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단 2.0]에어버스로 85% 채운 아시아나, 효율성 노렸던 차세대 기단②화물부문, 사업은 알토란·기령은 노후화 '과제'…매각에 항공업계 기단 변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08 09:39:26
[편집자주]
기단(機團·fleet)은 항공사의 위상을 담고 전망을 보여준다. 기단의 규모에 따라 항공사의 크기가 갈리고 기종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최근 성장과 재편의 시기를 맞은 국내 항공업계도 기단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항공사(FSC)냐, 저비용 항공사(LCC)냐에 순응해 기단과 기체의 규모를 맞췄다면 이제는 LCC도 대형 기단을 꿈꾸고 FSC도 가벼운 비행기를 사들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만남에 발맞춘 항공업계의 기재 개편도 한창이다. 더벨이 2.0 시대를 연 항공업계의 기단 포트폴리오와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기단을 살펴봐야하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을 항공사들이 모두 국내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기단은 곧 대한항공의 미래다. 또 화물사업부 인수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미래이기도 하다.아시아나항공이 불러올 변화가 적지 않다. 여객 사업이 통합될 대한항공부터 아시아나항공과 포트폴리오가 갈린다. 대형 화물기는 대부분의 LCC 업계가 처음 겪어보는 기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왜 보잉보다 에어버스를 택했고, 화물사업은 어떤 비행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알토란이 됐을까.
◇85%가 에어버스…'차세대 항공기 낙점' 효과
항공기 도입 계획은 단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때 보잉사의 비행기를 새로 들이려면 7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필요한 시간이 길었다. 중고 비행기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중장기 비전을 염두에 두고 항공기 도입 계획을 세운다. 현재 기단이 구성된 히스토리를 찾으려면 10년, 20년 전의 계약들을 살펴봐야 한다.

여객기 기단 현황을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69대의 비행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보잉사의 비행기는 단 10대로 나머지는 에어버스의 항공기로 채웠다. 도입한 에어버스 항공기의 체급도 다양하다. 보유 기종 중 가장 큰 항공기가 에어버스의 A380-800이고 그 뒤를 A350-900이 따르고 있다. 에어버스의 기종을 규모와 상관없이 두루 기용해 사용 중이라는 이야기다.
글로벌 대형 항공사(FSC)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에는 보잉이 대세였다. 2000년대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에어버스와 보잉의 비율이 반반으로 조정됐다. 보잉이 살짝 우세한 정도였다. 차세대 항공기 도입 계획을 밝히기 전인 2008년 자료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64대 여객기 중 34대가 보잉, 30대가 에어버스 생산 기종이었다. 다만 이때도 대한항공은 여객기 4분의 3이 보잉사의 비행기고 나머지가 에어버스였다. 이 점을 감안하면 본래도 에어버스의 비중이 타사 대비 높은 편이었다.
에어버스 기종이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항공기로 굳어진 건 2010년 이후다. 2008년 아시아나항공은 차세대 주력 기종으로 에어버스의 A350을 고른다. 항공기 대수 30대, 당시 돈으로 67억 달러가 걸린 대규모 계약이었다. 상황에 따라 10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활로도 열어뒀다.
◇왜 에어버스였나
2007년 아시아나항공의 임원진들은 에어버스 A380에 오른다. 국내 시범비행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아시아나항공에게는 의미가 깊었다. 앞선 A380 방한 때는 에어버스가 대한항공에게만 문을 열어줬는데 아시아나항공도 잠재적 고객으로 받아들이고 시승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이 시기 아시아나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고민 중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 후반부터 대대적인 항공기 현대화를 결정했다. 보잉사의 B737, 767를 대체할 기단이었다. 차세대 항공기로 저울질 중이었던 기종은 에어버스의 A380, A350과 보잉사의 B787, 747-8 등이다. 당시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분 부회장(전 금호아시아나그룹 5대 회장)이 에어버스의 비행기로 결단을 내렸다.
박 전 회장의 이름과 연혁을 보면 전 오너일가의 선택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는 성씨와 이름만 비슷할뿐 샐러리맨 시절을 거쳐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세대 항공기 채택에는 다른 이유보다 사업적 효율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차세대 기종을 두고 기존 항공기를 대체할 비행기인지, 아니면 아예 신형 기종으로 바꿀지를 고민했다. 가격과 인도시점도 고민점 중 하나였다.
A350은 당시 에어버스가 보유한 최신 기술이 집약된 항공기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항공기의 특성과 연료 효율성에 집중했다. 중거리와 장거리, 중형기와 대형기 특성을 가진 각각의 시리즈가 동일한 기종으로 개발돼 수요 변화 등 시장의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350은 기존에 아시아나항공이 몰고 있던 A320 및 A330 항공기와 조종실이 같았다. 별도의 조종사 훈련을 거칠 필요없이 바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후 도입한 A380 6대는 아시아나항공의 규모 확대를 증명하는 기단이었다. A380은 당시 보잉의 대형 항공기와 비견할 만한 규모를 자랑해 하늘을 나는 호텔이라고 불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 태평양 장거리 노선의 수요가 높아지자 앞서 선정한 차세대 항공기와 같은 회사의 제품인 A380을 들여오기로 했다.
◇화물기는 보잉 B747 중심…노후화는 고민거리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는 사업 중 알토란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조건으로 유럽연합(EU) 등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요구한 것도 경쟁력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화물사업부 매출은 1조6071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6% 수준이다. 펜데믹 이후 떨어진 비중이 이정도다.
매출 비중과 달리 화물 항공기 자체는 약하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들은 보잉사의 B747로 구성돼 있다. 1990년대부터 B747을 화물기로 활용한 기록이 남아있다. 화물기 11대 중 8대는 1990년대에 등록됐다. 1대가 2000년대, 나머지 2대가 2010년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노후화 됐다는 의미다. B747-400F 기종은 생산이 중단돼 새로 도입해도 중고기다. 평균 기령이 27년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재편될 국내 항공업계 기단도 관심사다. 대표적인 게 대한항공이다. 보잉사의 비행기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앞두고 에어버스 A350을 대대적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합병 후 항공사를 대비해 기재를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다.
화물사업 부문을 사들이게 될 LCC에게는 노후 항공기 처분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노후 항공기를 대체해 B747-400F를 새로 도입할 계획인데 이 항공기도 연식이 낮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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