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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대체자' 삼성전자, 유럽 오픈랜 시장 선점 속도 보다폰·텔로포니카 등과 사업, 후발주자지만 시스템 통합 노하우 주목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29 13:06:5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유럽연합(EU)에서 화웨이의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데다 EU가 특정 기업 의존도 탈피를 위해 삼성전자를 주목한 결과다. 특히 기지국을 '오픈랜(Open RAN)'으로 전환하는 현지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삼성전자도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앞서 영국의 '보다폰', 독일의 '텔로포니카' 등 유럽 대형 통신사들과 오픈랜 실증사업에 돌입했다. 또한 프랑스 '오렌지 텔레콤'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후발 주자임에도 시스템 통합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으며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탈화웨이' 가속화하는 EU…삼성, 영국과 협력 강화

삼성전자는 영국 보다폰과 오픈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방형 무선접속망으로 기지국 등 무선 통신장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타사 장비를 상호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표준 기술이자 5G 이동통신 핵심 기술이다. 범용 서버에 기지국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하드웨어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하는 게 장점이다.

양사는 영국 바스에 위치한 기지국에서 오픈랜 성능 테스트에 이어 영국 남서부 지역 16개 기지국을 활용한 클러스터 망을 구성해 5G를 테스트했다. 이 과정에서 핸드오버, 속도, 신호 및 통화품질 등 모두 화웨이 장비와 동등하거나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EU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2021년 통신보안법을 제정해 법으로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작년 말까지 핵심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고 2027년 말까지는 기지국 등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없앨 예정이다. 보다폰 기지국만 총 2300여개 규모다.

그 자리는 삼성전자가 노리고 있다. 2021년 보다폰의 4G·5G 네트워크 장비 주요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양사는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작년에는 이재용 회장이 영국을 직접 방문해 리시 수낵 총리와 면담을 하고 영국 기업, 대학과 삼성전자 간 첨단기술 협력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했다.

화웨이 장비 교체 계획을 감안하면 향후 3년간 매년 700개를 교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교체 속도로는 예정일을 맞추기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다폰이 영국 통신사 3 UK 인수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4000개 이상 기지국 물량을 따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으나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보다폰은 화웨이가 구축한 기지국을 대체하기 위해 1차로 2300개 기지국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며 "영국정부가 현재 반독점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보다폰의 주가가 3 UK 인수 결정으로 크게 하락했다. 투자가 축소되면서 기지국 설치 계획도 지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픈랜 시장, 2030년까지 성장률 50%…유럽 전역으로 확대 추진

서방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 퇴출과 함께 오픈랜 통신망 구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 ZTE 등 중국기업을 비롯해 에릭슨, 노키아 등 유럽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변화로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도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통신장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요소를 통합하는 기술력이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시스템 통합과 관련해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오픈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후지쯔, NEC 등과 경쟁하고 있다.

전 세계 오픈랜 시장은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일부 사업 지연으로 오픈랜 수익성이 다소 감소했지만 2030년 시장 규모가 약 209억달러(약 2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올해부터 연평균 성장률이 50.4%에 달한다는 의미다. 북미가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며 그 다음은 유럽이다. 보다폰은 2030년까지 EU 모바일 기지국의 약 30%를 오픈랜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보다폰 등 EU 대형 통신사와 협력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 11개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텔로포니카(O2)와 독일에서 실증사업을 시작하는 등 EU 오픈랜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영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점차 유럽 전역으로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다폰과 실증사업 추진하면서 관련 장비를 영국으로 꾸준히 보내고 있다"며 "작년에는 보다폰과 루마니아에서 오픈랜으로 4G를 테스트했다. 올해는 오렌지 텔레콤과 본격적인 실증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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