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아트]한화의 아트 컬렉션에는 무엇이 담길까현대미술 컬렉터 서영민 여사, 고미술·서적 애호가 강태영 여사…퐁피두 유치 '컬렉션 확대'
서은내 기자공개 2024-06-24 13:38:56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 고 서영민 여사는 퐁피두 미술관을 유치해 개관하기를 바라는 뜻을 마지막 유언처럼 남겼다. 미술계에서 서영민 여사는 안목이 좋은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그의 컬렉션이 공개된 적은 없으나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았다고 전해진다.여의도 63빌딩 별관에 퐁피두 서울 분관이 내년 10월 오픈한다.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를 맡았으며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별관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간다. 아쿠아플라넷63 등 입주사들이 6월까지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퐁피두의 명성을 안고 한화의 미술관이 국내 미술계에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게 될지가 화제거리다. 한화그룹은 퐁피두와 4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문화재단에서 미술관 운영을 맡는다. 퐁피두 컬렉션을 대여하고 퐁피두 브랜드 사용 로열티 등을 지불하면서 명성에 걸맞는 컬렉션과 국내외 작가 전시를 기획할 것으로 보인다.
◇ 퐁피두 유치로 아트 컬렉션 확대 계기
한화그룹은 2007년 한화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기존 오너가 소유의 소장품 등 컬렉션을 보유해왔다. 다만 다른 기업들처럼 소장품을 연구, 전시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미술관은 아니었다. 한화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서소문 한화빌딩에서 소규모 기획전을 열거나 2010년을 전후로 63빌딩 꼭대기 전시공간에서 63스카이아트미술관(63아트)을 열고 몇년간 기획전을 하기도 했으나 길게 가지는 못했다.
63빌딩 꼭대기에 열린 전시장은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개성을 갖추고 한국의 모리미술관을 표방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기도 했다. 모리미술관은 일본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53층에 개관한 미술관으로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이란 컨셉트를 지니고 있다.
63아트는 층고나 유리벽 등의 장소적인 특성뿐 아니라 운영 주체, 내부의 전문 인력 여부 등의 면에서 한화그룹이 미술관 사업을 끌고갈 의지를 보여주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때문에 단순 대관 느낌의 행사들이 주를 이루며 공간이 활용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말까지는 맥스 달튼의 전시가 진행됐다.
제대로 된 미술관을 설립하는 일은 컬렉션 확보 등에 있어서 큰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다. 오너가에서 어느 정도의 소장품을 보유하고는 있었으나 미술관을 열기에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퐁피두 분관을 한화가 유치함에 따라 한화의 미술관은 큰 전환점을 맞게될 전망이다. 퐁피두와 컬렉션을 교류하며 1년에 두번 정도 기획전을 진행하게 된다. 이밖에도 국내외 유명 작가 전시를 비롯해 기존 한화 오너가의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나 자료 연구 등도 포함하는 방삭으로 향후 컨셉트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한화문화재단은 큐레이터 등 전문 인력을 채용 중이며 올해 초 프랑스 갤러리 페로탕 디렉터를 맡았던 김보경 상무가 합류했다. 김보경 한화문화재단 상무는 "현재 개관전에 대한 다양한 기획 아이디어, 방향성을 논의 중이며 내년 초 정도에 개관전을 비롯한 전시 스케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보경 상무는 "많지는 않지만 문화재단 내에 소장품도 있다"라며 "처음에는 퐁피두 컬렉션을 기반으로 전시를 해나가겠으나 점차 한화의 미술관으로서 컬렉션을 확보, 확대해나갈 계획이며 한국 작가에 대한 자료 연구, 소장을 비롯해 퐁피두 컬렉션 외에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기획전도 병행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 미술관 관장 선임 관전 포인트
향후 한화 미술관의 관장을 누가 맡게 될지는 또다른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외부 출신 인사가 올 가능성이 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부인 역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초반 퐁피두의 분관으로서 세워질 대표와 한화 내에서 미술관 사업을 전문적으로 이어갈 수장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한화 오너가에서 고 서영민 여사 외에도 예술에 대한 애호가 깊었던 이들이 많다. 김승연 회장의 누나 김영혜 씨도 서울예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김 회장의 모친 강태영 여사는 고서적, 고미술품에 대한 열정으로 많은 소장품을 수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태영 여사의 고미술 소장품 기획전시가 가끔 한화미술관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강태영 여사의 호를 따 이름붙인 '아단문고'는 강태영 여사가 1985년부터 수집한 자료로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소장 자료는 8만9150점에 이른다. 고서, 희귀 단행본, 신문·잡지, 최정희·오영수·김소운 등 문인들의 기증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한화문화재단도 강태영 이사장이 현금 10억원과 45억원 가치의 미술품을 출연하고 김승연 회장이 5억원 현금을 출연해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문화재단의 이사진은 김은수, 김연철, 이구영, 강성수, 이태길, 나채범, 신현우 이사이며 신현우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문화재단은 한화손해보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한화토탈, 한화에너지스, 한화비전, 한화투자증권 등 계열사로부터 현금 약 132억원을, 김승연 회장, 김동관 부회장 3형제 등 개인으로부 약 9억원을 출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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