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배당 10년]포스코홀딩스, 18년 전으로 돌아온 배당규모 사정은'안정배당정책' 대표적 기업…10년간 8.5조 환원, 1만원선 DPS 유지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27 08:28:55
[편집자주]
배당은 투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장 기본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자 신뢰 구축의 수단이다. 또 배당정책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성장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로도 기능한다. 단순한 이익분배를 넘어 잉여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 주주와 경영진간 이해관계 일치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 10년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내역과 추이 변화를 되짚고 그 재무적 배경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3시2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크게 변화없는 배당이 특징인 기업이다. 민영화 이후 한차례 뛰었던 배당규모가 십수년째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안정적이긴 한데 공격적인 주주환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그간 철강사업 부진, 현대제철의 고로 가동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4년 전 물적분할을 추진하면서 배당을 크게 확대하는듯도 했지만 2년만에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
◇DPS 17년간 동일, 주당 1만원의 벽
THE CFO 집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0년간 총 8조4930억원을 배당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배당락일 기준으로 셈한 금액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의 뒤를 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서 4번째로 많은 배당금을 풀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일정한 배당을 장기간 고수하는 ‘안정배당정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애초 공기업인 포항종합제철로 출발했다가 2000년 10월 민영화작업을 마무리했다. 투자자 접촉을 늘리고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주주가치를 고려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민영화 첫해 중간배당을 실시했으며 2년 뒤 간판을 포스코로 바꿔달았다.
다만 초기엔 주주환원보다 내부 유보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배당에도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배당규모가 돌연 확대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1999~2002년 주당 1750원에서 3500원에 불과했던 주당배당금(DPS)이 2003년 6000원, 이듬해는 8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배경은 중국발 호황에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03년부터 3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쓰는 등 황금기를 보냈다. 2002년만 해도 1조원대였던 연간 순이익이 2005년 4조원까지 불어났을 정도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계속한 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역대급 건설 붐이 일면서 철강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호실적이 이어지자 2007년엔 배당을 주당 1만원으로 다시 올렸다.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배당을 낮추지 않았다. 제품가격 인상에 따라 매출이 더 늘었고 4조원대 순이익을 내면서 그럴 여력이 있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2006년 60%를 넘었다가 2008년 40%로 떨어진 만큼 주주들의 기대치도 충족해야 했다.
이후로도 포스코홀딩스는 주당 8000~1만원, 총액으론 6000억원에서 8000억원 규모를 매년 빠짐없이 꾸준하게 배당으로 나눴다. 2015년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도 배당은 여전히 주당 8000원을 유지했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을 마지막으로 배당이 더 오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홀딩스의 배당규모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17년간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2016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분기배당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연간 배당규모 자체는 그대로 고수했다. 이 기간 순이익이 하향세를 그렸을뿐 아니라, 투자가 늘면서 잉여현금흐름도 넉넉치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것이 포스코홀딩스는 2010년대 들어 현금창출력 하향세가 두드러졌다. 해외 계열사는 늘었지만 정작 철강사업 실적은 답보상태에 빠져 있었다. 세계적으로 철강 과잉공급이 시작된 반면 조선과 건설산업 부진으로 수요는 감소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확대해온 신사업들 역시 성과가 더뎠다.
물론 포스코홀딩스의 사업 다각화는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불경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현대제철이 2010년 1월 당진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을 열어 ‘쇳물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독점하던 고로의 아성이 무너지자 정준양 당시 회장은 국내계열사를 71개까지 대거 늘렸다. 보유현금이 빠르게 소진돼 회사가 휘청였던 이유다.
결국 후임인 권오준 회장이 2014년부터 4년에 걸친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2016년엔 가치경영센터장이었던 최정우 회장(당시 부사장)이 “배당은 유지했는데 구조조정을 하면서 투자는 미뤄졌다”며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배당을 줄여야 하지 않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끝내 배당 축소까지 가진 않았지만 외형의 급격한 팽창과 수축이 회사에 남긴 생채기를 짐작케 한다.
◇물적분할에 요동, 2년만에 다시 회귀
이후로도 보수적 지출 기조를 유지하면서 꿈쩍않던 포스코의 배당규모는 2021년 크게 점프한다. 주당배당금을 1만7000원으로 확대, 총 1조2856억원을 그 해 배당했다. 전년 6000억원대를 배당했으니 단숨에 두배로 늘린 셈이다.
원인은 거버넌스 변화에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를 분사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중복상장을 걱정하는 주주들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배당을 올리고 18년 만의 자사주소각까지 밝혔는데도 오히려 논란을 불렀다. 배당규모는 늘었지만 유례없는 흑자를 기록하면서 배당성향이 19%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정우 당시 회장이 2020~2022년 연결배당성향 30%를 약속했는데 이를 어긴 셈이 됐다. 시장 관계자는 “약속한 배당성향을 그대로 지키기엔 규모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도 포스코홀딩스는 배당목표를 미달했다. 주당 1만2000원, 현금배당성향은 26% 수준에 그쳤다. 태풍 한남노로 인한 제철소 침수가 실적에 날벼락으로 작용한 탓이다. 2년 내리 배당목표와 실제 배당에 괴리가 생기자 포스코홀딩스는 아예 배당기준 개편에 나섰다.
포스코홀딩스는 기존처럼 연결 순이익이 아닌 별도 잉여현금흐름(50~60%)을 기준으로 배당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을 2023년 내놨다. 연간 기본배당 1만원을 지급하되 잉여현금에서 잔여 재원을 추가로 환원하겠다는 얘긴데, 주주입장에선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도 경우에 따라 배당이 줄어들 수 있는 내용이다.

실제로 잠시 급증했던 배당규모는 다시 18년 전인 2007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올해 포스코홀딩스가 발표한 2024년 연간 배당은 분기배당까지 합쳐 주당 1만원이다. 자사주 소각을 확대했지만 배당은 2년째 최소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작년에 9조원을 투자에 썼는데 올해는 조금 축소할 계획”이라며 “배터리소재 등 필수 투자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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