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이전보다 격을 높여 진행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례적으로 등판해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질의응답(Q&A)에도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또 전보다 더 많은 임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컨콜에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옥의 티'도 있었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매출을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주요 4개 사업부문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수익성이 악화했다. 또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전기차 관련 사업에 대한 질의가 집중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격 높아진 IR, CFO 등장·참여 임원 증가

LG전자는 25일 1분기 실적 발표 컨콜을 개최했다. 메인 스피커로는 김창태 CFO 부사장(사진)이 이례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LG전자의 IR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간 분기마다 실적 발표 행사를 할 때 IR 담당 임원이 메인스피커였다. 이번 행사에서 이전보다 격을 높인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CFO가 사업전략을 직접 설명하고 Q&A 답변도 참여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전사, 각 사업부문별 실적 및 전망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된 뒤 전략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LG전자가 작년 7월 발표한 미래 비전인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의 내용과 진척 현황도 밝혔다.

그는 "B2B사업은 올 1분기에 매출 비중이 30%를 상회했다"며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은 웹(Web) OS 적용 증가로 인한 모수 확대로 올해 연간 기준 매출 1조원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빅 웨이브(Big wave) 영역에서는 전기차 충전사업을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텍사스에 공장 설립을 통해 실질적인 사업성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가 힘줘 말한 부분은 달러채 발행 성공이다. 이날 Q&A에서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공모채권을 17년만에 발행을 추진한 배경을 문의했다. 이에 김 부사장이 직접 답변에 나섰다.

그는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조달 소스로 자본을 조달해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며 "외화 차입은 은행, 사모채권 통해 조달해 왔으나 조달 경쟁력 강화 위해 달러 공모채 시장도 주시하며 시장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방향 전환한 이후 글로벌 달러 강세 및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은행 통한 외화 차입과 사모채권 발행에 대비해서 달러 공모채 발행 통한 외화 조달이 보다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사의 견조한 재무 안전성 등으로 4월에 글로벌 본드 발행을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중동에서 분쟁이 격화되면서 발행 환경이 녹록치 않았지만 LG전자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적극 커뮤니케이션으로 총 339개 투자자, 최대 오더북 기준 94억 달러 투자 주문을 받았다"며 "총 8억 달러 글로벌 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해 LG전자 위상과 명성이 실질적 투자 유치를 통해 확인되는 좋은 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의 활약 외에 이날 컨콜에 이전보다 참여 임원도 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년 4분기 컨콜의 경우 박상호 글로벌경영관리그룹 전무를 포함해 총 9명의 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컨콜에는 김 부사장과 정수정 ESG전략기획팀 팀장 등이 포함돼 총 11명이다.


◇작년 1Q보다 수익성 악화…Q&A 참여 연구원 감소

LG전자의 올 1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은 21조95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3%가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1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1조 3354억원으로 5년 연속으로 1조원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선전한 실적이기는 하지만 수익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악화했다. 총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8% 감소했다. 주요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하면 수익성 악화가 더 두드러진다.

LG전자의 4대 사업 부문 중 주력인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94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 감소했다. TV사업을 맡는 HE(Home Entertainment)는 1322억원으로 35.2% 줄었다.

신성장동력 사업부문도 수익성 방어에 고전했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는 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B2B, 전기차 충전사업 등이 포함된 BS(Business Solutions)는 128억원으로 80.5%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애널리스트들이 전기차, 수익성 관련 이슈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다. 김성규 다이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EV 충전사업을 하는 BS사업본부에 미칠 영향에 관해 문의했다.

이에 이동철 BS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초기 수요 감소와 고금리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 충전기 인프라 부족 등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며 "전기차 판매량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수요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충전 인프라 부족인 만큼 충전 인프라 시장 자체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Q&A 호응도가 이전보다 낮기도 했다. 이날 질의한 애널리스트는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우동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원,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김성규 다이와증권 연구원 4명이다. 작년 4분기 실적발표 IR에서는 5명이 질문을 던졌고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