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레짐 시프트]'회장직 신설' 통과, 고개 저으며 퇴장한 유일링 이사2시간 주총 대부분 회장직 논란 토론, 큰 반대 없이 모든 안건 통과
정새임 기자공개 2024-03-15 15:26:10
[편집자주]
'지배하지 않는다'로 압축되는 유일한 정신으로 100년 역사를 가진 유한양행이 변하고 있다. 30년만에 회장 및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한편 누군가는 수년째 고위 경영직에 자리하고 있다. '순혈'을 제치고 외부 인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변화도 있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꾸린 스튜어드십 역린을 건드는 것일까, 글로벌 혁신신약 렉라자의 상업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단일까. 더벨은 '레짐 시프트(Regime shift)'를 겪고 있는 유한양행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15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논란을 빚었던 회장직을 신설하게 됐다.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비롯해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일부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도 있었지만 유한양행 OB를 주축으로 한 다수 주주가 회장직 신설에 찬성해 무리없이 통과됐다.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창업주 후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국민들은 오늘 일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조욱제 대표 "명예를 걸고 다른 목적 없다…글로벌 진출 위한 길"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주주총회는 유독 많은 취재진과 주주들로 북적였다. 4층 대강당에 인원을 다 받지 못해 15층에 별도 회의실과 프레스룸을 각각 마련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정관 변경이었다. 유한양행은 회장직을 신설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이는 곧 '특정인의 사유화 목적'이라는 의혹으로 번졌다. 주총 직전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직계후손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회사 직원들이 자비를 모아 트럭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서도 정관 변경 안건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약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주총은 대부분 회장직 신설에 대한 토론으로 채워졌다.
조욱제 대표는 회장직 신설 필요성을 설명해달라는 주주의 물음에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R&D에서 많은 인재를 영입한 결과 6개 본부의 7인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곧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위해 회장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 명예를 걸고 이번 직급 신설에 다른 목적은 없다"며 "언젠가는 진행해야 할 일이었고 누가 언제 추진하던지 같은 의혹을 받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주의 요청으로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짧게 공개발언을 했다. 유 이사는 대놓고 회장직 신설을 반대한다고 표명하진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뜻과 이상이 담긴 경영정신이 이 회사의 나아가야 할 길이 되어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큰 탈 없이 통과된 안건…손녀딸, 유감 남긴 채 주총장 떠나
'왜', '이 시기에' 회장직 신설을 추진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의견은 회장직 신설이 곧 특정인의 사유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유한양행 OB와 생산노조를 주축으로 한 주주들이 회장직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분위기는 여론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이들은 과거 수십년간 유한양행을 다닌 임직원이자 주주들로 사모임 유우회를 운영하고 있다. 공식적인 기구도 아닌 사적 모임이지만 약 4000여명의 전직 직원들이 모여있어 존재감이 꽤 크다.
이번 회장직 신설에 대해 이들은 "회장직 신설이 곧 특정인의 사유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44년 전과 비교하면 유한양행은 매출 380억원에서 2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된 만큼 필요한 수순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투명하게 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다. 이들은 "창업주의 정신을 지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추천위 등을 마련해 선임에 객관성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는 짧은 공개발언 이후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안건 통과 후에는 "할 말이 없다"며 더욱 말을 아꼈다.
하지만 주총이 끝난 후 OB 주주 대표를 향해 "당신들의 의견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국민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 이사는 "내가 오늘 어떤 심정일지 내 말을 모두 들었으니 다들 잘 알 것"이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주총장을 떠났다.
오늘 주총에서는 회장직 신설과 함께 조욱제 대표와 이정희 의장의 재선임 안건도 함께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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