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행동주의를 실천중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과 손을 맞잡으며 주주총회에서 대타협을 이뤄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또한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신사업 투자를 지지하는 의미로 배당금 증액과 같은 주주환원책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측의 긍정적인 변화에 호응했다.이번 주주총회에는 사측 인사를 포함해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 일부 소액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석, 약 100석 규모의 강당을 꼼꼼히 채웠다. 의결권 있는 전체 발행주식수 가운데 87.25%의 의결권이 행사되는 등 상당한 표결 참여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주주제안 이사후보자 3명 전원 선임...트러스톤 "변화 환영"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스카이홀에서 열린 63기 태광산업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측과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 모두 가결됐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의 건 등 모든 안건에서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렇다할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며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정관일부 변경의 건에는 ESG위원회 신설, 불필요한 사업목적 삭제 등이 포함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제반이 마련됐다. 아울러 분리선임 감사위원을 1명으로 명시하기로 결정, 그간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충돌을 빚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조항을 명확히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제안한 3명의 이사후보자들도 모두 선임됐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정안식 사내이사 후보자, 감사위원이 되는 김우진 사외이사 후보자, 안효성 사외이사(감사위원 겸임) 후보자를 선임해줄 것을 태광산업에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주주제안 후보자 선임은 일찍이 확실시 돼왔다. 태광산업이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ESG경영 선포를 통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목표로 설정한 데 따른 적극적인 변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의 변화가 포착된 이번 주주총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또한 사측이 내민 손을 맞잡으며 환영의 뜻을 건넸다. 이날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부문대표는 "그동안 2대 주주로서 태광산업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회사와 꾸준히 소통해왔다"며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회사가 전격 수용한 것은 회사와 대주주가 우리의 진심을 믿어준 결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주총에서는 배당금 증액 같은 주주환원책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국내 상장사 최저수준인 PBR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개선과 보유중인 자산의 효율적 활용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대립각 세우다 작년 하반기 들어 화해무드 돌입
양사로서는 3년만에 공식적인 대타협을 이룬 셈이다. 지난 2021년 6월 태광산업 지분 5.01%를 취득하며 일반투자 목적을 공표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후 태광산업의 운영방식과 저평가 원인을 지적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힘써달라고 요구해왔다.
다만 태광산업이 특유의 보수적인 운영방식을 유지하면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이사후보자 선임안을 거절하고, 자체 감사위원 선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다.
당시 트러스톤운용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며 주식 분할, 현금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은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정작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이다. 또 분리선출 인사가 이미 1명 상근 중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주주가 아닌 이사회 측에서 자체적으로 분리선출한 인사를 지난 2022년 3월 추가하는 등 트러스톤자산운용에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기도 했다.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양사의 입장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극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김기유 전 태광산업 경영협의회 의장에게 법률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태광산업 내부에서도 경영쇄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 및 복권을 받으면서 신사업 재개가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의 기민한 M&A 투자전략으로 그룹 규모를 크게 확장해 왔지만 이후 법정 구속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자 보수적인 경영기조로 일관해 왔다"며 "지난해 이 전 회장의 사면과 더불어 성회용 신임대표가 태광산업을 이끄는 등 최근 들어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태광산업 내부도 이 전 회장 복귀 기대…현실화 여부 주목
태광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사면 이후 6개월이 지났고 회사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올해 안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그간 보여왔던 기민한 M&A 투자전략을 재개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경우 재계 총수 중에서도 M&A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20여개 지역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해 티브로드를 탄생시켰다. 또 2005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그룹의 사세확장을 견인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초 태광그룹은 향후 10년 동안 12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태광산업은 공격 투자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 검증을 강화해 투자 효과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조진환 전 태광산업 대표는 "신사업 발굴과 함께 사업화 과정은 향후 성장의 필수사항"이라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에 대한 검증을 지속적으로 진행했고, 빠른 시간 안에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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