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동산PF 정상화 펀드가 활기를 띨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우선매수권' 도입을 발표하면서 그간 사업장 가격 평가 차이로 경색됐던 재구조화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다만 우선매수권의 정의가 모호하고, 현실적으로 단일 원칙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실효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캠코는 다음 달 제도 도입을 앞두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자문을 거치고 있다.

◇캠코펀드로 성사된 딜 '두 건'…우선매수권 전격 도입

이달 중순 발표된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정책 방향' 중 캠코가 가장 주목하는 제도는 바로 '우선매수권' 도입이다. 우선매수권은 캠코펀드의 자금 집행을 제고하기 위해 매도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성격의 조치다.


지난해 10월 캠코는 1조10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캠코가 50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운용사 5곳이 각 1000억원씩 추가 자금을 모집했다. 펀드가 조성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기대만큼 성과가 좋진 못했다.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에 한해 PF 채권의 할인매입을 통한 재구조화에만 자금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사업장 가치 평가 차이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 캠코펀드로 성사된 딜은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첫 번째 딜은 작년 9월 회현역 삼부빌딩에 대한 재구조화였고, 지난달 말 태영건설이 보유했던 성수동 사업장을 인수한 게 두 번째였다.

경색된 재구조화 작업에 변화를 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 우선매수권이다. 우선매수권이란 캠코펀드가 PF 채권을 처분할 때 매도자에게 재매입할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매각된 부실 사업장이 우량 사업장으로 거듭나면 대주단이 다시 이를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선매수권의 기본적인 원칙은 매수자, 매도자, 그리고 투자자 등 다자관계에서 가격에 대한 이견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해관계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캠코는 6월 우선매수권 도입에 앞서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고 있다.

◇우선매수권 도입 '실효성' 살펴봐야

관련 업계에선 우선매수권 도입을 위해 따져볼 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매수권이란 제도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코펀드는 PF사업장에 대한 채권을 매입하는 펀드다. 보통 채권에 대해선 '우선매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우선매수권 도입이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해석되는데, 이 경우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진행된 캠코펀드에서도 이해관계자가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사업구조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펀드 운용사 쪽에서 PF 채권 인수를 논의할 당시 이해관계자에게 초과이익이 돌아가는 사업구조도 제안한 바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대주단 쪽에서 거부해 협의가 틀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캠코는 우선매수권이 실행돼 가격에 대한 이견을 사후적으로 조정하게 되면 재구조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투자가 50% 포함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한 가지 원칙에 따라서 일괄적으로 우선매수권을 적용할 순 없기 때문에 개별 사안별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캠코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을 통해서 원활한 매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운용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