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펀드 열전]20년 명맥 신한얼리버드, 주도주 선제투자로 부활 '날갯짓'"차기 주도주 찾겠다" 신하늬 매니저 체제서 안정감 축적
조영진 기자공개 2024-06-10 07:41:22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자산운용의 오래된 공모펀드 가운데 MMF를 제외하고 나면 단연 눈에 띄는 펀드가 있다. 신한얼리버드펀드는 지난 2005년 첫 출시 이후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주식형펀드로 신한자산운용의 간판급 펀드로 꼽을 수 있다.출시하자마자 1000억원을 끌어모으며 순풍을 타기도 했지만 이후 설정원본이 수십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며 한때 존재감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다만 몇 차례의 펀드명 변경과 투자전략 조정을 통해 성과를 끌어올림으로써 최근에는 200억원대까지 설정원본을 회복한 상황이다.
◇주도주 선제투자 내건 얼리버드...신한은행 판매비중 독보적
신한얼리버드는 기업별 저평가 정도에 따라 차기 잠재적 주도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문구처럼 선제적 리서치와 투자 움직임을 강조해 얼리버드라는 펀드명을 붙인 셈이다. 지난 2021년까지는 '신한코리아가치성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얼리버드 전략은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주에 선제 투자하는 한편, 적정가치에서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 시장 트렌드와 환경을 감안하면서도, 일반 주도주펀드와 달리 개별기업의 펀더멘털 분석을 더 중요시한다는 게 신한자산운용의 설명이다.
선제적 리서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대감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주식을 싼 값에 산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신한자산운용은 가시적인 미래에 기업가치가 현저히 상승할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현재 주도주와 차기 주도주를 합리적 가격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 펀드는 전략적·적극적 운용을 통해 수익을 추구, 매매회전율이 높은 편이다. 펀드의 매매회전율은 자산을 자주 사고팔수록 높아지며, 매매가 잦아질수록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한얼리버드는 올해 1~4월 매매회전율로 88.45%를 기록했다. 연환산시 354.79%에 달한다. 작년 국내 공모펀드들의 매매회전율이 20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단기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GS건설의 실적 서프라이즈를 예측한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초부터 해당 주식을 신한얼리버드펀드에 편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주가가 횡보하자 2018년 중순까지 투자비중을 4% 이상으로 확대했다. 하반기 들어 주가가 2배 수준으로 껑충 뛰자 상당분을 차익실현하며 투자를 마무리지었다.
다시 말해 주도주를 발굴해 선제적·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같은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중소형 가치주인 메가스터디교육, 중소형 성장주인 쎄트렉아이, 대형 성장주인 엔씨소프트 등이 있다. 세 종목 모두 최초 편입시점보다 2배 이상의 가격에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관측된다.
판매채널로는 신한은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한얼리버드의 운용펀드는 클래스 통합 47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48%인 221억원을 신한은행에서 판매했다. 그 다음으로는 미래에셋증권(13%, 59억원), 기업은행(10%, 45억원), NH농협은행(9%, 41억원)이 뒤를 이었다.
◇2007년 전후로 설정원본 급등락...2017년 임은미·신하늬 체제서 회복세
신한얼리버드는 2005년 출시 이후 여러 번의 펀드명 및 책임운용역 변경을 거쳤다. 펀드명이 '신한BNPP Tops노블레스'였던 출시 초기, '신한BNPP 핵심공략펀드'로 불렸던 2011~2015년까지 살펴보면 수시로 운용역이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안정화가 이뤄진 것은 신한BNPP코리아가치성장펀드로 이름을 바꿔 단 2015년부터다. 이선근 팀장이 펀드를 맡은지 1년만인 2016년 김주영 팀장으로 책임운용역이 변경되기도 했으나, 2017년 7월 임은미 팀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뒤로는 4년 넘게 펀드매니저가 교체되지 않았다.
2021년 말부터는 신하늬 매니저가 현재까지 펀드를 이끌고 있다. 신 매니저는 임 팀장이 책임운용을 맡았던 2017년부터 신한코리아가치성장의 부책임운용역을 맡은 인물이다. 신한얼리버드펀드로 리뉴얼이 이뤄진 2022년 이후의 성과는 오롯이 신 매니저의 운용역량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신한얼리버드펀드의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출시 3개월만에 1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고 이듬해인 2006년 말까지 1000억원대 몸집을 잘 유지해나갔다. 다만 2007년 들어 설정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더니 연말에는 200억원대까지 주저앉았다.
2007년은 10월까지 주식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던 시점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힘입어 국내주식형 펀드도 연초 40조원 규모에서 10월 중 50조원 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약 80%)에 살짝 못 미친 수익률(약 70%), 미래에셋인사이트 등 해외주식형 메가펀드로의 쏠림현상이 신한얼리버드펀드의 설정원본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준수한 성과를 쌓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유입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에는 펀드 총설정액이 30억원 수준까지 하락했고 2014년에는 20억원, 2015년에는 10억원 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출시 이후 5년간 펀드의 누적수익률이(123.75)이 벤치마크(55.6%)를 크게 상회했음에도 거둔 아쉬운 기록이다.
다행히 신한코리아가치성장으로 이름을 바꾼 2015년 이후로는 시장의 자금이 점차 유입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임은미 팀장이 신하늬 매니저에게 책임운용역 바통을 넘겨주기 직전이던 2021년 말에는 300억원대까지 설정원본 외형을 회복하기도 했다.
신하늬 매니저는 시장 호황기(2020~2021년)에 벌려놨던 설정원본과 순자산가치의 격차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운용으로 투자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신한얼리버드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지난 5월 말 기준 마이너스 7.3% 수준이다. 벤치마크(-12.84%) 대비 5.54%의 초과 성과를 거둔 셈이다. 최근 설정원본은 약 260억원이다.
◇현재 주도주와 차기주도주 '블렌딩'...저평가종목 비중확대
책임운용역을 맡고 있는 신하늬 매니저는 메릴린치증권과 가치투자자문에서 모두 주식리서치팀에 재직했었다. 이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의 주식리서치팀으로 이직한 뒤 지난 2017년 주식운용1팀에 합류하는 등 선제적 리서치 및 투자에 특화된 인물이다.
2021년 이후 벤치마크 초과성과에 기여한 투자종목으로는 현대차, S-OIL, 메가스터디교육, 우리금융지주 등이 꼽힌다. 무릇 투자라 함은 시장하락기마다 일부 변동성 구간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신한자산운용은 저평가 종목들의 비중을 지속 확대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상승장에서는 시장 주도 테마 내에서도 주도주였던 한화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대주전자재료 등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주도주는 아니지만 각 업종 및 스타일에 맞춰 선별한 LG전자, 유진테크, 한국금융지주, 효성중공업 등에도 함께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펀드를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샤프지수가 꼽힌다. 샤프지수란 주간 펀드 수익률에서 CD금리를 뺀 수치를 표준편차(펀드 수익률 변동성)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1이라는 위험부담 대신 얻을 수 있는 초과 수익을 나타낸 수치로, 값이 클수록 성과가 뛰어난 펀드로도 볼 수 있다.
신한얼리버드의 샤프지수는 2017년을 제외하고는 20년이 넘는 운용기간 동안 비교적 적정수준으로 관리된 편이다. 연수익률로 25.1%를 기록했던 2017년에는 샤프비율 2.1을 기록했다. 두자릿수 손익률을 기록한 해 또한 +1 혹은 -1에 근사한 수치를 나타냈다. 최근에는 10% 초반대의 연수익률을 쌓으면서도 2023년 샤프지수 0.7, 2024년 5월 말 기준 샤프지수 0.5를 기록 중이다.
신한얼리버드는 삼성전자, 셀트리온, 삼성중공업과 같은 중·대형주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포트폴리오 주요 구성종목은 삼성전자(22.4%), 셀트리온(4.9%), 삼성중공업(4.2%), NAVER(4.0%) 등이다. '현대차2우B', 하나금융지주 등 배당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종목들도 담고 있다. 이외에도 메가스터디교육(3.5%), 기아(3.2%), 씨젠(2.8%), 현대차(2.5%) 등에 투자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Financial Index/대한항공]아시아나 잔여 영구채 1.2조 처리 방안은
- 에스엘에너지, 최대주주 우호 지분 과반 확보
- 한컴그룹, 의료 소외계층 무료 진료 사업 후원
- 시지메드텍, '노보시스 트라우마' 식약처 품목 허가
- 크레버스, 120억 '영구 교환사채' 발행
- 파라텍, 서산소방서에 전기차 화재진압장비 기부
- [콘텐츠산업, 한계 넘는 기업들]라이브러리컴퍼니, 4년 만에 밸류 40배 성장 '잭팟'
-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한국정보인증, '25년 인연' 삼성SDS와 결별
- 테라베스트에 바이젠셀 더한 가은, 합병 가능성도 충분
- [한미 오너가 분쟁]41% 의결권 지켜도 어려운 특별결의 벽, 독립성 지킨 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