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공판준비기일 불참 가닥…2심 향방은 2016년 본격화 사법리스크 현재진행형, 1심·중재판정부 '시각차'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27 07:40:34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이 재개된다. 올 2월 초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에 따른 불법 승계 의혹'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 4개월여만이다.1심을 3년5개월 만에 끝냈지만 2심으로 넘어가면서 기약 없는 법적공방이 이어지게 됐다. 2심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고 3심까지 간다면 총 소요시간이 10년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로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던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수년간 사법리스크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달부터 2심 절차 돌입, 경영시계 다시 멈출까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27일 오후 3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이 회장은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 및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 거래 등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에 검찰은 이 회장을 2020년 9월 기소했다. 1심 판결을 앞두고 검찰은 이 회장에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전실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검찰이 불복하면서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시계가 멈춰 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20년 10월부터 3년5개월 간 열린 106차례 재판 중 96차례 출석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일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선 국정농단 사건 때까지 더하면 8년이 넘는다. 이 회장은 해당 사건은 총 83차례 재판에 출석했다. 총 179번을 법원에 들락날락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해외 출장 등 제한적이었고 인수합병(M&A) 등 총수의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2017년 하만 빅딜 이후 대형 M&A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사법리스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이 6조5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5% 급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최저치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은 14조8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인텔에 반도체 매출 1위를 넘겼고 또 다른 핵심인 스마트폰 부문 역시 출하량 기준으로 애플에 선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경쟁사 대비 부진이 컸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재판부터 계산하면 10년 가까운 세월을 사법리스크에 묶여있는 셈"이라며 "최근 삼성전자 위기는 과거와 다른 느낌이다. 정말 잃어버린 10년,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ISDS 판정문 변수 될까
일단 1심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둔 만큼 2심에서도 이 회장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법조계에서 '검찰의 기계적 항소'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이달 공개된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의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 판정문이 지목된다.
앞서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2018년 9월 2억달러(약 28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국제중재를 제기한 바 있다.
중재판정부는 판정문을 통해 "국민연금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피청구국(한국 정부)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본건 합병 표결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됐을 것임이 입증됐다고 판단했다"면서 "부의됐다면 위원회는 합병이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침해함을 고려해 기권하거나 반대 표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합병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고 국민연금의 찬성 표결로 인해 합병이 승인됐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중재판정부는 메이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올 4월 한국 정부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2015년 7월부터 5% 연복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제기한 약정금 지급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이 지난달 12일이었다.
일련의 과정이 2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건이다. 1심은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중재판정부의 '한국 정부의 부당 개입'이라는 해석과 다소 엇갈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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