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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AI반도체 3파전]SKT 공들여 키운 사피온, 경쟁사와 합병 '생존 몸부림'②2016년 사내 조직으로 출범, 매출·수주 '미미'…KT 라벨리온과 통합 '볼륨업 먼저'

노윤주 기자공개 2024-07-18 09:09:19

[편집자주]

이동통신 3사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하다.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멈춘 통신업을 상쇄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 AI를 선택한 지 오래다. 'AI 컴퍼니' 도약을 위해 이통3사는 AI 반도체 기업과 손을 잡았다. 자체 AI 사업의 확장을 위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다. 뿐만 아니라 산하에 있는 자회사를 엔비디아 대항마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합병부터 온디바이스AI 개발까지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합종연횡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치열하게 미래 생존 길을 찾고 있는 통신3사의 AI 반도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계열사의 역량을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집중 중이다. 전략 중심에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있다. AI는 SKT, 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고 간다.

그 전략 일환으로 탄생한 게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사피온'이다. 경쟁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해당 영역에 진출했다.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 엔비디아가 독점 중인 AI칩 시장에 균열을 내겠다는 목표로 세워졌다.

관련 조직이 생긴 지 8년, 분사한 지 2년이 지난 상황에 SK그룹은 갑작스런 결정을 내렸다. KT의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몸집 불리기가 우선이라고 봤다. 매출과 수익이 미미한만큼 투자 유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버린 셈이다.

◇잘 키워 분사시킨 사피온, SKT AI 피라미드 전략 근간

SKT의 'AI 피라미드' 전략은 크게 △AI인프라 △AIX(전환) △AI서비스 세 단계로 나뉜다. 인프라 영역은 원활한 AI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도록 피라미드 가장 하단에서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줘야 헌다.

인프라 구축의 필수 요소가 바로 사피온이 담당하는 'AI 반도체'다. 피라미드 전략 발표 시 SKT는 사피온을 AI 피라미드 전략을 시행시킬 주요 계열사로 소개했다. 사피온을 성장시켜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적이었다.


SKT는 통신3사 중 가장 먼저 AI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오랜 기간 사피온을 공들여 키워왔다. 2016년 통신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내부에 AI 반도체 팀을 꾸렸다. SKT는 AI 스피커 '누구(NUGU)'를 개발하는 등 지금과는 결이 다르지만 당시에도 AI 사업을 활발히 전개했었다.

이에 AI 가속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팀을 꾸렸다. 2018년에는 'AI 가속 솔루션'을 개발해 자사 솔루션에 적용했다. 이후 몇년간의 프로토타입 개발 끝에 나온 상용제품이 'X220'이다. X220은 사피온 분사 전 이뤄졌다. 이에 SKT는 국내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출시한 기업이 됐다.

SKT는 AI 반도체 시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분사를 추진했다. 2022년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ICT 연합을 구축하고 첫 결과물로 800억원을 출자해 만든 사피온을 소개했다. 미국에 '사피온(SAPEON) Inc.' 법인을 설립하고 그 종속회사로 '사피온 코리아'를 국내에 만들었다. SKT AI반도체 부서에 근무하던 인력들도 사피온으로 둥지를 옮겼다.

◇높은 엔비디아의 벽…합병으로 돌파 시도

사피온은 X220의 장점으로 저전력을 내세웠다.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도입할 수 있어 유용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사피온은 글로벌 테스트 성능 대회에서 엔비디아 A2 제품에 비해 2.3배 높은 성능을 인정 받았다고도 강조했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엔비디아의 아성은 높았다. 엔비디아의 A2는 X220과 같은 추론 전용 AI반도체다. X220이 A2를 앞질렀을 수 있지만 그 외 고도화된 다양한 엔비디아 제품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절치부심한 사피온은 2023년 전작 대비 4배 이상 연산능력, 2배 이상 저전력 효율을 달성한 'X330'을 선보였다. 추론 뿐 아니라 AI 모델학습이 가능해 데이터센터, 자동차, 보안,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보다 저렴하게, 가격 경쟁력도 가져가기로 했다.

X330 출시를 기반으로 사피온은 올해 4월 2000억원대 시리즈B 투자유치에 나섰다.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해 2026년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작 'X430'을 선보인단 방침이었다. X430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탑재한다는 계획까지 밝히면서 시장 주목을 받았다.

올해 4월 투자유치 주관사를 선정하고 투자자들에게 티저레터까지 보냈던 사피온은 지난달 돌연 리벨리온과 합병을 선택했다. 양측은 올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시점 상 한 두달 안에 전격 결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양측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어 인력, 기술력을 결집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제품 생산 후 좋은 평을 받았지만 좀처럼 커지지 않은 매출과 수주 현황도 합병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기준 사피온코리아이 매출은 56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259억원이었다. 2027년까지 누적 매출 2조원, 기업가치 10조원 목표를 달성하기엔 현 상황으로는 요원했다.

SKT는 리벨리온과의 합병이 새로운 시작점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리벨리온이 FI들을 막바지 설득 중이다. 조만간 합병안을 구체화하고 확정할 계획이다. SKT는 합병에 따른 SK그룹사 측 지분 엑싯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피온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고 사업을 정리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SKT 측은 "합병 과정에서 지분 매각은 없다"며 "AI 반도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이번 결저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법인 출범 후에도 전략적 투자자로서 AI 반도체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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