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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펀딩 생태계 점검]'RWA 엄격 관리' 얼어붙은 캐피탈 투심, 출자 규모 줄어드나④매년 위험자산 가중치 증대, 프로젝트 펀딩 난이도 급상승

김예린 기자공개 2024-03-22 08:07:39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15:5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요 ‘쩐주’를 꼽는다면 당연 연기금·공제회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자금을 태우며 굵직한 딜들의 클로징에 기여해왔다. 국민연금공단(NPS) 같은 경우는 전세계를 통틀어 펀드레이징 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이 드는 연금이 단 하나인 나라는 드문 탓이다.

연기금·공제회가 앵커 LP 역할을 해준다면, 캐피탈사들은 펀드레이징에 있어 마지막 퍼즐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수십억원부터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출자하는 캐피탈사의 행보가 프로젝트 펀드 시장에서 ‘가뭄의 단비’가 돼왔다. 앵커 LP가 정해지면 딜 종결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빠르게 출자를 승인하면서 딜클로징에 기여하는 형태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캐피탈사들의 투심이 조금씩 얼어붙는 모양새다. 금융지주사들이 바젤3 규제에 맞춰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속도를 내는 탓이다. 기존부터 출자가 활발했던 캐피탈사들은 투자가 제한적인 반면, 최근 투자를 시작한 캐피탈사들은 새로운 ‘쩐주’로 등극하는 모양새다.

◇리스크 관리 탓 캐피탈사 출자 규모 줄어, 펀딩 난항 심화

RWA 관리가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바젤3 규제가 존재한다. 바젤3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 고안한 은행권 리스크 규제다. 2013년부터 순차 도입됐고, 지난해부터는 그간 도입되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적용돼 규제가 더 강화됐다.

바젤3 규제상 금융지주들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10.5%를 넘어야 한다. BIS 비율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전체 RWA 대비 자기자본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자본적정성 비율이다.

RWA는 투자하거나 빌려준 돈을 위험 정도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으로, 위험이 높을수록 가중치를 높게 적용해 산출한다. 작년까지는 비상장사와 상장사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가 각각 150%, 100%였다. 올해부터는 가중치가 매년 50%p, 30%p씩 올라가기 때문에 2028년에는 각각 400%, 250%로 늘어난다.

예컨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등 금융기관이 펀드에 1억원을 출자하면 금융지주는 4배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셈이다. RWA가 늘면 BIS 비율까지 위협을 받는 탓에 금융지주마다 RWA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은캐피탈 등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가 아닌 이상 모든 캐피탈사들이 앞으로 비상장·상장사를 대상으로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 출자로 간접 투자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캐피탈사 1~2곳만 출자를 줄여도 딜 종결성이 떨어지는 탓에 같은 딜을 검토 중인 다른 캐피탈사들의 투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산하 신한캐피탈은 과거부터 기업 투자에 활발했던 탓에 담아둔 자산이 많아 다른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보다 RWA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투자금융 영업자산은 약 4조6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약 36%를 차지한다. 리스·할부금융 자산이 많은 경쟁 캐피탈사와 달리 운전자금 중심의 일반기업대출, 유가증권·신기술사업금융 투자 비중이 높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부동산PF 가운데 중·후순위를 최근 많이 늘렸기 때문에 위험자산 규모가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캐피탈은 전통적으로 펀드 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거나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며 “투자 자산이 다른 캐피탈사들에 비해 많다는 점에서 RWA 관리에 더욱 민감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크게는 300억원까지 출자했던 신한캐피탈이 최근에는 수십억원 규모만 출자하고 있다”며 “투자금이 회수되는 만큼만 출자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출자 나선 JB우리·KB캐피탈 등은 투자 확대

이와 달리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 등 최근 투자금융업에 진출한 여전사들은 출자에 활발한 모양새다. KB캐피탈의 경우 그간 'KB차차차'를 기반으로 중고차금융업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투자금융분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22년 1월부터 펀드 출자를 본격화해 지난해 투자자산은 6700억원을 쌓았다. 올해 3500억원을 더 출자해 연말 1조원 수준(투자 상환 감안)의 투자자산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JB우리캐피탈은 공격적인 출자 행보에 ‘JB모간’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올해 6000억원 가량을 자본시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대형은 물론 중소형 블라인드 펀드의 LP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다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공동운용(Co-GP) 펀드를 결성해 일부 금액을 책임지는 등 GP로서도 영역을 확대 중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쩐주'들을 잘 찾아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딜클로징 가능성을 높이는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RWA 이슈로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출자 규모를 늘리기가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캐피탈사마다 대표나 모회사의 성향, 기존 투자한 투자금융업 자산액 등에 따라 출자 규모가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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