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SK하이닉스, 실적 자신감?…유동화 시장 떠났다작년까지 SPC 통해 카드결제 유동화, 올해 '0건'…단기자금 융통 필요성 감소
이정완 기자공개 2024-07-25 13:07:53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07: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인한 SK하이닉스의 실적 자신감은 유동화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드 결제를 미루기 위해 유동화를 적극 활용했다. SPC(특수목적법인)가 SK하이닉스보다 먼저 결제대금을 지불해 그 사이 단기 자금 숨통이 트였다.하지만 올해 1월을 끝으로 이 같은 유동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영업적자가 지속되던 때 애용하던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가 불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결제도 올해 3월까지 '연장'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유동화 시장에서 단기 자금 융통을 위한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중 내내 현대카드에 지급해야 할 카드이용대금을 유동화해 결제 만기를 연장해왔다.
SK하이닉스가 현대카드와 맺은 카드이용대금채권 참가계약에 따라 SPC가 SK하이닉스의 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현대카드는 유동화증권이 발행된 날 먼저 대금을 받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에게도 메리트가 있다. 이 유동화 구조의 핵심은 SPC가 SK하이닉스를 대신해 먼저 결제대금을 납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는 단기적으로 현금 유출이 아쉬운 기업이 주로 활용한다. 크레딧 리스크에 직면한 기업이 단기 조달 효과를 기대하며 선택한다.
유동화 증권 발행 내역을 살펴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각 3000억원, 3600억원씩 대규모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를 실시했다. SPC인 비케이프로제사차와 비케이프로제육차가 주체로 나서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유동화 만기가 도래하면 차환 형태로 결제일을 연장했다.
작년 12월까지 이 같은 조달 전략이 이어졌다. 비케이프로제사차를 통해 발행된 유동화증권 관련 카드이용대금채권 중 1119억원의 원금 결제일이 도래했는데 당시 올해 3월 중순까지 결제일을 연장했다. 이 때 추가로 1244억원의 카드이용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신규 발행하기도 했다. 만기는 마찬가지로 올해 3월이었다.
현대카드와 SK하이닉스 간 유동화 파트너는 부국증권이 맡았다.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IB(기업금융) 비즈니스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는 분야다. SK하이닉스가 회사채 발행 등에서 대형 IB를 파트너로 삼는 것과는 다른 기조다.
◇4분기 흑자전환 계기 기조 변화 '감지'
지난해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를 통해 결제일을 조정할 수밖에 없던 배경으론 지속된 영업적자가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조 단위 영업적자에 처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손실이 불가피했다. 서버용 고객이 재고 축소 기조를 이어간 탓에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성 반등 흐름이 시작됐다.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동안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났다. 올해는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AI(인공지능)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익성 개선세가 빠르다. 지난 1분기 매출 12조4300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3%를 나타냈다. HBM 시장에서 갖춘 기술 경쟁력 덕에 AI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결국 올해 1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10조원 넘는 현금 보유고를 갖추게 되면서 수천억원대 카드 결제대금을 유동화를 통해 미루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의 카드이용대금채권 유동화는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최대 5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증권업계에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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