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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구멍난 '바이오텍' 황금낙하산

한태희 기자공개 2024-03-20 09:20:1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금 외 보상액으로 해임 및 사임 후 7일 이내 대표이사에게 100억원을 지급한다."

황금낙하산은 바이오텍 정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항이다. 거액의 퇴직보상금 지급 규정을 통해 인수 비용을 높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기업의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는 효과적 수단이다.

매출 없는 바이오텍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버티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주가 발행되거나 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적대적 M&A의 위험도는 높아진다. 바이오텍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황금낙하산을 펼친다. 엔지켐생명과학, 아이센스, 펩트론, 진원생명과학 등 기업들이 현재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대부분 10% 안팎이다.

황금낙하산은 주주 입장에서 경영진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기업 성장에만 매진할 안정적 환경이 주어진다. 이렇게만 보면 경영진과 주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텍의 황금낙하산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면서다. 정상적 M&A를 방해하고 방만한 경영진의 엑시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05년 코스피에 입성한 진원생명과학은 황금낙하산을 보유한 1세대 바이오텍이다. 마땅한 연구개발 성과 없이 지난 19년간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 지금까지 11번의 유상증자와 4번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업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런 와중에도 증자가 반복되며 피해는 기존 주주에게로 향했다. 작년에는 대표이사가 연 100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수령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경영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진 순간이었다. 주주연대를 통해 주주제안에 나선 주주들은 황금낙하산 조항 폐지를 건의했다.

회사도 수긍하며 한 발 물러섰다. 작년 말 열린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과 황금낙하산 조항 폐지를 안건으로 올렸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결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주총에서 같은 안건을 다시 다룰 예정이다.

소액주주의 움직임이 바이오텍 거버넌스 변화를 이끈 사례다. 밸류업 훈풍 속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주총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소액주주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액트 등 주주행동 플랫폼도 성행하고 있다.

경영진을 견제할 가장 강력한 수단은 거래소도 금융당국도 아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다. 본래 취지와 달리 악용되는 제도는 언제나 견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주중심 행동주의가 바이오텍의 건강한 경영에 앞장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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