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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중대재해 위기 현재진행형, '안전 대표' 노진율 사장 주목②안전경영 강화 조직개편 앞장…'중대재해 없는 1000일' 도전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26 07:19:51

[편집자주]

HD현대그룹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이뤄진 뒤 약 4년이 지났다. 초기 적자에 시달리던 HD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을 비롯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들도 체질 개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와 성장의 과도기에 있는 HD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는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덩치가 큰 기업들은 대표이사의 책임을 분담해 2인 이상으로 나누곤 한다. HD현대중공업도 그렇다.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이상균 사장, 안전경영과 동반성장을 담당하는 노진율 사장이 함께 회사를 이끈다. 노 사장의 경우 최고안전책임자(CSO)인 안전통합경영실장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노 사장이 맡은 안전경영은 HD현대중공업처럼 대규모의 산업현장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산업재해 예방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노 사장의 역할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안전, 기본부터 다시 시작"…조직 확 바꿨다

노 사장은 1964년생으로 경북대 회계학과를 나왔다. 198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인사와 총무 등 경영지원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2013년 임원에 올라 경영지원본부에서 일했고 2017년부터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2019년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HD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되자 HD현대중공업으로 이동해 경영지원본부장과 동반성장실장을 겸임했다.

독립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는 중대재해였다. HD현대중공업은 잇따른 중대재해 발생으로 정부와 노동계의 눈총을 받고 있었다. 2020년 5월 노동자 사망사고로 조선사업 대표가 하수 부사장에서 이상균 사장으로 바뀐 뒤에도 사고가 이어졌다.

(왼쪽부터)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정병천 금속노조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노진율 HD현대중공업 사장이 2023년 10월 조선소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2021년 연초부터 5월까지 사망사고가 2건이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감독에 나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2022년 1월28일 HD현대중공업은 부사장이었던 노 사장을 승진시켜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중책을 맡겼다. 노 사장은 "안전에 관한 시설, 장비, 교육 등 모든 것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곧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HD현대중공업 안팎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와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안전기획실과 현장 안전을 담당하는 각 사업부의 안전 조직을 합쳐 안전통합경영실이 만들어졌다.

노 사장이 안전통합경영실장에 오름과 함께 전사적으로 유기적인 안전 협력체제가 구축됐다. 대표이사와 사업대표 등이 참가해 안전경영을 점검하는 안전경영위원회, 현장의 안전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안전·생산심의위원회 등 안전 컨트롤타워가 마련된 것이다. 노 사장은 2개 위원회에 동시에 참여하며 중대재해 근절 논의를 이끌었다.

현장의 각종 위험요소를 발굴해 개선하는 데도 주력했다. 발판, 조명, 환기 시설 등 조선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시에 안전사고 발생과 관련이 높은 시설물들에 주목해 개선에 나섰다. 사외 협력사들을 대상으로도 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중대재해 위험 계속…경영 영향은

강화된 안전경영의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4월2일 이후 2023년 말까지 약 1년9개월을 중대재해 없이 보냈다. 2023년만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 창사 후 처음으로 중대재해가 1건도 발생하지 않은 해였다.

이에 노 사장은 올 초 '중대재해 없는 1000일'을 목표로 제시하며 12월27일까지 사고 없는 현장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단지 목표를 내세우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 위험성평가 활성화, 고위험작업 안전관리 강화 등 각종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중대재해 없는 1000일 도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 2월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 사장을 필두로 한 경영진이 안전경영 수준을 끌어올렸어도 현장에는 여전히 빈틈이 있다는 것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의 중대재해 발생이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 사장과 함께 HD현대중공업 대표를 맡고 있는 이 사장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2021년 2월 일어난 사망사고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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