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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시장 '치매' 개화 길목에 서다]전체 파이프라인 단 127개, 인프라 없인 완전 개화 어렵다[총론]②항암제 9000개 대비 작은 규모, 저변구축 및 제도개편 '관건'

최은수 기자공개 2024-07-29 09:27:28

[편집자주]

인류 건강 최대 난제인 치매. 일라이릴리가 3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썬라를 상업화 하면서 다시 한번 치매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 치료 '옵션'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 미완의 과제다. 더 많은 기업들의 공조 그리고 경쟁이 필요하다. 근본 치료 외 예방과 사후관리 등 시장의 '판'을 깨는 옵션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혁신신약 개발 기대주부터 진단과 사후 관리를 포함한 '치매 치료 전주기'를 노리는 기업들까지 더벨이 치매 시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7 대 9000"

2024년 기준 전 세계서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신약과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의 개수는 약 7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종양이 머리카락을 제외한 인체 모든 부위에서 자란다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상당한 격차다.

단적인 비교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시장이 이제 출발점에 섰을 뿐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다. 대략적인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 외엔 방법이 없던 시장에 혁신신약이 세개나 나왔지만 개발기업 주가와 시장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더 많은 유력 주자를 발굴하고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질 시기라는 평가다.

◇게임체인저 기대감, 빠르게 식은 일라이릴리 '키썬라'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의 치매 치료제 키썬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허들을 넘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역행했다. 앞서 나온 아두헬름과 레켐비 그리고 대조군을 포함해 의미 있는 인지개선 효능을 입증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고위험 부작용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관련 혈관병증(ARIA) 이슈가 있지만 이는 아두헬름과 레켐비도 해결하지 못한 영역이다.


키썬라는 증상완화와 편의성 측면에서 기존 모든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역량을 임상을 통해 입증했다. 무엇보다 18개월이면 투약이 끝나는만큼 혈관병증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장기복용을 감내해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키썬라 출시 이후 잇달아 실망 매물을 던지는 분위기였다. 일라이릴리는 키썬라 출시 전부터 꾸준하게 긍정적인 연착륙 전망치를 내놨다. 부작용 리스크 역시 투약 시기 등을 고려하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단기에 시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당초 알츠하이머병의 미충족 의학 수요를 고려할 때 개척만 되면 수조원의 시장이 단번에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제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두개의 혁신신약이 시장에서 시판을 시작했음에도 알츠하이머병을 둘러싼 분위기는 여전히 차갑다.

◇처방 전 부대 비용, 폭넓은 임상 데이터 없어 글로벌 보급 요원

두개의 약물이 시장에 나왔지만 이들이 자리잡을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키썬라와 레켐비의 연간 보험적용 약가는 2만6500달러에서 4만8696달러다. 선뜻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미국 현지에서만 키썬라와 레켐비를 무겁게 보는 게 아니다. 지금 상태로는 글로벌로의 확장도 녹록하지 않다. 일본에 이은 치매대국인 국내조차 게임체인저를 받아들일 여력이나 제도가 불비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3년 기준 1인당 연간 치매관리비용(약 2200만원)을 오로지 앞서 혁신신약 처방과 투약에만 써도 감당이 어렵다.

두 약물을 투약하기 위한 '전처리 과정'도 만만치 않게 허들이 높다. 임상에서 확인된 높은 ARIA 부작용 위험을 확인하고 방지하기 위해선 환자에게 투약하기 전 그리고 중간단계마다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PET 촬영비용은 미국에선 원샷에 최소 3500달러, 한화 약 500만원이 넘는다. 국내서도 PET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회당 촬영 비용이 120만원을 호가한다. PET를 대체할 합리적인 기술이 각국 인허가당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경우에야 의료진 그리고 환자 입장에서 혁신신약 처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키썬라는 동양인, 특히 한국인종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치매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대주들이 추가 현실 임상(리얼월드)을 거치지 않고선 각국 인허가 당국의 문턱을 단번에 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보다 더 다채로운 임상전략, 폭넓은 사업 개발 전략이 있어야 전 세계 치매 시장을 거머쥘 수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인간 유전자(지놈) 프로젝트에서 제시했던 1인당 분석비용이 수조원이던 시기엔 산업을 꿈꾸기조차 어렵다가 비용이 현실화된 이후에 길이 보였다"며 "치매 시장에서도 혁신신약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산업화를 꿈꾸기엔 부족한 게 많다"고 말했다.


◇갈 길 멀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거대 미충족 수요 노리는 주자들

치매치료제를 둘러싼 대안 발굴은 어렵지만 멀더라도 가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전 세계 개발주자가 확보한 파이프라인은 겨우 100여개다.

미국 네바다 주립대학 제프리 커밍스(Jeffrey Cummings) 교수가 논문을 통해 밝힌 글로벌 기출시 약물 제외 임상 3상 진입 파이프라인은 고작 32개다. 개발을 이어나가는 곳을 추리면 모수는 더 적다.

게다가 지금은 만약 '치매 게임체인저'를 지향하는 약물이 또 나오더라도 전 세계에 이를 제대로 보급하고 가동할 기반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다. 시장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서 최소 아웃라이어 즉 '기막힌 인지개선 효과'를 일으키는 약물을 내놓거나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게 아니면 인프라를 잘 꾸려 시장의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전히 중증 치매에 대해선 앞선 치료제와 후발주자조차 답이 없다는 점도 고민할 대목이다. 다행히 근본치료제를 투여할 때 효능을 극대화할 '결정적 시기'를 확장하는 법은 제한적이나마 실마리가 보인다.

현재 부수요법으로 경두개를 자극하거나 인지기능개선을 보조하는 디지털치료제(Dtx) 등이 나오고 있다. 역시 몇몇 기업들이 초기 개발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들이 성숙하면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들이 '중증'으로 치닫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리고 초기 환자들을 한층 이른 시기에 치매 환자로 진단해 관리를 시작할 수 있는 기법이 현장에 보급되면 혁신신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자 즉 시장의 '모수' 자체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신약 개발이 그랬듯 인프라 확충까지 요구하는 거대한 치매시장을 바이오벤처가 혼자서는 갈 수 없다"며 "앞서 에자이가 바이오젠과 손잡고 두 개의 약물을 내놨듯 국내 기업 역시 빈약한 인프라를 이겨낼 사업 전략을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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