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은 2020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그룹의 색깔을 종종 바꿔 왔던 두산그룹은 2020년 중공업 중심으로 변신한 '2기' 두산그룹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책은행에 SOS를 요청했다.

2년의 구조조정 끝에 두산그룹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서 기회를 찾는 '3기 두산'으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와 알짜 자산을 여럿 매각해야 했다. 굴곡진 역사는 오너경영인의 연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봉 반납한 박정원 회장

두산그룹은 현재 4세 경영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에서 대표이사를 두산베어스에서 이사를 맡고 있지만 연봉은 ㈜두산에서만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지원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도 겸하고 있지만 ㈜두산에선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대신 그룹의 핵심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84억29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84억원은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에 입사한 이후 받은 연봉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이기도 하다. 위기를 넘기고 확실하게 부활에 성공한 그룹의 분위기가 박 회장의 연봉에 담겨 있다.

특히 급여는 32억원이었지만 상여가 무려 52억원에 이르렀다. 상여는 전년 실적에 근거해 책정되는데 2022년 ㈜두산은 연결기준 매출 16조 9958억원, 영업이익 1조 1260억원을 거뒀다.

㈜두산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었던 만큼 대규모 상여가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연결기준 매출이 19조원을 넘겨 새 역사를 쓴 만큼 올해 받는 상여 역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등공신은 두산밥캣이다. '두산의 부활'을 지탱하는 실체는 사실상 '밥캣의 약진'이 대부분이다. 두산밥캣은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박정원 회장은 2016년 회장으로 취임해 올해 9년차를 맞았다. 그는 주요 그룹 회장 중에서도 연봉의 변동 폭이 특히나 컸던 인물로 꼽힌다. 그룹이 한참 위기였던 2021년엔 박 회장의 연봉이 사업보고서에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급여를 반납해 5억원 이하를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도 4월부터 일부 급여를 반납해 전체 액수가 11억원에 그쳤다. 전년 급여 25억원에서 반토막났다.

급여 반납은 2022년 1월까지 지속됐는데 정확히 2022년 2월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1년 11개월 만으로 역대 최단기간 기록을 세웠다.

◇박지원 부회장, 그룹에서 유일하게 두 곳에서 연봉 수령

박지원 부회장은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두 곳에서 보수를 받고 있다. 원래 ㈜두산에서는 받지 않았으나 그룹이 완전 정상화된 2022년부터 ㈜두산 연봉 공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두 곳에서 받고있지만 박정원 회장보다는 금액이 적다.

지난해 ㈜두산에선 29억원, 두산에너빌리티에선 26억원을 받아 전체 55억원을 기록했다. 박정원 회장과 마찬가지로 두산그룹에 입사해 받은 연봉 가운데 역대 최대 기록이다.

박 부회장 역시 그룹이 어려울 때 연봉을 반납했다. 2020년과 2021년 두산에너빌리티 사업보고서에 박 부회장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2017~2019년에도 상여는 없이 급여만 14억~15억원가량을 받았다.


다른 4세 경영인으로는 지난해부터 두산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는 박인원 사장이 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에서 지난해 급여 5억원과 상여 2억원을 받았다. 박인원 사장이 두산로보틱스에서 보수를 받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는 2022년 말 사장 승진과 함께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전까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플랜트EPC BG장을 맡았다. 두산에너빌리티 시절 박인원 사장은 급여로 4억원, 상여로 3억원을 받았는데 급여는 늘었고 상여는 줄었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도 받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RSU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받았다. 박지원 부회장은 1만1544주를 받았다. 둘 모두 양도 가능 시점은 2026년 2월이다. 현재 가치로는 각각 44억원, 16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