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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 '결정적' 골든타임 [thebell desk]

김경태  산업2부 차장공개 2024-03-26 10:25:2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 그대로 '칩워(Chip War)'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을 시행했다. 이 법을 근거로 지난 20일(현지시간) 인텔에 최대 195억달러(약 26조1495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차대한 순간에 국익 앞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전격전을 보여주는 미국의 힘을 절감하게 했다.

한때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주름잡았지만 쇠락했던 일본마저 흙먼지를 날리며 뛰고 있다. 이제 반도체업계의 주류에서 밀려나 '페이드아웃' 됐다고 바라본 시선을 보란 듯이 비웃고 있다. 일본 역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앞세워 대만 TSMC의 공장을 자국 내에 유치하는 등 '권토중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마음속 한 편에 찜찜함이 생긴다. 미국·일본·대만과의 협력 관계이기 때문에 안일한 건 아닌지, 한국경제의 항공모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체적인 투자와 활약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현재 국면이 광범위하고 입체적 시야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단순히 반도체를 제조하는 대기업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밸류체인 내 기업들도 조력한다. 원료부터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는 생태계를 자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수백, 수천 개의 기업이 동원되는 거대한 진군이다.

최종적으로 반도체가 생산되기까지 투입되는 소재와 부품, 장비(소부장) 기업들은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에 따라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전쟁으로 따지면 항공모함은 아니지만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일본의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지원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원부자재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주요 5개 기업이 점유한다. 이 중 일본의 신에츠, 섬코 2개사가 50% 이상을, SK실트론이 10% 중후반대로 3위다.

일본은 최근 섬코의 12인치(300mm) 웨이퍼 공장 증설 투자에 2250억엔(약 1조9900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50억엔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제조원가에 반영하면 섬코는 경쟁사에 비해 약 30%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업계 1위 신에츠 지원에도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리도 적시에 과감한 대응책이 없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다시 추격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반도체 웨이퍼업계만이 아니라 소부장 분야 곳곳에서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일이다.

마침 정부에서 '특화단지 범부처 지원협의체'의 검토를 거쳐 이달 말까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지원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계의, 글로벌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훗날 역사를 뒤돌아봤을 때 단순히 현재에 충실하기 위한 정부의 '도전과 응전'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국가경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으로 기록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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