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학사는 지금]TKG휴켐스 이사회, 경영진 견제 미흡…지배구조 등급 'B'③사내 5인·사외 2인 구조 고착, 박회장 이사회 의장 겸임...자산 1조 넘어 변화 필요
정명섭 기자공개 2024-05-14 09:35:02
[편집자주]
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KG태광그룹(옛 태광실업) 오너 2세인 박주환 회장은 그룹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박연차 회장이 별세한 2020년 1월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박 회장이 화학계열사 TKG휴켐스 회장으로 부임한 것도 이때다.박 회장의 친정 체제는 공고해졌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외부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권력이 최대주주와 사측으로 무게 추가 쏠려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휴켐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진은 △박 회장 △김우찬 대표이사 △이건호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 △박종찬 생산본부장(부사장) △진상영 부사장(경영기획)이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5/10/20240510150254440_n.png)
김 대표와 이 CFO는 박 회장이 휴켐스 회장에 오른 이후 선임한 인물들이다. 모두 '삼성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는 삼성SDI에서 헝가리 법인장, 중대형제조센터장(전무), STM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22년 1월에 영입됐다. STM은 삼성SDI가 지분 100%를 보유한 소재 계열사다.
이 CFO는 삼성테크윈(현 한화비전)에서 15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각각 4년씩 근무한 이력이 있다. 주 업무는 재무관리였다. 이후 중견 화장품사인 코스맥스에 경영관리 이사를 거쳐 2020년 11월 휴켐스의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이 CFO는 1년 후인 2021년 말 휴켐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휴켐스는 김 대표를 영입한 2022년에 김우찬·이건호 투톱(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다 작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이 CFO가 안살림과 신사업 투자 등을 책임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사외이사는 허연회 전 부산MBC 사장과 곽경직 법무법인 KNC 대표변호사다. 이들도 박 회장이 부임한 이후인 2020년 3월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했다.
박 회장은 휴켐스 회장에 오른 이후 아버지 세대에 동고동락한 경영진을 모두 교체해 2세 경영 체제를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ESG경영 면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사진 구성이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기에는 사측에 영향력이 과도하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도 박 회장이 맡고 있다.
휴켐스 이사회 규정을 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이면 성립된다. 현 이사회가 사외이사 2명 전원이 반대하더라도 단독으로 사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애기다. 특별 결의(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휴켐스는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지 않은 상장사라 증권거래법상의 '사외이사 3인 이상, 이사 총수 과반'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ESG기준원(KCGS)은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대규모 공개기업의 경우 전체 이사의 과반수(최소 3인 이상)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휴켐스는 작년 말에 처음 '자산 1조'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올 1분기 자산총계는 1조1315억원이었다.
이사회 산하 별도 위원회인 ESG위원회가 있지만 경영진 견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ESG위원회는 작년 1월에 한 차례 열려 ESG 추진체계를 보고받는 데 그쳤다. ESG위원회에는 김 대표와 사외이사 2명이 참여한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5/10/20240510150327772_n.png)
휴켐스가 2023년 ESG등급 평가(KCGS 기준)에서 지배구조 등급 'B'를 받은 건 이와 관련이 있다. B는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같은 평가에서 환경 등급은 'B+', 사회 등급은 'A'였다.
근래 휴켐스의 지배구조 평가 등급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B+'를 받은 2021년이었는데, 경영진 세대교체 과정에서 사내이사가 5명에서 3명으로 줄어 일시적으로 사외이사 비율이 40%로 증가한 결과였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로 한다"는 이사회 규정을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 중에서 선임한다"로 바꾼 것도 주효했다. 그러나 이듬해 사내이사가 다시 5인 체제가 되면서 지배구조 등급은 다시 B로 내려왔다.
휴켐스의 지배구조 평가 등급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C'를 받은 2020년이다. 높은 사내이사 비율(71%)에 더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면서 지속가능경영 체제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신성이넥스, 유엔아이알과 '디지털 혁신' 협약
- 일동의 유노비아 효율화 작업, '중앙연구소' 유동화 착수
- '파멥신 살리기' 타이어뱅크 일가 나섰다, 260억 추가 지원
- [i-point]크레버스, 하반기 AI 영어 평가엔진 도입
- [마곡 오피스 자문 열전]국민연금 투자 '원그로브', LM사만 8곳 선정
- [thebell League Table]'DCM 명가' KB, 외형·내실 '두마리 토끼' 잡았다
- [IPO 블루프린트 체크]매출달성률 '46%' 센서뷰, 초미의 관심 '자금조달'
- [ESG 모니터/KT]R&D 지출 감소 맞물린 특허 동력 저하
- 안국저축, 경영악화 속 후순위채에 드러난 '선택과 집중'
- [이사회 모니터/라이나생명]금융연구원 출신 사외이사, 감사위원 공백 메웠다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SK온 옮긴 유정준 부회장, 1년 6개월 만에 '대표이사' 복귀
- SK㈜, SK시그넷 매각설 일축 "사업 확장기, 검토할 이유 없어"
- 파고 넘을 최태원의 카드 'AI·반도체'...투자금 80조 마련 특명
- "비용 줄여라" 최창원 지시에 업무공간도 '리밸런싱' 대상
- 미국 출장 최태원, AI 거물 연쇄 회동...'ABC' 본격 힘 싣기
- SK의 새로운 미래는 'BBC' 아닌 'ABC'
- [지속가능경영 리뷰]코오롱인더, CEO 직속 'ESG경영센터' 신설
- [최태원-노소영 재판 리뷰]'태평양증권' 인수자금 조달 전말은
- [최태원-노소영 재판 리뷰]SK 통신업 진출 '6공 특혜' 팩트체크 해보니
- SK 투자 전문가 '수난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