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진검승부]달아오르는 '친환경 선박' 경쟁, 승자는 누구③앞서가는 HD현대, 추격하는 한화…그룹 전체 이익과도 연결
이호준 기자공개 2024-07-23 13:43:30
[편집자주]
배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기 위해 따져야 할 것도 너무 많다. 이익률은 어떻게 높일지, 호황은 언제 끝날지, 경쟁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고민하는 순간 머리가 바로 아파온다. 특히 시장에 경쟁자가 단 두 명이라면 결국 상대보다 앞서야 하는 수밖에 없다. 치열한 기술·수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HD현대와 한화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이유다. 더벨은 최근 조선업계와 증권가의 관심을 끌고 있는 두 회사의 맞대결 구도를 다방면으로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개월이라는 간격으로 선박 엔진 업체인 한화엔진과 STX중공업을 각각 인수했다. 유망 기업을 찾아 금방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두 회사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며 신중하게 매물을 평가해 성사시킨 결과다.이들 기업에 써낸 가격만 각각 813억원, 2269억원이다. 당시 둘다 적자를 보는 상황이었음에도 지출을 감내한 것은 엔진이 친환경 선박의 핵심 기자재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 대체 연료로 움직이기에 기존 엔진 못지않은 성능이 요구된다.
◇앞서가는 HD한국조선해양, 추격하는 한화오션
암모니아와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도 선박 연료로 연구되고 있다. 아직 확실한 패권자가 없는 시장이기에 먼저 추진엔진을 고도화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적이 더 앞서는 쪽은 HD한국조선해양으로 보인다.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사업부(36%)와 STX중공업(6%)을 합쳐 세계 선박 엔진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서로의 엔진 생산능력 등을 점검하며 친환경 엔진에서 함께 발전할 전망이다.
실선(실제 선박) 적용도 한창이다. HD현대미포는 지난해 3월 벨기에 해운사 엑스마르(Exmar)와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두 척을 수주했다. 메탄올 추진선 부문에서도 HD한국조선해양 실적 기준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지난해 초까지 발주된 99척 중 54척(54%)을 수주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 엔진 시장 2위 기업인 한화엔진을 확보했고 2025년쯤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지난 4월 미 암모니아 연료전지시스템 전문기업 아모지와 암모니아 전력발전 시스템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달 한화오션이 공시를 통해 설립 소식을 밝힌 해운사 '한화쉬핑 LCC'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해운사를 설립해 자신들이 건조하는 친환경 선박을 실증·운용하면서, 이를 선주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까지 활용하겠다는 것이 한화오션 측의 구상이다.
◇일감 걱정 없는 지금이 기회…"고른 건조 실적이 중요"
현재 조선업계에선 중국 조선사들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텃밭은 부족해서다. 이미 메탄올 추진선은 중국 조선사들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컨테이너선에서 그랬듯 중국 조선업계의 공세로 언제 다시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마지막 돌파구가 친환경 선박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2021년 글로벌 공급망 불안 이후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의 대량 발주가 지속돼 온 상황이다. 조선사들 입장에서는 당장 일감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금이 상대보다 기술력과 신뢰성에서 우위를 점할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친환경 선박은 그룹 전체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HD현대그룹은 친환경 선박 건조 역량을 중심으로 해상 에너지 운송 밸류체인을 완성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한화그룹도 한화오션이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면 한화에너지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는 식의 연계 목표를 갖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두 조선업체의 격돌이 지속될 것으로 예고되는 배경이다. 일단 암모니아에 이어 수소 추진선의 도입 계획도 둘 다 마련한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30년, 한화오션은 2026년을 각각 상용화와 도입 시점으로 점찍어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소 추진선 건조 기록만 남은 HD현대가 일단 더 앞서 있는 상태"라며 "최종적으로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추진 선박에서 고르게 건조 실적을 쌓은 조선사가 우위에 설 것"이라고 점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메시 네트워크' 메를로랩, 코스닥 출사표
-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예비입찰 흥행 조짐, 대형 PE들 도전장
- SK스페셜티 예비입찰, '한앤코 vs MBK' 붙었다
- [현장 인 스토리]한컴라이프케어, 새 먹거리 '화재진압' 주력
- 폴라리스오피스, '산업단지의 날 기념식'서 이사장상 수상
- [i-point]감성코퍼레이션, 기업가치 제고안 "4분기 중 발표"
- [i-point]ICTK, '서울 유니콘 챌린지' 대상 수상
- 아샘운용 1년만에 수장 또 교체…김대환 대표 사임
- 알펜루트운용 최대주주 교체…김항기 전 대표 엑시트
- 더블유운용, NH증권 루키리그로 랩어카운트 '출격'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대모비스 밸류업 점검]10%대까지 낮아진 주주환원율…다시 제자리 찾을까
- [현대모비스 밸류업 점검]사라진 키워드 '수소', 기업가치 높일 새 열쇠는
- [현대모비스 밸류업 점검]평균 밑도는 ROE, 진정한 상승 이루려면
- [현대모비스 밸류업 점검]주목받는 4분기, 도전 더 어려워 보이는 이유
- KAI의 새 25년
- CFO 자리에 전략통, 현대오토에버의 셈법은
- 재계 행사 눈도장, 존재감 커지는 풍산그룹 3세
- [두산 사업구조 재편]두산밥캣, 화끈한 주주환원 정책 가능할까
- 정의선 회장, 한·미·일 협력 주도 '수소사업' 탄력
- [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유럽에서 국내로…정원정 부사장, 성과 이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