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01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UN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출생률은 0.9인데 189개국 중 189위다. 마카오, 홍콩 같은 15개 특별 지역을 따로 집계하면 204개 지역 중 203위다. 204위는 출생률 0.8인 홍콩이다. 1970년대에는 동네 곳곳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정부 시책이 붙어 있었다. 심지어 보건사회부 명의로 작성된 표어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것이 있었는데 정부가 만든 홍보물로서는 과격한 언사다. 그랬던 나라가 출생률 아래에서 1위를 한 것이다.204곳 리스트에서 우리 바로 위에는 초소형 국가들인 싱가포르, 산마리노, 몰타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중국이 있다. 출생률 1.2로 198위다. 중국도 우리 못지않게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던 나라다. 그러다가 급격한 산업화로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증가율이 둔화되었다. 아무도 상하이의 좁은 아파트에서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를 둘 이상 가지려 하지 않는다. 상하이사회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50년경 중국의 15세 이상 노동 가능 인구는 지금의 절반 정도가 된다. 더 큰 문제는 65세 이상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중국은 원래 땅은 쓸모없고 바다는 비좁은 나라다. 그런데다가 주변 나라들과 아주 골고루 사이가 나쁜 나라였다. 덩치가 커서 완력은 세었지만 나라 전체가 잘 사는 곳은 아니었다. 1972년에 미국과 수교한 후 세계화 흐름에 잘 적응해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지금은 독일이나 일본의 거의 4배 규모, 글로벌 2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경제 강국으로서의 역사는 짧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본다. 우선, 당연하지만 땅과 바다가 변한 것이 없다.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가 있고 땅은 척박해서 비료를 글로벌 평균의 4배나 쏟아부어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량을 보유하지만 물이 없어서 별 소용이 없다. 전기와 물먹는 하마라는 AI 경쟁에서도 어렵다. 단백질 공급원인 어류는 남중국해에서 여러 나라들과 나누어 가져야 하고 산업생산에 필요한 석유는 중동에서 거의 80%를 가져와야 하는데 호르무즈, 안다만 니코바르, 말라카, 남중국해를 지나는 멀고 먼 루트를 자국 해군 보호 없이 거쳐와야 한다.
지도를 보면 중국은 믿기 어려울 만큼 큰 바다와 차단되어 있다. 하이라이트가 중국-러시아-북한 국경이다. 바다를 지척에 두고 러시아와 북한이 가로막고 있다. 바다를 2km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막힌 몰도바를 연상시킨다. 일본열도도 갑갑한데 오키나와제도 때문에 대 만에 닿을 때까지 일본과 미군에 막혀있다. 대만 아래에서 필리핀과의 사이에 약간 숨 쉴 틈이 있어 보이지만 지도를 자세히 보면 필리핀 섬들이 거의 2/3를 가로막는다. 필리핀에는 물론 미군 기지들이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남쪽에 몰려 있는 작은 섬들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해군력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에 공군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바다 후방에 기지를 두어야 한다. 전투기들의 항속거리 때문이다. 중국이 말레이시아의 코 앞에 있는 제임스 숄에 집착하는 이유도 같다. 섬도 아닌 해저 지형인데 중국 영토의 최 남단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친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된 지 이제 좀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대만은 중국이, 아니면 중국 지도부가 나라의 쇠퇴를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로 여겨지는 것 같다.
동북아시아는 유럽과 달라서 모든 나라에 과거를 들먹이며 서로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난 정치 세력들이 있다. 그렇지만 유럽에 비하면 싸움을 훨씬 덜 해 보았기 때문에 외교 실력이 없다. 지정학자 자이한의 지적처럼 세력균형을 이루고 유지하는 노하우가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유럽보다 향후 더 위험한 곳이다. 중국의 성공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중국의 인구 변화가 보여주듯이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정치권력을 유지하는 데는 전쟁만 한 것이 없다고 역사가 가르친다. 중국이 연착륙하고 각국에서 역사와 외교를 잘 아는 걸출한 정치인들이 출현하기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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