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지란지교패밀리는 지금]해외에 집중한 오치영 CDO '절반의 성공'②7년전 국내 경영 내려놓고 해외만 공략, 일본 외 시장 성과 미미

이상원 기자공개 2024-05-13 09:44:25

[편집자주]

지란지교가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 PC통신 프로그램 '잠들지 않는 시간'을 출시하며 첫 시작을 알렸던 기업으로 어느덧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한 곳이 됐다. 3년 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업형 지주사 지란지교소프트, 투자형 지주사 지란지교챌린지스 양대축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도 한창이다. 원대한 목표는 100년 기업으로 안착이다. 지란지교패밀리의 성장 스토리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오너 중심 경영을 한다. 전문경영인(CEO) 체제와 비교할 때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임기가 정해진 CEO는 쉽게 하기 힘든 결정을 오너는 과감하게 내려준다. 다만 오너의 잘못으로 힘들게 키워놓은 회사가 한 순간에 망가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재왕적 권한을 가진 오너 경영은 동시에 리스크도 갖는다.

지란지교패밀리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 중간쯤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회사 설립 20여년 만인 2011년 오치영 창업자는 국내 경영에서 손을 뗐다. 대신 CDO(Chief Dream Officer)직을 새로 만들어 해외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성과는 어땠을까.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일본에서는 차츰 성과를 내며 경영 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실패를 맛봤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다.

◇해외사업 진두지휘하는 오 CDO, 일본 발판삼아 글로벌시장 확대

1969년생인 오 CDO는 대전고등학교를 나와 1988년 충남대학교 전산학과에 입학했다. 26살로 졸업을 앞둔 1994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자신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와 연구실을 제공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1기에 선발된 경험이 있었다.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연구실을 나온 후 오 CDO는 충남대 친구들과 500만원씩 투자해 2000만원을 모아 지란지교를 설립했다. 지금까지도 본사는 충남대가 위치한 대전에 있다.

오 CDO의 기대와는 달리 사업 초반에는 사실상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직원 수가 10명 남짓한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2년 '스팸스나이퍼'를 출시하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2007년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6년 그룹 전체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하고 직원 수는 700명에 달했다.

정작 오 CDO는 2017년 돌연 국내 모든 경영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창업 당시 약 20년 후 후배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떠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오 CDO의 퇴진은 국내 IT 업계에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례와 비교되곤 한다. 다만 이 GIO가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까지 내려 놓은 데 반해 오 CDO는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며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간접 참여해왔다. 현재 지란지교소프트, 지란지교챌린지스 등 지주사를 비롯해 지란지교파트너스에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오 CDO는 국내 실질적인 경영은 내려놓는 대신 해외 진출에 집중해 왔다. 2011년 설립한 지란지교재팬 대표를 맡으며 일본 사업을 진두지휘 했다. 사업 초반 일주일에 3~4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초반에는 수출 위주로 제품을 판매해오다 2011년 법인 설립과 함께 일본 시장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란지교재편은 현재 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중에서 지란지교시큐리티를 통해 실적이 공개되는 곳은 제이시큐리티 한 곳 뿐이다. 작년 말 기준 제이시큐리티의 매출은 11억원 수준이다.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작년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연간 수출액 대비 일본은 86.8%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 모두 비상장 기업으로 외부에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지만 작년 매출이 15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사업 결과 때문에 오 CDO의 해외사업 성과 평가는 갈린다.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도 공을 들여 왔지만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오 CDO가 일본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하고 있는 것도 결국 다른 지역에서 저조한 성과 때문이란 해석이다.

◇수차례 걸쳐 완성된 지배구조, 오 CDO 핵심 계열사 지분 31% 추정

오 CDO가 국내 경영을 내려놓고 해외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력 계열사인 지란지교시큐리티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이 있었다. 지란지교시큐리티와 에스에스알을 제외하면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정확한 지배력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투자부문 지주인 지란지교챌린지스 계열은 모두 비상장사로만 이뤄져 있다.

왠만한 계열사는 감사보고서도 나오지 않아 실적 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사실상 유일한 단서는 2016년 지란지교시큐리티와 KB제5호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 합병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다. 지배구조 개편 이전이던 당시 모기업인 ㈜지란지교는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최대주주로지분 68.1%를 보유하고 있었다. 오 CDO는 31.2%로 2대주주였다. 이 지분율은 현재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기업이던 ㈜지란지교는 수차례 분할과 합병 등을 거치며 현재 사업부문 지주인 지란지교소프트가 됐다. 2014년 ㈜지란지표는 보안사업부문 분할을 결정하고 이듬해 ㈜지란지교는 지란지교소프트를 만들어 ㈜지란지교→지란지교소프트→지란지교시큐리티 구조를 완성했다.

오 CDO가 국내경영에서 물러난 후 2018년에는 ㈜지란지교에서 투자부문을 분할해 지란지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한 전문 투자사를 설립한 것이다. 2020년에는 ㈜지란지교가 다시 지란지교소프트를 흡수합병하고 당시 사명도 지란지교소프트로 변경했다. 이듬해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지금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