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시간은 신세계 편?…SSG닷컴 TRS 금리 낮아진다FI 지분 매각기한 연장 덕 연말까지 '여유'…증권사 간 경쟁에 개선된 조건
이정완 기자공개 2024-08-06 07:43:4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빠지면 안되는 딜 같은데요?"한 대형 국내 증권사 DCM(부채자본시장) 관계자가 SSG닷컴 지분 처리 경쟁을 두고 남긴 말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와 BRV캐피탈과 풋옵션 분쟁 초반까지만 해도 이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1조원대 자금 마련을 위해 고심이 컸다.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IB(투자은행)는 총수익스와프(TRS)를 앞다퉈 제안했다. 증권사 간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TRS 조건도 나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덕에 신세계가 더욱 여유를 갖고 지켜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리인하 전망에 '관망하는' 신세계
2일 복수의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아직 증권사의 SSG닷컴 지분 처리 관련 조달 제안에 응하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지난 6월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가진 SSG닷컴 지분 30%에 대한 매도기한을 연말까지 늘린 덕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조 단위 빅딜에 IB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게 최우선이었으나 이 같은 전략을 이행하긴 쉽지 않았다. 약속한 IPO(기업공개)가 무산돼 시장에 나온 매물을 살 투자자를 찾기는 힘들다.
사실상 모든 대형 증권사가 딜을 따내기 위해 경쟁에 참여했다. IB의 제안은 TRS에 집중됐다. 증권사가 SPC(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지만 그 지분에서 발행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은 계약을 체결한 신세계그룹에 귀속되는 구조다. 신세계그룹은 증권사가 지분을 매입해주는 대가로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신세계그룹이 풋옵션 분쟁 해결 후 새로운 SSG닷컴 지분 인수자를 찾기 시작할 무렵 TRS 금리는 연 7%대로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다수의 증권사의 제안을 받으면서 금리가 점차 낮아졌다. 이제는 연 5% 중후반대로 금리가 결정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간에도 일종의 경쟁이 붙으면서 신세계 측에서 금리를 낮추라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금리가 낮아졌다”며 “초기 제안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확산되면서 신세계그룹에 유리한 조달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9월 FOMC 회의에서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금리 하락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SK온 영구채 사례처럼 대규모 인수단 유행
결국 신세계그룹은 IB 제안대로 다수의 증권사를 TRS 구조에 포함시켜 SSG닷컴 지분을 인수하게끔 하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증권사가 대규모 물량을 나눠 맡는 건 지난 6월 SK온 영구채 발행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자본 확충이 필요한 SK온은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이 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대기업 사이에서 빅딜을 증권사가 나눠 맡게끔 하는 게 트렌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경우 핵심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증권사가 필요한데 NH투자증권이 해당 역할을 할 것이란 게 IB업계의 전망이다.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모든 증권사와 일일이 소통할 수 없으니 핵심 소통 창구를 정해야 한다"며 "NH투자증권과 주로 이야기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과 신세계그룹은 커버리지 비즈니스서 끈끈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세계그룹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가장 많은 물량을 책임진 하우스였다. 올해도 인수 순위는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전체 그룹 계열사 발행 중 대전신세계 한 건을 빼놓고 빠짐없이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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