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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을 움직이는 사람들]'넥스트 스텝' 준비하는 이상균 사장①친환경·미래 선박 기반 '비전 2030' 주도…40년 경력 생산 전문가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22 07:30:03

[편집자주]

HD현대그룹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이뤄진 뒤 약 4년이 지났다. 초기 적자에 시달리던 HD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을 비롯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들도 체질 개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와 성장의 과도기에 있는 HD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는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명예회장이 쓴 자서전의 제목이다. HD현대중공업을 이끄는 이상균 대표이사 사장의 지론도 이와 같다. 위기를 마주하더라도 이를 도전과 혁신, 성장의 기회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이라는 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함으로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HD현대중공업의 시련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본다. 친환경 미래 선박을 둘러싼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감한 목표 앞세운 실적 개선…'장밋빛 미래' 경계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그룹에 속한 조선3사 중 '큰형님'격인 기업이다.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앞서 조선,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여러 사업이 뭉쳐 있던 현대중공업은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2016년 각 사업별로 분사했다. 그리고 조선부문만 남은 현대중공업은 2019년 또다시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현재 HD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됐다.

이 사장이 HD현대중공업 분할 등의 사업 재편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HD현대그룹 조선업에 종사해 왔다. 1961년생으로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주로 선박건조 현장에서 근무했다. 2011년 임원에 오른 뒤에도 생산을 주로 담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생산본부장을 지냈고 생산 공정을 안정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말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에 올랐다. 분할을 마친 HD현대중공업에 복귀한 건 2020년 5월 일이다. 중대재해 발생을 계기로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가 하수 부사장에서 이 사장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후 2021년 10월 한영석 부회장과 공동대표체제를 구축했다.


회사 실적이 한참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매출 8조3120억원에 영업적자 8003억원을 기록했다. 강재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대규모 충당부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과감한 실적 목표를 수립했다. 2030년 매출 21조원,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뼈대로 하는 '비전 2030'을 2022년 4월 임직원과 공유했다.

매출의 경우 이미 목표의 절반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9조455억원에서 지난해 11조9639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수익성도 영업손익이 흑자전환하는 등 개선되는 모습이다. 2021년부터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의 수주가 증가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같은 실적 개선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금 외부에서는 '조선업에 호황이 돌아왔다, 슈퍼 사이클에 들어섰다'는 장밋빛 얘기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가 현장에서 느끼는 실제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며 "외부의 시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고 명실상부한 호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주 호황 지속이 관건…친환경 경쟁력 최우선 과제로

경영 성과가 좋았음에도 이 사장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재의 수주 호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HD현대그룹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은 앞서 2000년대 초중반에도 슈퍼 사이클에 이은 불황을 거친 바 있다. 이 사장도 이런 업황의 변동을 겪은 당사자다.

언제 바뀔지 모를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 사장은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이 사장이 수립한 비전 2030의 핵심은 단순히 실적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친환경, 지능형 선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중 하나인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는 이미 단단한 입지를 구축해 다량의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암모니아·수소 운반선, 자율운항 선박 등 앞으로 계속 수요가 늘어날 미래 선박을 자체적으로 건조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 사장은 "환경이나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중공업도 방향을 바꿔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준비하면 얼마든지 미래 먹거리가 나올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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