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의 지분 10% 제안을 먼저 받은 건 대형 A시중은행이었다. A시중은행은 그룹 차원의 자문을 거쳐 검토를 했지만 결국 투자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A시중은행이 거절한 지분 10%는 카카오뱅크에게 돌아갔고 슈퍼뱅크는 디지털뱅크로 탈바꿈한 뒤 올해 재출범했다.두 은행의 선택은 왜 달랐을까.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을 함께 취급하는 시중은행에게 리테일 시장은 수익성도 낮고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은 개인 신용을 조회할 시스템이 부재하고 소비자의 대출 상환 의지가 약해 한국만큼의 성장이 어렵다.
A시중은행은 '리스크'를 봤지만 카카오뱅크는 '가능성'을 봤다. 개인여신 비중이 95% 이상인 카카오뱅크는 해외 시장에서도 리테일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도네시아가 잠재 성장률이 클 뿐 아니라 핀테크의 발달로 디지털 접근성이 높다는 데 주목했다. 디지털 뱅킹에 특화된 카카오뱅크의 경험이 잘 통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비록 현지 리테일 시장의 발달은 더딜지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투자였다.
슈퍼뱅크는 현지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랩(Grab), 싱텔(Singtel) 등 현지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접점을 늘리며 고객수 200만명을 달성했다. 여수신 규모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은행의 선택이 맞고 틀렸는지는 예단할 수 없고 비교하기도 어렵다. 슈퍼뱅크 지분을 인수한 게 시중은행이었다면 접근법도 달랐을 테고 그로 인해 파생된 은행의 모습과 성과 또한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방향성에 맞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태국 가상은행 진출도 같은 맥락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플랫폼' 사업자라는 정체성에 맞게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대했던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 중이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들 한다. 방향에 맞는 길을 간다면 결국에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는 이달말 발표할 밸류업 계획에서도 시중은행과 다른 길을 갈 것이 예고됐다. '주주환원율'에 초점을 맞춘 은행 지주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남는 자본 여력을 사업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다. 그로 인해 은행주의 주가 상승세에서 열외되기는 했지만 방향성 만큼은 틀리지 않았길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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