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스타트업 돋보기]"씨너지, 아시아 ESG 시장 넘버원 플랫폼 목표"③진용남 대표 "탄소배출권 '쉽게→제대로' 샀다 바꿀 것"…30억 투입, 유럽 소싱팀 셋팅
구혜린 기자공개 2024-03-21 08:29:13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폭염, 한파, 가뭄 등 이상 현상이 빈발하면서 인류는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배출 절감 등 기후 변화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글로벌 자본이 몰리기 시작한 배경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대부분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않은 초기기업이라 벤처캐피탈(VC)의 투자 비중이 높다. 글로벌 전체 투자 시장의 12% 비중을 차지한다. 더벨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사업 현황, 자금조달 이슈, 미래 청사진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장의 넘버원(No.1)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앞으로 론칭하는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ESG 라이프사이클'을 책임지는 플랫폼이 될 계획이다. 지금은 '씨너지를 통해 쉽게 구매했다'는 얘길 듣는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씨너지를 통해 제대로 구매했다'는 얘길 듣는 게 목표다."진용남 씨너지(CnerG)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씨너지는 2022년 말 환경 원자재 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정식으로 론칭, 사실상 올해가 사업 2년차인 스타트업이다. 'C레벨'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모건스탠리 출신의 'IB통' 진용남 대표가 골드만삭스에서 원자재 거래를 담당하던 박준우 CFO를 만나 씨너지를 설립했다.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등이 일반 원자재처럼 거래되는 시장에 매력을 느껴 창업을 결심했단 후문이다.
플랫폼을 찾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국적이 중요치 않다. 다국적 기업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RE100 달성을 위해 REC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그럼에도 국내 벤처캐피탈(VC)을 대상으로 프리A 브릿지 펀딩까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진 대표는 "해외 지향 비즈니스이고 워낙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국내에서 펀딩이 될까 싶었으나,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고 말했다.
◇"AI 도입, 기업 맞춤형 탄소배출권 추천할 것"
수요자 입장에서 씨너지를 사용할 만한 유인은 세 가지다. 씨너지는 △(구매 전) ESG 강화를 위해 어떤 환경 원자재를 구입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는 기업에 길 안내를 해줄 수 있으며 △(구매 시) 전세계 다양한 종류의 환경 원자재를 소싱해 가격을 제시할 수 있고 △(구매 후)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통해 기업이 보유한 환경 원자재에 대한 의미를 부여, ESG 리포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의 'ESG 라이프사이클'을 책임지고 싶단 목표 속에는 이같은 단계별 서비스가 설계돼 있다.
구매 전 단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씨너지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할 예정이다. 진용남 대표는 "지금 씨너지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굉장한 얼리어답터"라며 "영업을 해보니 중간 티어 다국적 기업들은 무슨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지를 몰라 고민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세일즈 오퍼레이션 팀이 수요 기업에 컨설팅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만, 회사의 기존 ESG 리포트만 업로드하면 적절 상품을 추천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탄소배출권을 거래 상품으로 도입하면서 이같은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탄소배출권의 경우 프로젝트의 종류가 100가지가 넘고 가격도 가지각색이다. 이에 기업의 주요 사업과 주요 ESG 활동을 기초로 '이 기업엔 나무심기 프로젝트가 적합하다, 이 기업엔 해양 프로젝트가 적합하다' 등 탄소배출권 프로젝트 추천이 매입에 주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REC가 씨너지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탄소배출권을 거래액의 40% 비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린 소믈리에, 환경원자재 금융상품화 선도"
진용남 대표는 REC를 '와인'에, 씨너지를 '소믈리에'에 빗대 표했다. 그는 "전통 원자재인 금은 빈티지를 따지지 않지만 REC는 다르다"라며 "어느 양조장에서 왔느냐, 언제 수확했냐 등 와인 레이블과 속성 카테고리가 대동소이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속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고객 니즈에 맞춤형으로 제공해주겠단 계획"이라며 "소믈리에가 굉장히 많은 와인을 접해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진 대표가 '구색'을 강조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환경 원자재는 일반 원자재와 달리 사회적 성격이 내포돼 있기에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으로 환경 원자재를 구입하는데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다. 예컨대 구글은 대규모 발전사업자의 REC뿐만 아니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REC도 구매해야 한다.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구매 행위기 때문에 단순히 저렴한 원자재가 아닌 몇달러부터 몇백달러까지, 세계 다양한 지역의 REC 및 탄소배출권 프로젝트를 필요로 하는 셈이다.
구색을 갖추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은 아직까진 없다. 씨너지는 환경 원자재 공급자가 부르는 가격에 상품을 구비하고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다행히 이 시장은 이제 막 뜨는 시장이라 제한된 자금력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원자재와 달리 계약금 선입금 개념이 없고 디지털인증서를 통해 허위매물이 제로(0)에 가까우며 현물시장 위주로 형성돼 있는 느슨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후 환경 원자재가 금융 상품화될 것이며 이 때 씨너지가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 강조했다. 진용남 대표는 "기업들이 환경 원자재 리스크 헷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금융상품화가 될 것이며 가격변동폭도 아주 커질 것"이라며 "우리 플랫폼은 금융상품 거래까지 고려해 만든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 원자재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금융상품화하고 리스크를 헷징하는 데 메인 플레이스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씨너지가 블룸버그, 로이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카시콘부터 슈나이더·S&P까지 '러브콜'
씨너지는 플랫폼 운영 2년간 구색을 갖춤으로서 저명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첫 REC 거래는 나스닥 상장사 '제트스케일러'다. 세계 여러 곳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제트스케일러를 위해 전역의 REC를 찾아 공급하며 글로벌 커버리지 필요성을 통감했다.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를 통해 탄소배출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단일 커버리지로는 태국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 태국법인 및 국내 한국전력과 같은 '태국전력청(EGAT)', 메이저 은행인 '카시콘뱅크' 등과 거래를 텄다.
씨너지에 먼저 '러브콜'을 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진용남 대표는 "본래 글로벌 컨퍼런스나 C레벨 네트워크를 통한 아웃바운드 세일즈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인바운드가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글로벌 전력회사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먼저 거래를 요청했으며 신용평가기관 'S&P' 쪽에서도 동남아권 환경 원자재 가격에 대한 리포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아시아권 원자재 소싱 강자이지만, 유럽 시장 제패도 멀지 않은 듯하다. 최근 퀀텀벤처스코리아 등을 통해 투자받은 30억원의 프리A 브릿지 유치액을 유럽 원자재 소싱을 위한 데스크 셋업에 썼다. 진 대표는 "최근 유럽 원자재 시장 스페셜리스트를 채용했고 이달 초부터 근무를 시작했다"며 "한국, 싱가포르, 미국 법인을 통해 세 메이저 마켓을 모두 커버하며 유럽과 아시아간 거래에 특화된 플랫폼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너지 자체 ESG 강화 차원에서 중견 기업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진 대표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중소기업 두 곳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했다"며 "GM 등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넷제로 미달성시 원청업체 심사 감점을 받는다고 고민을 했는데 이를 해결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넷제로는 결코 기업이 홀로 달성할 수 없기에 꾸준히 중소기업 매칭 사업을 진행하며 ESG 목적의식에 부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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