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전쯤 이야기다. 휴대폰이 낡아 새 기기를 사야겠다는 할머니를 모시고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다. 물론 할머니 스스로도 휴대폰을 고르고 요금제를 선택하실 수 있었지만 그 땐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휴대폰을 바꿀 때 젊은이 한 명이 동행하는 게 룰이었다.각종 할인 정책, 지원금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가족이 나서줬다. 온라인을 샅샅이 뒤져 어떤 기종의 휴대폰에 단말기 지원금이 많이 나오는지 또 조금이라도 지원금을 많이 얹어주는 대리점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는 건 필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이 생겨났다. 누구는 비싸게, 누구는 싸게 사는 휴대폰 유통 구조를 바꾸고 통신 가계 부담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조부모님, 부모님을 모시고 대리점을 방문하는 일이 없어졌다. 동행해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이제 어차피 다 비싸. 공짜폰은 없어. 거기서 거기니까 선택약정할인이나 공시지원금 둘 중에 뭐가 더 싼지 계산해달라고 해서 사면돼"라고 답하고 말았다.
이 단통법은 시행 10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경쟁을 통신요금 인하로 바꾸려했지만 실패했다. 통신요금은 싸지지 않았고 부모님을 향한 내 답변처럼 모두가 차별 없이 비싸게 휴대폰을 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법 폐지에 앞서 부활한 건 번호이동지원금이다. 최근 기존 단통법 시행령에 '전환지원금' 요건이 추가됐다. 한동안 금지된 번호이동 고객 추가 지원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책정한 상한선은 50만원, 시장에서 내놓은 지원금은 3~13만원이다. 벌써부터 차이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조삼모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동통신 3사는 한정된 마케팅 재원 외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 포화상태인 국내 이통 시장에서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진지 오래다. KT는 4%대도 겨우 지키고 있다. 충성고객을 만들기 위해 가족결합 할인 등에 쓰이던 통신사 마케팅비가 단말기 지원금으로 용처와 명칭만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통신 부담 인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해 보인다. 통신사업자의 구미를 당기게 할 당근이 있어야 마케팅 예산 지갑도 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에서는 AI 등 이통사의 신사업을 육성해주며 통신비 인상에 대해서는 고삐를 쥐는 방안도 거론된다. 모쪼록 10년 만에 나타난 새로운 '패' 단통법 폐지가 조삼모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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