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관리 전략]회계변경 1년 반, 자본확충 양극화…관리 능력도 천차만별①업계 총 금액 전년 동기대비 감소…대형사-안정적 관리 VS 중소형사-위기탈출
강용규 기자공개 2024-07-08 13:09:18
[편집자주]
지난해 보험업계에 밀어닥친 회계기준 변경의 충격은 보험사들이 안고 있는 자본관리 과제에 무게를 더했다. 약점 보강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효과가 장기적인 자본관리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이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현황과 효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15: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보험부채의 시가평가에 초점을 맞춘 IFRS17 회계기준이 도입됐고 그에 따라 RBC에서 K-ICS(킥스)로 자본적정성 측정 기준이 전환됐다. 이를 전후로 보험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을 확충하며 대비해 왔다.제도 변경으로부터 1년 반가량이 지난 지금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은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 계속되고 있다. 이는 자본적정성 측정 기준이 기존 대비 정밀해진 만큼 자본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도 있다. 그보다 정밀해진 기준 하에서 개별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현황이 더욱 극단화됐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자본관리 부담 완화와 후순위채 집중 현상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총액은 1조389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41.2% 감소한 수치다. 회계제도 변경 이후 1년 이상이 지난 만큼 업계 차원의 자본관리 부담도 다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방식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유상증자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 발행은 모든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의 필요시 우선 고려하는 옵션이다.
반면 유상증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주요 옵션으로 고려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조달 이후 이자 관련 부담은 없으나 주주의 지분율 희석 우려가 있는데다 주주 참여율에 따라 모집 금액이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상반기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현황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다. 1조3890억원 중 1조900억원이 자본성 증권을 통한 조달이었으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은 KDB생명의 2990억원뿐이었다. 최초 주주배정으로 3150억원을 배정했으나 대주주 참여분인 2990억원만을 조달했다.
자본성 증권 중에서도 후순위채를 통한 자본 확충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중 현대해상이 5000억원, 메리츠화재가 1500억원, 푸본현대생명이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각각 발행했고 롯데손해보험은 800억원과 1400억원 2차례의 발행을 통해 2200억원을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은 하나손해보험의 1000억원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 대비 만기가 길지만 그만큼 금리도 높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본이 부족한 보험사가 과도한 이자부담을 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금리의 하향 안정화 이전까지는 후순위채가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1옵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마다의 사정 속 양극화된 자본관리 부담
상반기 자본확충에 나선 6개 보험사들의 조달 이유는 표면적으로 모두 재무건전성 강화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차환에서부터 당장 큰 문제가 없지만 보다 면밀한 자본적정성 관리, 눈앞의 위기 탈출까지 보험사들의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지급여력비율)이 226.9%에 이르는 만큼 자본관리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4월 발행한 1500억원의 후순위채는 2019년 발행건의 차환 용도다. 후순위채는 통상 10년 만기로 발행되나 만기 직전 5년동안 해마다 자본인정비율이 20%씩 차감된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시 5년의 콜옵션 조항을 삽입한다.
현대해상과 롯데손보의 경우 킥스비율이 각각 166.9%, 150.8%(경과조치 전 기준)로 당국의 권고 기준 150%를 상회하는 만큼 당장의 문제는 없다. 다만 현대해상은 손보업계 톱5(삼성·현대·DB·KB·메리츠) 중 가장 낮다는 점에서, 롯데손보는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자본을 빈틈없이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은 눈앞의 위기 탈출을 위한 자본확충이 이뤄졌다. 두 생보사의 킥스비율은 각각 19%, 44.5%로 보험업법상 퇴출 기준인 50%에도 못 미친다. 자본적정성 측정 기준의 위험요인을 완화 적용하는 경과조치를 통해 표면상 킥스비율을 183%, 129.2%까지 높여 두기는 했으나 경과조치는 10년에 걸쳐 완화되는 만큼 이들은 자본을 속도감 있게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하나손보 역시 푸본현대생명, KDB생명과 사정은 비슷하다. 1분기 말 킥스비율 130.5%는 당국 권고 기준을 하회한다. 보험업법상 적기시정조치 적용기준인 100%를 상회하기는 하나 안정적으로 자본이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앞서 5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확충한 1000억원을 더하면 비율은 178.7%까지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손보는 물론이고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도 회계제도 변경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보이는 보험사였다"며 "더욱 정밀해진 측정 기준 하에서 중소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자본관리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개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더욱 극단적으로 갈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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