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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기차의 역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4-01 09:00:34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차: 친환경 교통수단

대도시가 생기려면 연료와 식량을 비롯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가지고 올 수 있어야 한다. 숯이 에너지원이었던 시기에는 마을 하나가 그 100배 면적의 숲을 필요로 했다. 그런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 작은 마을들이 뚝 똑 떨어져 병존했다. 가까우면 약탈이 생긴다.

아니면 먼 곳에서 빠르고 힘들지 않게 물자를 가지고 올 수 있어야 한다. 바닷가나 강가에 큰 마을, 도시가 생긴 이유다. 로마가 먼 이집트에서 곡물을 수입한 이유도 바닷길이 육지 길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었다.

철도와 기차가 탄생하고부터는 그 제약이 거의 사라졌다. 날씨 영향도 거의 없고 교통체증도 없다. 땅이 크고 조건이 열악한 러시아가 철도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이제는 물가를 떠나 아주 먼 내륙에서 농사를 지어도 된다. 농경지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늘어났을 뿐 아니라 곡창지대라고 불리는 거대한 경작지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육로 운송은 수로 운송보다 20배 비쌌지만 철도 덕분에 이제는 2배 정도다. 마차의 1/8로 비용이 줄자 곡물뿐 아니라 석탄 등 모든 품목의 운송이 늘어났다. 여기에는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과 군수물자도 포함된다.

사실 레일(궤도) 자체는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궤도는 지표면 보다 마찰이 덜하기 때문에 물건을 운반하는 데 힘이 덜 든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 도로를 건설하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했지만 궤도를 이길 수는 없다.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이미 궤도 운송이 있었다. 지금은 관광용으로만 쓰이는 코린트운하가 있는 자리 코린트지협에서 배를 반대편으로 운반하는데 목재 궤도가 사용되었다.

1814년에 영국의 조지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만들었다. 1821년에 스톡턴과 달링턴 간 21km 증기기관차 전용 철도도 놓았다. 역사상 최초의 상업철도 노선이다. 석탄을 운송했다. 1830년에는 97km 길이 리버풀-맨체스터 철도가 개통되었다.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양대 도시를 연결해 본격적인 철도 시대를 열었다. 화물뿐 아니라 여객도 운송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 정도 빠른 속도로 달리면 승객이 숨을 못 쉴 것이라고 걱정했다.

미국 중부나 서부를 자동차로 여행하다 보면 근처에서 화물 열차가 움직이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나란히 달리기도 한다. 끝이 거의 보이지 않는 2단 컨테이너 화물 열차 행렬이다. 미국에서 운행하는 열차 중 1% 정도가 4.3km 이상 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는 호주와 아프리카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한 광산에서 철광석, 석탄 같은 광물을 바닷가 항구까지 운송한다. 가장 긴 열차 기록은 호주의 BHP가 보유한다. 2016년에 682량, 길이 7.3km 철광석 운반 열차였다. 총 8기의 기관차가 배치되어서 끌었다. 통상적인 BHP 열차들은 4기의 기관차가 끄는 268량, 길이 2.8km라고 한다.

고속철도에서 고속이란 통상 250km/h 또는 200km/h를 말한다. 현대 고속철도의 원조는 일본의 신칸센이다. 불릿 트레인(Bullet Trai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어서 프랑스 TGV를 포함 유럽 각국이 도입했고 21세기에는 중국이 대대적으로 건설해 현재 중국은 고속철도 1위의 나라다.

고속철도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1899년 프로이센에서 시작되어 1903년 전동 차량이 206.7km/h를 기록했다. 인프라까지 성공적으로 준비될 정도는 아니어서 일반 승객들이 타는 기차는 아니었다. 유럽 각국과 미국은 연구개발을 계속해서 1950년대 프랑스에서 300km/h를 돌파했다. 프랑스 기술이 일본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1964년에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지역인 동경과 오사카간 신칸센이 개통되었다.

신칸센은 처음에 250km/h로 개발되었으나 자금을 댄 세계은행이 210km/h로 제한했다. 12량으로 시작해 16량으로 늘렸고 더블데크도 도입되었다. 처음 3년 동안 1억 명이 이용했고 1976년에 누적 10억 명이 달성되었다. 차량 자체 문제로 인한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신칸센 기술의 원조인 프랑스의 TGV는 1981년에 파리-리용 노선에 취역했다. 최고 270km/h다. TGV는 고속철 속도 최고 기록 보유자다. 승객을 태운 것은 아니지만 1981년에 380km/h, 2007년에 574.8km/h를 작성했다. 민간 항공기가 평균 940km/h로 비행한다. 2004년에 출범한 국내 KTX는 2013년에 421.4km/h 기록을 작성했다.

고속철도는 환경을 파괴하는 것 보다는 환경보호에 더 기여한다는 것이 중론인 듯하다. 자동차 대체 효과 때문이다. 2030년 완공 목표인 624km 리스본-마드리드 구간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항공기가 109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비해 전기고속열차는 같은 구간 23kg 배출에 그친다. 현재 동 구간에는 직통 철도가 없어서 비행기가 1시간 30분인데 비해 기차는 9시간이 걸린다. 고속철로 2시간 반이 된다. 비행기 여행에 비행시간 외 이런저런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같은 시간이다.

기차는 가장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다. WEF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운송수단 전체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0.4%만 기차에서 나온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72%, 항공기의 18%와 비교하면 거의 무공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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