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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박종호 심사역 “블록체인 추상화·동형암호 기술 주목”슈퍼인턴에서 해시드벤처스의 기둥으로…오버월드·나비 프로토콜·타이코랩스 발굴

이채원 기자공개 2024-03-27 09:10:3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시드벤처스는 좋은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블록체인 업계 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 있는 모험자본을 글로벌 유망 기업에 투자하면서 세계 곳곳에 깃발을 꽂는 국가대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종호 해시드벤처스(사진) 심사역은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해시드벤처스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박 심사역은 해시드벤처스를 구성하는 4명의 심사역 중 한 명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있다. 해시드벤처스의 심사역은 한국에 한 명, 미국에 한 명, 싱가포르에 두 명이 상주하고 있다.

해시드벤처스는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탈(VC)로 해시드의 자매사다. 대규모의 민간 자본으로만 대형 벤처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2020년 11월 1200억원 규모의 ‘해시드 벤처투자조합 1호’를 결성했으며 2022년에는 2400억원 규모의 ‘해시드 벤처투자조합 2호’를 내놨다. 올해는 2500억원 규모의 3호 펀드를 준비 중이다.


◇오버월드·나비 프로토콜·타이코랩스 발굴…사용자와의 커뮤니티 중요

박 심사역은 해시드벤처스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해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그가 투자한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오버월드, 나비 프로토콜, 타이코랩스다. 오버월드는 크로스-플랫폼 멀티플레이어 RPG 게임 개발 스튜디오다. 약 133억원 규모의 오버월드 시드투자에서 해시드벤처스는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박 심사역은 게임 프로덕트를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파운더가 마켓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하며 사용자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웹2에서 하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프로덕트만 잘 만든다고 해서 사용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않는다”며 “오버월드는 우수한 프로덕트를 가진데다 파운더인 제레미 혼 COO가 사용자들과의 커뮤니티 플레이를 매끄럽게 하는 모습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플레이와 프로덕트의 밸런스도 중요하다고 봤다. 박 심사역은 “커뮤니티 플레이란 한 프로젝트가 트위터에서 본인들만의 셀링 포인트를 잡아 사용자들에게 어필을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나가는 것을 말한다”며 “프로덕트, 커뮤니티플레이의 밸런스를 못 잡고 한쪽으로 치우친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버월드는 박 심사역이 연말 연휴도 포기하고 투자를 진행했을 정도로 정성을 쏟은 딜이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안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오버월드에 투자 하기를 원하는 투자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따라서 박 심사역은 발 빠르게 투자를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투자집행이 2~3개월 걸린다고 하면 오버월드는 한 달만에 진행됐다. 그 뒤에는 박 심사역의 뚝심과 파운더의 신뢰, 연휴에도 선뜻 나온 해시드벤처스 관계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이(SUI) 기반 원스톱 유동성 플랫폼 나비 프로토콜도 박 심사역이 발굴한 곳이다. 올해 1월 해시드에서 시드 투자를 단행했다. 나비 프로토콜은 신생 블록체인 중에 하나인 수이 생태계 안에서 보안성을 지키며 기존 자산 거래에 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박 심사역은 나비 프로토콜이 기술 통합성을 가진다는 점을 인상 깊게 봤다. 그는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는 하나의 기능에만 충실해 그 기능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프로젝트가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경우들이 많아 아쉬웠다”며 “나비는 사용자들이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도록 거래기회 접근, 보안 조치 등 기능 통합성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의 장점은 살리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솔루션에도 투자했다. 이더리움 레이어2 개발사 타이코랩스다. 약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에서 해시드벤처스는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타이코랩스는 개인정보 공개 없이도 데이터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영지식 증명을 통해 이더리움과의 높은 호환성과 탈중앙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이더리움은 높은 보완성을 유지하기 위해 느리고 비싼데 타이코랩스는 이더리움을 빠르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며 “예를 들어 이더리움 안에서 5만원짜리 토큰을 사고파는데 10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했던 부분을 300원의 수수료만 들게 만들어 주는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이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진입장벽 극복·개인정보 보호 기술 가진 프로젝트 '유망'

박 심사역이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추상화와 동형암호다. 추상화는 계정 추상화와 체인 추상화로 나뉜다. 계정 추상화는 개발자들의 언어를 대중화시켜 사용자들이 알 수 있도록 만들고 블록체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기술을 말한다.

체인 추상화는 체인에 대한 사용자들의 고민을 없애주는 기술이다. 박 심사역은 “우리가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할 때 아마존 웹 서비스를 통하는지 네이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지 전혀 상관 안하지 않나"라면서 "블록체인에서도 사용자들이 폴리곤 체인을 쓰는지 이더리움을 쓰는지 굳이 고민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동형암호는 연산 과정을 암호화 시킬 수 있는 4세대 암호기술이라고 불린다. 즉 블록체인 거래에 있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기술이다. 박 심사역은 “기본적으로 지금은 블록체인에서 프라이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블록체인은 A라는 사람이 B에게 이더리움을 보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형암호는 A가 B에게 이더리움을 보냈을 시 A를 가리거나 B를 가릴 수 있게 만든다. 더해서 열람 가능한 접근 권한도 세팅할 수 있다. 박 심사역은 “지금까지 블록체인에서는 증명만 있었는데 동형암호는 블록체인 안에서 돌아가는 모든 트랜잭션에 대한 암호화가 가능하고 거꾸로 보호화도 할 수 있게 만든다”고 전했다.

◇사회변화 경계에 있는 블록체인 매력 느껴…해시드벤처스 ‘슈퍼인턴’ 출신

박 심사역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권력구조가 어떻게 변해가지는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다. 따라서 사회 하부 구조에서 물리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느끼고자 건축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거듭하면서 소프트웨어가 발전을 하면 할수록 물리적인 공간이 바뀌기 이전에 사회적인 이념이나 새로 등장하는 군상이 바뀌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사회 변화의 경계에 있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한 결과 나온 것이 블록체인이었다. 박 심사역은 2020년 카투사 복무시절 크립토 투자에 도전했고 크립토의 가격 변동성을 보면서 투자의 개념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해시드와의 인연은 202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인턴으로 근무하며 해시드벤처스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크립토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성실함으로 회사에서 ‘슈퍼인턴’이라고 불리곤 했다. 투자처를 발굴하기도, 코리아블록체인위크의 초반 아젠다를 기획하기도 했다. 박 심사역의 역량을 발견한 해시드벤처스는 그의 대학교 졸업까지 기다리고 2023년 정식 채용했다.

박 심사역은 한국에 있는 모험자본을 전 세계 필요한 곳에 흩뿌리면서 깃발을 꽂는다는 사명을 가진다. 그는 “싱가포르를 넘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 새로운 곳에서 기회를 증폭시켜보고 싶다”며 “한국이 훨씬 더 글로벌한 환경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선봉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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