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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다 [thebell note]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19 07:51:1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정부가 나서서 하는 모양새가 되면 해외 투자자에게 수익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도해야 한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연초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기업들의 가치를 높여 시장을 부양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소각에 나섰던 배경이다.

정부는 발표에 앞서 5대 그룹 관계자에게 정책 취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저마다 온도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실성을 둘러싼 의문 때문이다. 다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대기업에 해외 투자자들의 컨퍼런스콜 요청이 쇄도했다는 전언이다.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시장에 좋은 시그널을 줬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은 있다. 불과 3년 전 문재인 정권에서는 'K-뉴딜지수'를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펀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쏟아졌다.

문제는 그 뒤다. 주체가 모호한 만큼 이를 유지해나갈 동력은 부족했고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사라져갔다.

저마다 장밋빛 미래를 그렸지만 오히려 매번 시장 변동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 초반 국내외 투자자를 유입시키는데 분명 효과를 봤지만 그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들은 썰물 빠지듯 떠났다. 정부가 주도하면서 투자자의 기대감은 높았지만 저조한 수익률로 실망이 컸던 탓이다. 잦은 개입과 간섭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운영도 어려웠다.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가는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정부 주도로는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업이 주체가 돼 앞장서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정작 주가를 책임져야 할 기업은 논의에서 빠져있고 온통 정부 당국자 멘트로만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다음달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추진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역할은 포문을 여는 데까지다. 이제는 기업들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기업이다.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밸류업 프로그램을 떠나서 투자자들은 제 발로 한국 시장을 찾아올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부디 이번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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