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앞둔 이노그리드]'먹구름' 낀 상장 전망, 좌초 위기 놓인 신사업③자체 데이터센터 투자로 퍼블릭 클라우드 확대 추진…성장동력 발굴 지연되나
안준호 기자공개 2024-08-12 14:13:06
[편집자주]
토종 클라우드 1호 상장을 노렸던 이노그리드의 예심 취소 재심이 이달 진행된다. 거래소 개장 이후 최초의 '효력 불승인' 사례인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모일 전망이다. 더벨은 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사의 쟁점을 짚어보고, 향후 회사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계획이 좌초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노그리드의 중장기 사업 플랜 역시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핵심은 공모 자금 70% 이상을 투입해 추진하려던 마이크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Micro CDC) 사업이다. 약 13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었으나 현 상황에선 추진이 어렵다.공모 일정을 소화하는 기간 지적되었던 문제들도 해결 과제다. 미래 추정 실적을 할인해 공모가를 산출했으나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반기와 내년 실적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재도전’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숙원사업‘ 데이터센터 확보, 공모 자금의 75% 비중
자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CDC) 구축은 이노그리드가 오랜 기간 눈독을 들여온 숙원 사업이다. 김명진 대표이사는 경영권 확보 이후 2025년 목표의 중장기 계획에 기초해 사업을 영위해왔다. 기업공개(IPO)는 핵심 마일스톤이었고, 데이터센터 사업은 이를 이루기 위한 주요 주춧돌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사업에 쓰일 예정이었다. 상장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노그리드의 공모 금액은 밴드(2만9000~3만5000원) 하단 기준 약 172억원. 이 가운데 시설자금은 13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공모 금액의 75% 가량인 130억은 모두 마이크로 CDC 관련 투자금이다. 상장의 주된 목적이 데이터센터 확보에 있었던 셈이다. 인공지능(AI) 상용화 서비스 등장 이후 데이터센터 몸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에 외부 투자만으로는 사업 진출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노그리드 측이 목표로 했던 마이크로 CDC 역시 단독 데이터센터 형태는 아니다. 기존 건물의 일정 공간을 임차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개념이다. 이 CDC에 이노그리드의 자체 솔루션을 탑재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 측 계획이었다.
CDC 확보는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진출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인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달리 퍼블릭 클라우드는 다수 사용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들이 주로 제공하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인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초기 도입 비용이 높은 편이다.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 만들어진 퍼블릭 클라우드의 경우 고객 확장이 보다 용이하다. 특히 공공 부문의 수요가 크다. 이노그리드 역시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확산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중장기 사업 계획, 변경 불가피…올 1분기 실적 부진도 해결 과제
이노그리드는 2024년 1건으로 시작해 2026년까지 총 8개 부지에 마이크로 CDC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중대형 CDC 사업까지 진출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실제 공모 밸류에이션에도 이런 논리가 반영되어 있었다.
상장 계획에 차질이 생긴 만큼 자체 데이터센터 기반의 사업 확장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클라우드 생태계 ‘전주기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 역시 재검토가 필요할 전망이다. 공공 부문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1~2년의 차이만으로도 선점 효과를 잃을 수 있다.
수요예측 직전까지 제기되었던 우려들도 상장 재도전 과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6차례 증권신고서를 고치는 동안 2024년 1분기 실적까지 추가 기재가 이뤄졌다. 문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과 달리 매출액이 대폭 감소했다.
2024년 1분기 매출액은 4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억원에 비해 36% 이상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두 배 가량 늘었다. 공공 부문 비중이 큰 회사인 만큼 연말 실적이 집중되는 편이지만, 같은 1분기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실적이 줄어든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지표는 상장 첫 해 실적이다. 상장 후(Post IPO) 투자도 병행하기 때문에 추정 실적의 합리성을 확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노그리드 역시 차후 다시 상장에 도전할 경우 실적 부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황병우 DGB회장, 핀테크 힘싣는 배경엔 '하이브리드 은행'
- 산은캐피탈, 신임 부사장에 안영규 전 부행장
- BC카드, 충당금 줄이며 실적 선방…케이뱅크 이슈는 여전
- 현대캐피탈, 고부가 차종 오토리스 영업 '성장 견인'
- [보험사 할인율 영향 점검]메리츠화재, 가용자본 증가에도 막지 못한 신설위험 영향
- 미국 DOGE와 한국의 관치금융
- [보험사 할인율 영향 점검]하나손보, 모회사 지원에 적정성 비율 오히려 상승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높은 주가 상승률…'의지'가 '타이밍'을 만나면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불리한 출발선…'내실'은 챙겼다
- '고려노벨화약 인수' 키움PE, 1450억 블라인드 펀드 소진 임박
안준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토스 IPO]'가파른' 플랫폼 성장, 분기 '역대 최대' 실적 기여
- [IB 풍향계]'해프닝' 롯데 위기설..."리밸런싱 고민 계기 삼아야"
- [2024 이사회 평가]ESG 앞세운 애경케미칼, 평가·참여 '고득점'
- [2024 이사회 평가] 리가켐바이오, 경영성과 못 미치는 '이사진 구성'
- [2024 이사회 평가]다우기술, 이사회 다양성 '아쉽네'
- [IPO 모니터]'재도전' 발해인프라, 달라진 시장 상황에 '자신감'
- [토스 IPO]미국행 선택했지만...상장까지 변수 '산적'
- [IB 풍향계]한국증권 IPO본부, PI투자전략 변화…타 본부로 '이관'
- [Market Watch]'상장일 강세' 무너진 시장…공모주 투심 '불안'
- [토스 IPO]외국계 로펌 물색…ADR 상장 유력