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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대해부]회사 명운을 바꾼 '던파'…네오플의 '보은'은 이어질까[성장축]④5년간 4.7조 배당한 그룹 캐시카우… '던파' 모바일버전, 중국 대흥행 조짐

고진영 기자공개 2024-07-22 08:24:18

[편집자주]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세 회사는 10년 가까이 '삼국지'처럼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며 각축전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넥슨 홀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만의 성장스토리와 지배구조, 성장전략, 키맨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십여년 전 네오플을 인수한 넥슨의 결정은 게임업계에서 신의 한 수로 손꼽히는 딜이다.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성공을 기대하고 통 큰 베팅으로 사들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더 잭팟이 터졌다.

지금 네오플이 그룹에 벌어오는 돈을 보면 그 때의 선택으로 회사 명운이 달라졌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값질수록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 네오플 인수는 시작부터 까다로웠다.

◇'괴짜'의 별종 게임, 인수협상 줄다리기

네오플은 허민 전 대표가 세운 회사다. 그는 괴짜로 유명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소개팅게임인 <캔디바>를 2000년 만들었는데 꽤 잘됐다. 그래서 이듬해 네오플을 세웠지만 그 뒤 내놓은 게임 18개가 몽땅 실패했다. 수십억 빚더미에 앉았다가 숨통을 틔워준 게 <던전앤파이터>의 성공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8월 출시되지마자 1시간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1만명을, 이듬해 말엔 무려 10만명을 넘겼다. 이른바 ‘던파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압도적 인기로 기억된다. 당초 비관적이었던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그 시절 업계는 3D 그래픽의 MMORPG가 주류였다. 2D 횡스크롤 방식인 <던전앤파이터>는 애초 구시대적이라며 업계 평가가 박했다. 하지만 막상 출시되고 나니 별종의 신선함이 오히려 성공 요인이 됐다.

반면 넥슨은 위젯을 인수할 때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와중에 엄청난 경쟁작이 등장했으니 위기감이 엄습했다. 김정주 회장은 네오플을 어떻게든 넥슨에 가져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문제는 데이비드 리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리는 당시 넥슨재팬 CEO로 있으면서 넥슨 경영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었다. 대주주는 김정주 회장이었지만 리의 발언권도 컸다. 그는 넥슨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네오플까지 인수하는 것은 현금 사정상 무리라고 여겼다. 둘 사이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중국에서의 가능성을 인정한 데이비드 리가 뜻을 바꾸면서 인수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딜을 빨리 끝내야 했다. <던전앤파이터>가 2008년 6월 중국 진출을 목표로 텐센트와 배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흥행할수록 인수는 어려워질 게 뻔했다. 하지만 급할 게 없던 허 전 대표가 자꾸 만남을 피했다.

겨우 성사된 협상 테이블에서 넥슨은 한 발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김정주 회장이 ‘이 돈이 전부’라고 하자 허 전 대표가 ‘대출을 받으라’고 받아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넥슨은 일본 법인에서 약 2800억원을 끌어오고 은행 차입까지 합쳐 총 3853억원을 몸값으로 줬다. 허 전 대표는 회사를 팔자마자 버클리음대에 가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던파 모바일' 중국 반등, 그룹 유동성 청신호

어렵게 치른 대금이 아깝지 않았다. <던전앤파이터>는 '지하성과 용사(地下城与勇士)'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서비스됐는데 한 달 만에 현지 온라인게임 시장 1위에 등극했다. 그 때만해도 중국은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고 저사양 PC가 대부분이어서 2D 게임이라는 <던전앤파이터>의 특징은 큰 강점이 됐다.

2008년 매각 당시 580억원이었던 네오플의 매출은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증가했다. 2018년엔 1조305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출시 10년 만에 매출이 22배 넘게 뛴 셈이다. 그 해 넥슨그룹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네오플이 지탱했다. 지금은 원작의 누적 글로벌 이용자가 8억5000만명에 달한다.

다만 기록적인 상승세가 계속되진 못했다. 2019년부터 매출이 꺾여 2021년의 경우 7611억원까지 줄었다. 2022년 다시 9000억원대로 증가, 매출이 회복하는듯 했으나 지난해 다시 8813억원으로 떨어졌다. 2018년 조단위였던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3년 6600억원대로 축소된 상황이다.


모바일 버전의 중국 출시가 늦어진 것도 주춤한 실적에 한몫 했다는 평이다. 애초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2020년 중국 시장에 출시하려고 했으나 당국의 규제 강화와 맞물려 기한없이 미뤄졌다. 하지만 올해 모바일 버전이 중국에 풀리면서 다시 반등이 점쳐지고 있다.

네오플은 2022년 3월 국내에 공개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올 5월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그간 중국에서 아류작이 줄줄이 나온 만큼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괜한 우려였다.

공개 1시간 만에 서버가 다운되고 한 달간 iOS에서만 약 2억7000만달러(약 3740억원)의 매출을 찍었다. 한국에서 2년 넘게 쌓은 누적 매출보다 많은 수치다. 안드로이드 몫까지 합치면 이미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 버전의 대성공은 넥슨그룹 전반적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네오플이 그룹 현금창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네오플은 넥슨코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XC→넥슨(넥슨재팬)→넥슨코리아→네오플로 이어진다.

2023년 넥슨코리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1조원, 이중 절반을 넘는 5962억원이 배당금 수입에서 나왔다. 대부분은 네오플 덕분이다. 같은 해 네오플은 영업현금 6614억 중에서 5607억원을 넥슨코리아에 배당했다. 최근 5년간 두 차례에 걸쳐 총 4조7106억원을 넥슨코리아에 배당으로 보냈다.


넥슨코리아는 네오플에서 가져온 현금을 다시 넥슨으로 밀어주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2022년 7680억원, 지난해 9280억원을 배당금으로 풀었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넥슨이 고스란히 받아갔다. 작년 넥슨의 영업현금이 1287억엔(약 1조1250억원)이니 사실상 네오플이 그룹 캐시플로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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