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투 밸류업 점검]'승계 마친' 김남호 회장, 남은 건 '자회사' 밸류업?④지주 전환 바쁜 DB Inc와 달리 '안정적' 지배구조 확립…계열사 전반 '시장친화' 공감대
이정완 기자공개 2024-11-20 13:30:33
[편집자주]
‘4860원과 4870원.’ 전자는 밸류업 공시 직전인 지난 9월 5일 DB금융투자 종가이고 후자는 10년 전인 2014년 9월 5일 종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DB금융투자 시가총액에는 변함이 없었다. 적극적인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선 이유다. DB금융투자는 ‘PB+IB’란 키워드를 앞세워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자회사 수익성 개선도 시급 과제다. DB금융투자의 밸류업 전략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그룹은 크게 제조와 보험·금융으로 구분된다. DB Inc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서비스그룹은 올해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통보를 받으면서 해당 요건 충족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하지만 보험·금융그룹은 다르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일찌감치 보험·금융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DB손해보험 지분을 확보해뒀다. 사실상 승계가 완료됐다는 평이다. DB손해보험 입장에선 핵심 자회사인 DB금융투자의 기업가치가 오히려 아쉬운 만큼 밸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DB손보 최대주주 등극
DB그룹 제조서비스 계열사 지배구조 정점인 DB Inc는 지난 5월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았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의 자산가액에서 자회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파운드리 반도체 자회사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이 원인이었다. DB Inc는 이미 2022년 공정위로부터 지주회사로 지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DB하이텍 물적분할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하락해 이듬해 지주사 요건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DB Inc가 올 들어 재차 지주사로 지정되면서 DB하이텍 지분 확대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DB Inc는 지난해 12월 KCGI가 보유하던 DB하이텍 주식 250만주를 1650억원에 사들이면서 보유주식수를 801만주로 늘렸다. 지분율은 18%까지 높아졌다. 공정위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려면 앞으로 2년 내에 상장 자회사인 DB하이텍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려야 한다.
DB Inc는 DB하이텍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고심할 만 하지만 DB손해보험은 상대적으로 걱정거리가 덜하다. 김 회장은 DB손해보험 지분 9%를 들고 있다. 창업회장 지분율 5.94%보다 더 많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일찍이 승계를 준비했다. 1994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에 올랐고 이듬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DB금투, 모회사 대비 '아쉬운' 시장 눈높이 개선
오히려 DB손해보험은 DB금융투자의 시장 내 평가가 모회사에 비해 못 미친다고 여길 만 하다. DB손해보험은 DB금융투자 지분 25%를 들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손해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 뒤를 이어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올해는 3분기까지 별도 기준 1조57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메리츠화재를 앞섰다. 이 같은 경쟁력 덕에 DB손해보험은 꾸준히 주가가 상승해왔다. 2021년 초 4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10만~11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DB금융투자는 중위권 증권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주가 흐름이 아쉽다. 10년 동안 주가에 거의 변함이 없다. 2014년에도 4000원대 후반이던 주가는 주식 수 변화가 없었음에도 여전히 4000~5000원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김남호 회장이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확고한 지배력을 갖춘 만큼 자회사 밸류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한국형 지배구조 체제에서 주가 부진은 승계를 위한 기회로 여겨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김남호 회장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자회사 기업가치 개선 전략에도 부담이 없다. 더불어 김남호 회장은 DB금융투자 지분 1% 가량을 직접 가지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특히 DB그룹은 DB금융투자 외에도 계열사 전반에서 밸류업에 동참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DB하이텍이 지난 8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DB금융투자가 9월 후속타자로 등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B손해보험도 내년 상반기 밸류업 공시에 나설 것으로 점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B그룹 전반적으로 시장 친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자는 인식이 퍼진 듯하다"며 "계열사 대부분이 이런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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