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회사는 정해진 길로만 갈 수 없어요. 변수가 매우 많습니다.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K-뷰티 유통기업 실리콘투에 관한 시장 관계자의 평이다. 코스닥 상장사 실리콘투의 주가는 올해 상반기 500% 뛰었다.실리콘투는 2002년 10월 설립됐다. 기업 이름 '실리콘'에서 알 수 있듯 모태 사업은 반도체였다. 메모리 반도체 중간 유통기업이었다. 산업 전반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던 시기로 중간 유통업자한테도 시장 성장의 과실이 떨어질 때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대기업 간 반도체 직접 거래로 유통 환경이 급변했다. 시장 포화 속에 창업자 김성운 대표는 2012년 화장품으로 업태를 바꿨다. 중국과 홍콩, 대만에서 반도체 사업으로 쌓은 유통 네트워크는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화장품 성장성에 베팅했다. 국내 화장품 수출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김 대표는 중국과 미국에서 화장품 유통을 시작했다. 2015년 미국을 필두로 해외 여러 거점에 지사를 운영하며 영업·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수출 지역은 160여 국가에 이를 만큼 의존도가 심하지 않았다. 화장품 유통사업에 뛰어든 후 크게 굴곡은 없었다.
2019년 최대 시장 중국에서 돌연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역발상이었다. 변화무쌍한 유통시장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사업의 칼자루를 중국 유통상이 쥐고 있다는 생각이 갈수록 심해졌다고 한다. 중국 유통상에 물건을 넘긴 뒤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웠다. 중국의 불투명한 유통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매출은 증가해도 이익은 적었다. 재고 관리뿐만 아니라 마케팅, 상품 개발을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제약이 많았다고 한다.
중국이라는 가장 큰 시장을 포기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더 큰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계산된 후퇴였다. 영화 '기생충', K-POP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콘텐츠 확산에 힘입어 저렴한 가격, 양질의 국산 화장품이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수년 동안 길목을 지키며 북미 유통 헤게모니를 쥔 실리콘투가 수혜를 입었다.
실리콘투의 유통 변천사는 사소취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소탐대실의 반대말이다. 작은 이익을 버리고 큰 이익을 취하는 게 '사소취대'의 뜻풀이다. 반도체를 버렸고 화장품 단일시장으로 가장 큰 지역인 중국을 포기했다. 더 큰 이익을 취하는 모멘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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