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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UAE와 중동의 미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06-14 09:00:3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UAE(아랍에미레이트)는 중동의 맨해튼이라고 불린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고층 빌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동지역 경제와 금융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이 방한했는데 한국은 2009년에 프랑스를 물리치고 UAE 원전을 수주한 인연이 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당시 왕세제였다.

UAE의 국토에는 농작물 경작이 가능한 곳이 1퍼센트도 안된다. 강이나 호수도 전무하다. 그러나 페르시아만 연해에 글로벌 석유 매장량의 6%가 있고 천연가스는 글로벌 7위의 매장량이다. GDP의 30%가 석유 생산에서 나온다. 노동력은 주로 인도, 파키스탄과 동남아 국가들에서 수입한다. 그래서 인구 약 1천만 중 UAE 국적자는 백만 정도에 불과하다.

천연자원은 결국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UAE는 투자 전문 국가로 방향을 잡았다. 천혜의 지리적 위치를 활용해 글로벌 물류 중심지로 부상했다. 낮은 세율과 효율적인 관료조직이 국제통상을 지원한다. 지역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이 있고 특히 항공 모빌리티의 강자다. 두바이국제공항과 에미레이트항공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 일등석에서 기내 샤워 시설로 관심을 끌었던 바로 그 항공사다.

중동지역은 역사 내내 여러 종교, 종파 사이의 반목과 전쟁으로 얼룩진 곳이다. 종교 간 대립으로 생긴 구원이 유전자처럼 계승되어 왔다. 영화 ‘킹덤’(2007)이 잘 보여준다. 중동지역 국가 중 수니파가 85%, 나머지는 시아파다. 시아파는 이란 전체와 이라크, 예멘의 일부다. 사우디, 이집트 포함 다른 나라들은 모두 수니파다. 튀르키예도 수니파 국가다. 이슬람은 역사 내내 기독교와 싸움을 했지만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있었던 참혹한 이란-이라크 전쟁은 시아-수니간 전쟁이었다.

UAE도 이슬람을 국교로 하고 주민 대다수가 수니파다. 그러나 종교적으로 상당히 자유롭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르다. 힌두교, 기독교, 유대교도 다 허용된다. 샤리아법을 완화했고 명예살인도 금지다. 지정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중동지역 국가들이 UAE 모델을 따르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국가 운영과 국민의 삶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동이지만 UAE에는 한 가지 종교밖에 없다는 것이다. ‘돈’이라는 종교다.

지금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은 이스라엘의 무적함대 이미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군은 불패이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한 치의 빈틈도 없다는 신화가 깨졌다. 그렇다면 이스라엘도 다른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마음속에는 영원히 용서하지 못할 기억이 굳어졌지만 현실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힘으로만 존립을 지킬 수는 없다.

이란과 시리아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이미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한 만큼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는 관계를 더 진전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제로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고 예루살렘의 특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

UAE는 민족국가로 볼 수 없어서 국제정치에서 편리한 지위에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포로 교환을 주선하는 등 역할이 있다. 이란과 사우디간 완충지대 역할도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균형을 잡는다. UAE는 이스라엘과도 수교했다. UAE와 이스라엘 관계는 중동지역의 미래 청사진이다. UAE가 지속 성장하고 중동의 평화에도 더 기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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