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이슈 재점검]한솔케미칼의 준비된 독립, 경영 안정성 확보가 먼저?⑦마음만 먹으면 계열분리 가능한 한솔그룹, 오너가 지배력 확보 '과제'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11 16:43:19
[편집자주]
형제경영, 사촌경영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대기업집단은 잠재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재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영에 참여하는 친족들이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고, 분쟁을 사전에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분리'였다. 효성그룹 오너가 3세들이 계열분리 준비를 시작하며 다른 대기업들의 분리 가능성에 재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모이고 있다. 더벨이 계열분리 가능성이 있는 그룹들의 현황을 다시 짚어보고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촌지간인 오너 3세 경영인들이 주요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는 한솔그룹은 계열분리로 출범한 곳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고(故) 이인희 고문이 삼성그룹에서 제지사업을 들고 독립한 것이 한솔그룹의 시초다.그룹의 역사는 물론 후계 구도 및 지분구조까지 방향성이 모두 계열분리를 향해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한솔그룹에는 계열분리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놓여있다. 지분과 승계, 지배력에 대한 문제다.
◇25년 전부터 준비한 계열분리
한솔그룹의 사업은 크게 제지·화학 두 갈래로 나뉜다. 제지 사업은 이 고문의 3남인 조동길 회장 일가가, 화학 사업은 장남인 조동혁 회장 일가가 맡고 있다. 두 분야 모두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이한 점은 조동혁 회장 일가의 몫으로 여겨지는 한솔케미칼이 그룹 지분구조상 독립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조동길 회장은 17%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한솔홀딩스를 통해 한솔제지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한솔케미칼은 조동혁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에 한솔홀딩스 지분 4.31%가 있기는 하지만 한솔홀딩스는 한솔케미칼의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조동혁 회장이 한솔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독립영역을 구축한 것은 2000년부터다. 이전까지는 한솔케미칼(당시 한솔케미언스) 역시 한솔홀딩스(당시 한솔제지)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직전해까지만 해도 한솔제지과 조동길 회장의 한솔케미칼 지분율은 각각 13.3%와 0.83%로 차이가 컸다.
이 시점부터 조동혁 회장의 한솔케미칼 지분 확보전이 본격화됐다. 증자 및 주식배당, 지분 직접 매입을 통해 2001년 말에는 지분율을 11.79%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한솔홀딩스는 한솔케미칼의 지분율을 한솔CSN(현 한솔로지스틱스)으로 넘겼고, 한솔케미칼의 지분 약 12%를 쥐게 된 한솔CSN은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특히 2006년 중에는 조동길 회장이 보유한 한솔케미칼 지분 2.35%가 0.32%로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조동혁 회장의 지분 매입과 한솔CSN의 지분 정리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09년에는 종전까지 9%대를 유지했던 한솔CSN이 한꺼번에 68만주를 처분, 지분율을 3%대로 낮추며 조동혁 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조동혁 회장의 독립경영 기반을 굳건히 하기 위한 작업으로 분석된다.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솔그룹은 2010년대까지도 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한솔제지로 이어지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했다. 한솔케미칼의 주주 중 한솔CSN이 있기는 했으나 지분율이 낮았고, 순환출자 고리에서도 빠져있는 형태였다.
◇마음만 먹으면 독립, 문제는 안정성
한솔그룹은 이후 지주사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 등의 작업을 통해 지금의 지분구조를 완성했다. 지주사를 만들기 위해 2014년 한솔제지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한솔홀딩스를 설립했고, 한솔로지스틱스·한솔라이팅·한솔PNS의 투자부문을 분리해 한솔홀딩스에 합병시켰다.
한솔케미칼은 과거부터 한솔제지의 지분 약 2.5%를 가지고 있었다. 이 지분이 지주사 지분으로 전환됐고,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 등을 거쳐 약 181만주의 주식을 쥐게 됐다. 현재 한솔케미칼의 한솔홀딩스 지분율 4.31%가 형성된 배경이다. 이로인해 한솔홀딩스와 한솔케미칼간의 순환출자가 발생하자 2015년 한솔홀딩스는 한솔케미칼의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한솔케미칼이 보유한 한솔홀딩스 지분 4.31% 외에는 조동길 회장 일가의 한솔홀딩스 및 계열사들, 조동혁 회장 일가의 한솔케미칼 및 계열사들 사이에 지분관계는 없다. 한솔케미칼이 지분을 처분한다면 지금이라도 계열분리가 가능한 수순이다.
단 한솔그룹의 오너가 지배력 자체가 안정화된 상황은 아니다. 조동길 회장과 아들 조성민 부사장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20%에 불과하다. 한솔케미칼에 대한 조동혁 회장과 조연주 부회장의 지분율 합계는 13% 수준이다.
한솔홀딩스, 한솔케미칼 모두 오너가가 최대주주가 아니였던 시기도 있다. 2015년 당시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18%의 지분을 보유한 KB자산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솔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었다.
아직까지 지배력을 높이지 못한데다가 3세 승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입장에서는 지분구조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섣불리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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