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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S 출자 프리패스, VC 우수운용사]'모험자본도 눈독' 자본시장 큰손…'수시출자' 무게감①12% 허들 넘긴 하우스에 '비경쟁' 기회 부여…2007년 '한투파' 첫 수혜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05 08:05:56

[편집자주]

국민연금공단(NPS)이 출자한 펀드로 우수한 운용성과를 기록한 벤처캐피탈(VC)은 ‘우수운용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한다. ‘높은 허들(IRR 12%)’을 넘어 실력을 입증하면 경쟁없이 큰 손인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을 기회를 얻는다. 정시출자에 비해 큰 금액을 출자 받을 수 있을뿐 아니라 출자자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하는 만큼 의미가 상당하다.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 수시출자 제도가 국내 VC 펀드 대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더벨은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 수시출자 제도의 의미를 짚어보고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VC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9: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집계된 벤처캐피탈(VC)의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2024년 상반기 기준 56조8391억원에 달했다. 이는 약 10년 전인 2014년 말 18조3250억원 대비 3배로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VC에서 조성한 PEF를 제외한 벤처조합과 신기술금융조합 운용자산 규모는 9조3675억원에서 42조8691억원으로 4.5배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국내 VC가 이렇게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1등 공신으로 국민연금공단(NPS)을 꼽는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출자를 마중물로 다수의 벤처펀드가 만들어졌고, 이 펀드들이 성과를 내며 출자자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더벨 집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수시 출자를 통해 국내 벤처캐피탈에 공급한 자금만 2007년 이후 1조원을 훨씬 웃돈다.

특히 우수한 성과를 거둔 운용사에 경쟁없이 출자하는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 제도가 벤처펀드 대형화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우수한 역량을 가진 VC가 과감하게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고, 이를 통해 운용하는 기금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2002년 VC 첫 출자, 청산시점인 2007년 수시출자 개시

국민연금이 처음 VC에 출자한 건 지난 2002년부터다. 그 해 1000억원을 10개 VC에 출자하며 벤처 출자를 시작했다.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나선 뒤 사학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VC 출자를 시작했다.

콘테스트를 통해 배정하는 국민연금의 VC 출자금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8년 예비운용사 배정액을 포함해 3000억원의 자금을 배정한 적도 있지만 대개 매년 1000억~2000억원을 정시출자사업을 통해 출자한다.

VC 업계에서 국내 벤처시장 확대의 공을 국민연금에 돌리는 건 우수운용사를 대상으로 출자하는 ‘수시출자’ 덕분이다. 때로는 정시출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시출자 사업을 통해 VC에 출자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점점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관련 통계치 추이를 살펴보면 벤처펀드 투자 잔액은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3594억원이던 벤처투자 잔액은 2020년말 1조원을 돌파했고 2021년말 1조2909억원, 2022년말 1조4398억원으로 늘어났다. 2023년 말 기준 통계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벤처펀드에 수시출자하는 금액을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더벨이 우수운용사 선정 이력이 있는 VC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지금까지 약정총액 기준 총 1조1800억원가량이 우수운용사에 대한 수시출자 명분으로 출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섹터펀드' 등 우수운용사 제도와 별개로 간헐적으로 진행된 수시출자는 제외한 수치다. 정시 출자금액이 지난 20년간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벤처투자잔액 증가는 수시출자가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수운용사는 또 다시 성과'선순환' 입증

국민연금이 우수운용사에 대해 수시출자를 시작한 건 지난 2007년부터다. 국민연금이 2002년 처음 출자한 벤처펀드가 청산기에 다다른 시점이었다. 당시 벤처펀드는 주로 5년 만기로 결성됐다.

콘테스트 없이 처음 수시출자를 받은 건 한국투자파트너스였다. 동원창업투자 시절인 2002년 국민연금의 첫 벤처 출자를 받은 펀드 ‘국민연금 02-3 한국투자벤처조합 제8호’가 에이블씨앤씨와 오스템임플란트 등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높은 투자성과를 낸 결과다. 2007년 청산한 해당조합의 IRR은 33%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2007년 콘테스트를 통해 5곳의 운용사에 1000억원을 출자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에는 별도의 콘테스트 없이 4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운용사에 많은 금액을 출자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산조합의 성과보수를 제외한 내부수익률(IRR)이 12% 이상을 기록할 경우 해당 GP 콘테스트 없이 출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규약을 만든 것도 이때 즈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운용사 선정 기준이나 방법 등의 규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내부규약의 세부내용에 대해 확인해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능력을 입증한 우수운용사에 출자를 집중하는 국민연금의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대다수 하우스가 재출자한 펀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며 보답하고 있어서다.

단골 우수운용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수시출자를 통해 결성한 펀드로 또 다시 높은 수익을 달성해 또 다시 우수운용사에 선정되는 ‘선순환’을 보이고 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실력이 검증된 운용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콘테스트를 통해 신규 우수운용사 풀을 확보하는 건 글로벌 기관들의 오랜 전략”이라며 “국내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에서도 벤치마킹해 도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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