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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거버넌스]이사회로 본 한국과 미국 유통사의 지배구조 차이④신세계·롯데쇼핑 사외이사비율·전문성↓…미국 유통사 주요 위원회 '사외이사들로만' 구성

김현정 기자공개 2024-05-28 08:26:49

[편집자주]

신생기업의 다양한 거버넌스 출현을 얘기할 때마다 쿠팡이 거론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미국법인 지주회사, 차등의결권을 통한 창업주의 지배력 확보 등 지배구조 구축의 발자취마다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녔다. 이번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공정거래법상 총수 미지정을 계기로 쿠팡 거버넌스의 형태와 주주구성 및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11: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Inc는 미국식 지배구조를 갖는다. 그렇다고 국내 여느 기업보다 지배구조가 느슨하게 운영되진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기업 상장 시 국내보다 지배구조 요건을 더 까다롭게 보는 편이다.

쿠팡Inc 이사회의 경우 사외이사 비율이 86%에 이른다. 김범석 의장 외 사내이사는 없고 전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국내 유통사의 경우 사외이사가 딱 과반수를 넘기는 수준이다. 또 쿠팡Inc는 여러 주요 소위원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있고 사외이사들끼리 회의를 갖는다. 사외이사가 경영 감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미국 NYSE 지침이 주요 위원회에 사내이사를 배제시킨 덕이다. 이 역시 국내 기업들과는 다른 부분이다.

◇쿠팡 사외이사비율 86%…신세계·롯데쇼핑 56%, 대부분 관료·교수 출신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은 국내 기업 실정을 감안하면 경영진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이사회라 할 수 있다. 오너의 횡행을 막기 위해서 이사회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미국의 경우 반대의 이유로 이사회가 활발하게 작동한다. 소유 분산이 잘 돼있는 구조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이사회가 상당 부담하도록 법과 제도가 발달했다. 다만 쿠팡과 신세계, 롯데쇼핑 등 주요 유통3사를 살펴보면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세계 이사회의 경우 7명의 이사들 가운데 3명이 사내이사, 4명이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신세계는 수년간 대표이사를 필두로 임원 2명을 추가해 3명의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관료출신이다. 곽세붕 이사는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을 지낸 공정위 출신이고 강경원 이사는 행정고시 합격 이후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감사원 출신이다. 김한년 이사는 국세청 출신으로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최난설현 이사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역임 중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이사가 총 9명으로 이사회 규모가 가장 크다. 2022년 이후 대표이사 3인 체제로 가고 있는 롯데쇼핑은 이들 CEO 3명에 재무본부장 1명을 더해 4명을 사내이사로 올렸다. 사외이사는 5명으로 교수 출신과 법조계, 국세청 출신 등으로 이뤄져 있다. 김도성 이사는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전공 교수 겸 동대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 중인 교수 출신이고 조상철 이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다. 한재연 이사는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국세청 출신이며, 심수옥 이사의 경우 삼성전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 P&G 미국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했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맡고 있다. 전미영 이사는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를 역임 중이다.

쿠팡Inc의 사내이사는 김 의장 단 한 명에 사외이사는 모두 6명이다. 미국 NYSE 지침도 국내와 같이 사외이사 과반으로 이사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지만 쿠팡은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쿠팡Inc의 사외이사 비율은 85.7%에 이른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경우 각각 57.1%, 55.6% 정도다.

쿠팡의 사외이사들은 사업적 조언이 가능하고 쿠팡의 경영을 폭넓은 시각에서 감시·감독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실리콘밸리의 '큰 손'으로 불리는 닐 메타(Neil Mehta)와 벤자민 선(Benjamin Sun)은 투자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들이다.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와 엠버린 투바시(Ambereen Toubassy)는 재무전문가(CFO)로 잔뼈가 굵다. 특히 제이슨 차일드의 경우 아마존에서 10년 이상 재무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6년생 페드로 프란체스키(Pedro Franceschi)는 젊은 핀테크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케빈 워시(Kevin warsh)는 쿠팡의 유일한 관료 출신 사외이사지만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 부서에서 부사장 겸 전무이사로 활동했던 만큼 금융 쪽으로도 지식이 해박하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위원을 역임했다.

◇미국은 '주요 위원회 사외이사로만 구성' VS 국내는 감사위원회만 적용

쿠팡Inc의 경우 미국 NYSE 규제(standard)에 따라 이사회가 보다 엄격하게 운영된다. 미 NYSE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적 감독·견제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주요 이사회내위원회를 사외이사들로만 꾸리도록 지침을 세웠다. NYSE에 상장하려면 회사는 후보자 추천 및 지배구조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조직하고 해당 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야 한다.

이에 따라 쿠팡 역시 사내 3개의 이사회내위원회인 후보자추천·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들로만 꾸렸다. 구성원이 아닌 김 의장은 해당 위원회들의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의견을 개진하지도 못한다. 결정된 사항에 대해 사후 보고만 받을 뿐이다.

후보자추천·지배구조위원회는 쿠팡Inc의 거버넌스 프로세스와 관련된 위험을 감독한다. 이사의 자격 요건을 정하고 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지배구조가이드라인을 개발·검토한 뒤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 이사회 성과 평가와 경영진 평가도 여기서 한다. 후보자추천·지배구조위원회는 닐 메타, 벤자민 선, 케빈 워시 등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4차례 회의를 열었다.

쿠팡Inc의 감사위원회는 기업의 위험 평가 및 관리 활동을 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쿠팡 비즈니스에 관련된 주요 위험을 식별하고, 재무·정보보안·데이터·개인정보 보호 등과 관련된 위험을 평가하며 회사가 이러한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한 조치 방안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고위 경영진 및 최고감사책임자에게 주요한 기업 위험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감사위원회엔 제이슨 차일드, 벤자민 선, 앰버린 투바시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작년엔 8번의 회의를 열었다.

보상위원회는 인적 자본과 관련된 위험을 감독하고, 쿠팡의 보상 정책 및 절차가 회사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는 않은지를 평가한다. 보상위원회는 닐 메타, 페드로 프란체스키, 케빈 워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차례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국내 유통사의 경우 국내법에 따라 사내이사들이 대부분 주요 소위원회 구성에 배제되진 않는다. 다만 감사위원회의 위원은 사외이사 혹은 기타비상무이사만 할 수 있다.

신세계의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총 5명의 이사로 꾸려져 있으며 여기에 박주형 대표이사와와 홍승오 기획관리본부장이 사내이사 자격으로 참여 중이다. 총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에도 홍승오 사내이사가 들어가있다. 감사위원회는 규제대로 모두 3명의 사외이사들로만 꾸려졌다.

롯데쇼핑의 경우 대부분 이사회내위원회가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돼있다. 작년까지는 보상위원회에 사내이사인 강성현 대표이사가 포함돼 있었는데 올해 제외됐다. 현재 보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모두 각각 3명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돼있다. ESG위원회에만 사내이사인 강성현 대표이사가 참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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