 된 전략재무담당 상무직을 맡았다. 이후 전략기획담당 상무직을 수행하다 지난해 말 경영관리본부장으로 발탁됐다.

금호건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두 자리뿐인 사내이사직을 모두 재무통들에게 맡긴 만큼 새로 꾸려지는 이사회의 최우선 목표는 재무안정성 강화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건설이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CFO 직급을 상무에서 전무로 한 단계 높이고 관련 조직을 본부급으로 격상한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금호건설 재무안정성은 악화되는 추세다. 2021년 162.1%였던 금호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211.26%, 2023년 259.76%로 2년 새 100%포인트(p) 가까이 급증했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본총계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부채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에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위험'으로, 300%를 상회하면 '고위험'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